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현재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누구나 자신만의 '비치'가 있다. 나에겐 지도로 찾아갈 수 있는 어떤 공간이라기보다 내 가족들, 내 사람들이 나의 '비치'다. 주인공 리처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우연히 얻게 된 지도로 말 그대로 지상낙원에 도착한다. 이 영화에서 비치라는 공간이 부정적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나는 '우연히 얻게 된'이라는 점을 짚고 싶다. 남이 준 지도를 따라간 해변이 나의 지상낙원이 될 수 없다. 비치로 가는 길은 내가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그렇게 다다른 비치는 곧 현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일상의 지루함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마저 둔해지게 만든다. 지금만 아니면 된다는 강한 확신이 들 때 그 후의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기 힘들다. 20대엔 내 일상에 뭔가 특별한 일들이 일어나길 바랐다. 하지만 특별한 일은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이었고 그러다 보니 30대가 된 지금, 오히려 아무 일 없는 일상이 감사하기까지 하다. 분명 일상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후에 일탈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을 텐데 다시 말하면, 그런 평범한 일상이 있기에 일탈이 의미 있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힘든 일이 있을 때, 현실도피보다는 현실+a의 개념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나에게 올해를 정의하라고 하면 허. 무.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룬 것이 있다면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곧 나에겐 2020년의 일탈이었다.
내가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영화에서처럼, 진정한 파라다이스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라기보다 오히려 좋은 건 함께 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 때문이라 생각하고 싶다. 내 사람들이 없는 그 어떤 곳이 나의 지상낙원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지도를 얻게된다한들 함께 짐을 싸야 하는 사람들이 문득 생각나는 사람만 5명이 넘는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오늘도 이미 나의 '비치'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