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결백> 추리극 외피 입은 웰메이드 반전드라마
신혜선 주연 영화 <결백> 리뷰
영화 <결백> 스틸. 사진제공 키다리이엔티결백(潔白)의 사전적 의미는 '행동이 깨끗하여 아무 잘못이 없다'이다. 이 세상 누구나 결백 할 수는 없다. 영화 <결백> 속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화자(배종옥)는 물론이고, 고인인 화자의 남편, 그의 장례식장에서 농약 막걸리를 마신 피해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결백>은 장례식장에서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고인의 아내이자 치매 환자인 화자가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화자의 딸 정인(신혜선)은 유명 로펌 변호사로,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만큼 가족과 연을 끊고 살았다.
정인이 사건을 접한 것은 바로 TV다. 지나칠 수 있는 한 줄 뉴스였지만 정인의 시선을 끌었고, 그곳에서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망가질대로 망가진 엄마 화자를 발견한다. 이는 <결백>이 뉴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건임을 깔고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결백> 스틸. 사진제공 키다리이엔티그토록 증오했던 고향인 대천시로 돌아온 정인은 사건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한다.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추시장을 필두로 모든 마을 사람들이 똘똘 뭉쳐 화자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더욱 큰 사건이 숨겨져 있고, 그 진실을 찾는게 우선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결백>은 추리극의 외피를 입고있지만, 사실은 놀라운 반전극이다. 모두가 지목하는 살인자인 화자와 치매를 앓고 있음에도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그의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을 목격하고 본질을 깨닫는 순간, 얻어 맞은 뒤통수가 얼얼해짐을 느낄 수 있다.
영화 <결백> 스틸. 사진제공 키다리이엔티스스로 범인이라고 자백할 수밖에 없었던 화자의 속내, 저주하듯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했던 정인의 마음, 말이 없는, 고인이 된 화자의 남편과 그 사람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아들 정수, 마지막으로 이 가족을 외면한 마을 사람들까지.
숨겨진 또 다른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 <결백>은 변환점을 맞는다. 화자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 정인은 또 다른 사건에 몰두한다.
정인은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의 피해자이자 마을의 실세인 추시장(허준호)가 화자의 결백을 입증해야하는 재판에 증인으로 세워놓고 또 다른, 혼자만의 퍼즐 조각을 맞춰 나간다. "아픈 사람을 불러놓고 뭐하는 짓이냐"는 추시장의 다그침에 정인은 "살인범 찾잖아"라고 조용히 응수한다. 궁지에 몰린 듯했던 정인이 추시장을 누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영화 <결백> 스틸. 사진제공 키다리이엔티얽히고설킨 이들의 관계를 알고난,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에 숨겨진, 어쩌면 진짜 사건의 진실을 알게된 정인은 수많은 감정에 휩싸인다. 계속해서 자신이 범인이라 주장하는 엄마 화자의 결백을 판사 앞에서 어떻게 주장할 것인가. 반전이 공개된 후에도 관객들이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드라마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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