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처음이라

우리 모두 다 처음이니까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드라마

by 정긍정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기억에 남는 대사.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사람에게 말은 그렇게나 중요한 것인데. 나의 말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들어가 살아남았다면 그건 절대 상처가 되는 말이 아니었길. 주인공 세희(이민기)에겐 전 여자 친구(이청아)의 모든 말이 가시로 남아 다시는 사랑을 꿈꿀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추억 속 어떤 장면들과는 달리 말이라는 건 흐릿해지기 힘들다. 곱씹을수록 또렷해지는 느낌. 의도치 않은 누군가의 한마디가 평생 한 사람을 죄인처럼 살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난 말하기 전 더 신중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19호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절대적인 나 혼자만의 비밀공간을 말하는데 나 또한 19호실이 있었다. 난 사랑을 꿈꾸던 지호(정소민)라기보단 세희에 가까웠다. 나의 상처를 누구한테 티 내고 싶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나의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마치 지호 같은 남자가 나타났고 4년 동안 사랑하고 있다. 잃고 싶지 않은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 앞에선 오히려 솔직해지기 어렵다. 나의 19호실을 열 때도, 또 그의 19호실을 열었을 때도 무서웠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얘기들일까 봐. 하지만 그 얘기들이 버겁다기보단 오히려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서른이 이렇게 시시한 건 줄 몰랐다. 고등학교 때 꿈꾸던 나의 30은 막연하지만 이미 인생에 이룰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이루고, 20대의 그나마 남아있던 유치함마저 아예 사라졌을 나이겠거니 했다. 학창 시절 나의 예상은 빗나갔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내가 싫은 건 아니다. 그것이야 말로 이번 생은 처음이라 그런 거니까. 이젠 함부로 한층 성숙해있을 미래의 나를 예상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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