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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부비 Jun 27. 2020

리뷰 | <밤쉘> 통쾌함과 현실 사이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리뷰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스틸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지난 2017년 미국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이른바 '나도 당했다'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1년 전 벌어진 사건이다.


사건의 배경이 된 곳은 미국 최고 보수 언론이라 할 수 있는 폭스뉴스다. 폭스뉴스의 회장 로저 에일스를 상대로 한 그레천 칼슨의 소송은 당시 미디어 산업에서는 최초로 발생한 성희롱 소송이었다.


영화는 폭스뉴스 내부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폭스뉴스 간판 앵커인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는 폭스뉴스 내부를 소개하며 내부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함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폭스뉴스는 많은 이들이 입사하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스틸

영화 속 성희롱은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타이트하고 짧기만 한 원피스를 보고 "오늘 옷이 멋지다"고 말하는가 하면, "치마를 더 짧게 입어라"는 말을 툭툭 내뱉으면서 지나간다. 하지만 큰 반응은 없다.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일상은 흘러간다.


폭스뉴스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과 함께 성공을 위해, 승진을 위해 여성들이 속으로 삼켜야 할 부당한 대우를 그녀들의 속내와 함께 보여준다. 의연하게 대처하지만 속은 썩어간다.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폭스뉴스 아침 프로그램인 [폭스 앤 프렌즈]의 얼굴로 활약해온 과거 간판 앵커 그레천 칼슨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간판 앵커뿐만이 아니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아메리카 라이브 위드 메긴 컬리]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뉴스쇼 [더 켈리 파일]의 진행자로 폭스뉴스 간판 앵커로 활동한 메긴 컬리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와 tv토론 설전으로 더욱 유명해진 그는 그레천 칼슨의 성희롱 소송 소식에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 역시 과거 성희롱을 당했고, 참아왔기 때문이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스틸

떠오르는 뉴 페이스 케일라 포스피실은 가장 최근에 당했다. 폭스뉴스 입사가 꿈이었고, 꿈같은 회사에 입사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기회를 노렸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는 그를 치욕으로 몰아넣었다. "TV는 시각 매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로저 에일스는 성희롱과 추행을 당연하게 행한다.


영화 속에는 큰 사건이 이 세 여성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하기만 하다. 여성의 인권과 부당한 대우에 대해 말하는 메긴 컬리에게 '페미니스트'라고 몰아붙이는 모습은 당황스럽지만 현실이다. 당연해야 할 여성의 인권을 말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지만, 그 답답한 것이 바로 현실인 것이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스틸

특히 로저 에일스의 성추행이 사실로 드러난 뒤에도 반성이란 없다. 영화 말미에 로저가 자신이 했던 행동을 인정하면서도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폭스뉴스를 얼마나 키웠고, 회장 가족들을 얼마나 풍요롭게 살게 만들어줬는지를 강조한다. 결국 과거로 돌아갔어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로저는 대가를 치렀다. 통쾌하다. 폭스뉴스 내에서 수많은 이들이 성추행과 희롱을 당했지만 나서는 사람이 없는 현실에서 용기를 낸 몇몇 이들로 인해 로저를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은 당연히 통쾌하다.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스틸

하지만 통쾌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끝까지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직장 내 성희롱은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진행형인 사회문제다.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속 실제 사건인 폭스뉴스 회장 성추행은 미디어 산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나아진 것은 아닌 것도 현실이다.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관객들의 통쾌함만을 주진 않는다. 현실 속에서 판타지를 찾는 작품이 아니다. 통쾌함도, 씁쓸함도 모두 현실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갖는 미덕이자 의미다.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영화 정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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