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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 임민아 Sep 25. 2022

9월 홀씨 선정도서 <정원의 쓸모>

환경도서 큐레이터 도전

에코샵홀씨 활동가 뿌리한테 연락이 왔다. 8월 초였는데, 홀씨북클럽 구독자들과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해달라고 했다. 9월의 큐레이터로 편지글을 써달라는 요청이었다.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뿌리는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여름휴가 다녀온 날 다시 연락이 왔다. 너무 자연스럽게 원고 마감 날짜를 물어보게 됐고, 그렇게 숙제의 압박이 밀려들어왔다.


뿌리는 생태+인문 코드가 있는 책,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을 선정해달라고 했다. 편하게 두 권 선택해서 추천사를 써주면 좋겠다고. 8월 22일부터 <정원의 쓸모>,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두 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부담스럽다고 얘기한 게 떠올랐는지, 뿌리는 원고 마감 날짜를 추석 이후로 연장해줬다. 덕분에 추석 연휴를 책과 함께, 노트북 앞에서 보낼 수 있었다.


원고를 받은 뿌리는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뭉클했습니다. 씩씩하고 용감하신 이유 쌤 모습 뒤에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하고요. 글이 너무 따뜻하고 좋아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안심했다. 내용을 수정하거나, 방향이 영 틀리진 않았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렸다.


큐레이터 소개 글과 사진을 한 장 보내달라는 말에 한참 앨범을 뒤졌다. 글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서 그런지 선뜻 얼굴을 내밀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페이스북 프로필에 걸어놓은 사진을 보냈다. 영국 핀드혼에서 찍은 사진이다.


아버지를 이렇게 거론하게 될 줄 몰랐다. 내겐 아주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무겁게 자리한 이름이었다. 너무나 사랑했지만, 사랑했던 만큼 미움도 컸었던 사람. 내가 많이 단단해졌나 보다.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면서 마음의 상처가 조금 더 아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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