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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홀씨 선정도서 <정원의 쓸모>

환경도서 큐레이터 도전

by 이유 임민아

에코샵홀씨 활동가 뿌리한테 연락이 왔다. 8월 초였는데, 홀씨북클럽 구독자들과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해달라고 했다. 9월의 큐레이터로 편지글을 써달라는 요청이었다.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뿌리는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여름휴가 다녀온 날 다시 연락이 왔다. 너무 자연스럽게 원고 마감 날짜를 물어보게 됐고, 그렇게 숙제의 압박이 밀려들어왔다.


뿌리는 생태+인문 코드가 있는 책,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을 선정해달라고 했다. 편하게 두 권 선택해서 추천사를 써주면 좋겠다고. 8월 22일부터 <정원의 쓸모>,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두 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부담스럽다고 얘기한 게 떠올랐는지, 뿌리는 원고 마감 날짜를 추석 이후로 연장해줬다. 덕분에 추석 연휴를 책과 함께, 노트북 앞에서 보낼 수 있었다.


원고를 받은 뿌리는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뭉클했습니다. 씩씩하고 용감하신 이유 쌤 모습 뒤에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하고요. 글이 너무 따뜻하고 좋아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안심했다. 내용을 수정하거나, 방향이 영 틀리진 않았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렸다.


큐레이터 소개 글과 사진을 한 장 보내달라는 말에 한참 앨범을 뒤졌다. 글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서 그런지 선뜻 얼굴을 내밀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페이스북 프로필에 걸어놓은 사진을 보냈다. 영국 핀드혼에서 찍은 사진이다.


아버지를 이렇게 거론하게 될 줄 몰랐다. 내겐 아주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무겁게 자리한 이름이었다. 너무나 사랑했지만, 사랑했던 만큼 미움도 컸었던 사람. 내가 많이 단단해졌나 보다.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면서 마음의 상처가 조금 더 아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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