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Fish(빅 피쉬, 2003)

나에겐 판타지가 아닌 누군가의 진심이었던 영화

by 정긍정

팀 버튼을 사랑하게 된 영화. 나도 주인공 에드워드처럼 내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인생은 어차피 말로 안 되는 일들로 가득할 테니, 내가 조금 더 낭만적으로 인생을 본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다. 그렇게 아들은 아버지의 인생을 한 편의 영화로 기억하게 될 테니.

가장 좋았던 것은 에드워드가 산드라를 만나 사랑하는 장면이다. 그녀를 본 순간 시간이 멈추고, SANDRA의 이름이 하늘에 떠다니기도 한다. 엄마를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보다 엄마를 처음 본 순간의 느낌과 사랑했던 순간들의 황홀함을 전해줄 수 있는 아버지. 나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나눌 수 있다는 건 너무나 좋고 멋진 일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느꼈던 건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중 나와 함께하지 않았던 추억들까지 나에게 소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그 사람들의 추억 속에 내가 없더라도, 그 이야기를 내가 알게 된 것만으로도 소중해지는 기억도 있는 것이다. 만약 나의 부모님이 나를 만나기 전 두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그들의 추억과 함께 그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셨던 그 순간까지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았다.


내 주변에도 에드워드가 있다. 바로 우리 할아버지.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내가 아는 그 어떤 사람보다 유쾌하신 분. 동생의 대학시절 과제 중, 할아버지의 삶에 대한 리포트를 쓰는 것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동생을 따라나섰던 것이 아직까지도 너무 잘한 일이다.


6.25 전쟁 당시 한 미군의 총이 할아버지를 향해 겨눠졌으나 살아남으셨고, 모든 병이든 다 낫게 해주는 종로의 한 도깨비 약국이 없었더라면 할아버지의 관절은 계속 안 좋으셨을 것이다. 이 외에도 수도 없는 레퍼토리가 있다. 소주는 혼자 드시든 여럿이서 드시든 10병을 드셨으면, 자신의 주량이 10병이라고 말씀하시는 우리 할아버지. 나는 그런 할아버지의 과거까지도 사랑하게 됐다.


누구의 인생을 보더라도 배울 점은 무조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든 '저렇게 살아야지'든. 뭔가 길게 말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나도 미래의 내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인생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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