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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부비 Jun 29. 2020

<#살아있다> 속 영화적 허용

살아있지 못한 <#살아있다> 개연성

※ 스포일러로 느낄만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롯데 엔터테인먼트 페이스북

영화 <#살아있다>가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코로나 19 상황 속 첫 100만 관객 돌파 영화로 기록됐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좀비물로 관심을 받았고, 개봉 후 볼만한 영화가 없는 극장가를 휩쓸었다. 개봉 첫날 1662개 스크린을 확보해 7223번 상영될 만큼 위력은 대단했다. 물론 코로나 19 상황으로 좌석이 100% 오픈된 것은 아니지만 <#살아있다>가 확보한 스크린 수는 놀랄만했다.


그렇게 몰아붙이던 <#살아있다>는 개봉 첫 주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결국 코로나 19 속에서 영화 속 이야기처럼 생존신고를 한 것이다.


<#살아있다>가 좀비물로 포장이 됐지만, 영화를 보면 사실 좀비물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좀비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의 배고픔과 고독, 홀로 남은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더 큰 시간을 할애한다. 좀비가 변하는 과정이나 이들의 특성은 뉴스를 통해 빠르게 전달하고 마무리한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며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있지만, 호 불호가 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호는 팝콘 무비로, 이렇다 할 신작이 없던 극장가에 활력을 줄 작품으로 적당하다는 것이고, 불호는 '개연성'에 대한 문제다. 바로 이 개연성, 영화적 허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 사진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살아있다>에는 유독 '그렇다 치고'의 설정이 많이 나온다. 좀비가 출몰한 아파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니 그럴만하다.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거, 좀 과하다. 9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위해 관객들 모르게 편집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명 없이 갑자기 '그렇다 치고'라고 등장하는 신은 당황스럽다.


영화 속에서 준우(유아인)가 두 번째로 좀비와 대면하는 장면이 있다. 첫 대면은 옆집 청년이었다. 준우가 친절하게 문을 열어줬고, 열린 문으로 다급하게 들어온다. 하지만 두 번째 대면은 셀프다. 현관문은 냉장고로 막혀있고, 그 뒤에 감염된 사람이 서있다. 이 사람, 어떻게 들어왔을까. 그리고 냉장고는 왜 현관문 앞에 있을까. 현관까지 온 냉장고는 여전히 작동 중이다(멀티탭이 아주 긴 모양이다).


두 번째 의문은 시간이 지나도 자라지 않는 준우의 머리카락이다. 왜일까. 영화 속 준우의 헤어스타일은 짧은 탈색 머리다. 하지만 영화 내내 단정하게 정리돼 있다. 양보해서 셀프로 미용을 했다고 치자. 준우는 그 재난 상황에서 수시로 탈색까지 셀프로 했던 것일까. 아니면 준우의 원래 모발이 탈색모일까, 라는 어이없는 상상을 해본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 사진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모든 재난 영화나 액션 영화에서 나오는 영화적 허용도 있다.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다. 준우와 유빈은 소소한(?) 죽음의 위기를 넘긴다. 하지만 결국엔 좀비 속으로 직접 뛰어 들어간다. 한바탕 소동이 있은 후, 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아파트 8층으로 가기로 한다. 음식도 다 떨어져 이판사판이다. 


앞서 준우에게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고백했던 유빈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로프를 타고 창문을 통해 아파트 밖으로 뛰어내린다. 대. 단. 하. 다. 고소공포증을 이겨낼 만큼 이 상황이 싫었다 생각하고, '그렇다 치고' 넘어가야 했다.


좀비 소물로 들어온 뒤에도 영화적 허용은 계속된다. 그 많은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지만 '절대로' 물리지 않는다. 물론 주인공이 좀비에 물려 또다시 좀비가 된다면 영화가 끝나겠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다. 준우의 직업은 프로 게이머 정도다. 게임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하고, 개인 유튜브(같은 것)를 운영한다. 그리고 유빈의 직업은 정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산악인 정도일 듯한다. 그런 두 사람이 좀비를 향해 보여준 전투력은 대단하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 사진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이제 8층으로 올라가자. 그곳에는 또 다른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 이상하도록 과하게 친절한 한 남자가 두 사람을 맞는다. 물과 음식을 나눠주면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 충분하다"는 말도 한다. 역시 과하게 친절하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말이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은 먹지 말아라" 


재난 영화의 첫 번째 규칙이기도 하다. 과하게 친절한 사람을 경계하라. 상대가 물을 마신다고 긴장을 풀고 물과 음식을 배불리 먹는 준우와 유빈은 잠에 빠져든다. 그것이 단잠은 아니겠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여자인 유빈(사실은 전투력이 더 뛰어난)을 자물쇠로 잠겨있는 방에 가둔다.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감염자가 있다. 여기서 의문이 있다.


일단 8층에 있는 이 집은 '친절한 아저씨'의 집이 아니다. 가족사진은 아저씨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기가 있다. 주방에도 아기 젖병 등 아기 용품이 가득하다. 이 아저씨는 이 집에 어떻게 온 것일까. "너도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은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가족을 아저씨가 해치운 것이 틀림없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 사진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방에 묶여 있는 그 여자, 아저씨의 아내는 어떻게 죽은 채로 살아있는 것일까. 이 집으로 들어와 좀비가 됐다는 설정도, 좀비가 된 아내를 데리고 다녔다는 설정도 통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런 공격성을 보이는 여자를 묵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다. 너무 남발된 영화적 허용이다.


이밖에도 너무 많다. 마치 좀비들이 구조대를 기다리듯 느리게 전진하는 것이다. 주인공도 모르게, 조용히 등장한 구조 헬기, 절대 손은 물지 않는 좀비, 물면 감염이 되지만 타액이나 피 등 분비물로는 감염이 안 되는 듯한 설정(그렇다면 바이러스는 치아에 있나) 등 하나하나 꼽자면 피곤하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 사진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영화 속에서 설정한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좀비로 변하는 것은 대부분 비슷하니 '그렇다 치고', 독특한 것을 살펴보면 감염자들이 자신의 직업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생전에 했던 일이나 습관, 행동을 기억하고 그것을 하려는 특성이 있다. 119 구급대원은 줄을 타고 유빈의 집에 올라가 위기를 맞기도 하고, 아파트 경비원은 준우의 집 문을 자꾸만 연다(근데 이게 아파트 경비원만의 특징일까 역시 의문). 


<#살아있다>  규칙은 마차 두 생존자 준우와 유빈을 옥상에 올려다 놓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의 개연성이 죽어가면서 살아난 영화적 허용은 자신들의 규칙을 예외로 적용시키고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98분 동안 쫄깃함을 느끼며 즐기긴 괜찮다. 또 좀비 자체의 공포보다 외로움 고독 등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에 충실한 것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영화, 관객들에겐 참으로 불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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