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캐릭터 리뷰
한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차이나타운>에는 각기 다른 색을 지난 남녀가 등장한다. 끊임없이 쓸모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오로지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일영(김고은)과 꿈을 위해 생존하는 석현(박보검)의 이야기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은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진 이름이 일영인 아이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엄마라 불리는 여자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김고은이 일영을, 김혜수가 엄마 역을 연기했다.
일영은 코인로커 10번에서 갓난아이 시절에 발견됐다. 10번 라커, 곧 일영이 그녀의 이름이다. 생물학적 엄마가 아닌, 자신을 생존하게 만들어준 사람(김혜수), 또 모두가 엄마라고 부르는 그 사람을 엄마라 부르고 살아간다.
모두가 그랬듯 엄마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 앵벌이를 하다가 버려질 위기에 처했지만, 생명력이 끈질긴 이 아이 일영은 독하디 독하게 다시 엄마의 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품 안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간다. 일영의 인생은 잿빛, 어둠 그 자체다.
석현은 요리사다. 요리하는 것을 즐기고 누구에게나 따뜻하다. 단칸방에 있는 것은 빚뿐이지만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다. 돈을 받으러 온 일영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처음 본 여자의 얼굴에 난 상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빚만 남기고 사라진 아빠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에 무조건적인 믿음을 준다.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을 갖고 살아간다. 석현의 색은 밝은 노란빛이다. 꿈을 향해 달려가긴 하지만 희망은 없다. 하지만 석현은 노란빛을 내뿜는다. 석현은 희망 그 자체다.
잿빛의 일영과 노란빛의 석현이 만났다. 빚을 받으러 간 일영은 석현에게서 어색한 따스함을 느낀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따뜻하고 밝은 기운.
석현이 만진 것은 일영의 얼굴에 난 상처지만, 마음의 상처를 만진 것만큼이나 아픔을 느낀다. 찌릿한 아픈 만큼이나 자신의 상처를 들켰다는 불안함, 그리고 어색함. 그 어색함을 참을 수 없는 일영은 화를 내면서 자신의 아픔을 표현한다. 석현의 따뜻함은 일영에게 아픔이다.
이런 석현을 일영은 사랑했을까. 엄마는 일영에게 석현의 수술을 맡긴다. 빚을 갚지 않고 도망간 아빠를 대신한 죽음이었다. 사실 그렇게 빨리 끝낼 일은 아니었지만, 석현으로 인해 변해가는 일영을 다시 품에 안기 위한 작업이었다.
일영은 처음으로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기 보단 빛나는 석현을 지키기 위해서다.
석현을 향한 일영의 감정은 이성 간의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석현은 일영이 꿈꾸는 이상향과 같은 존재다.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는, 차이나타운에서는 쓸모없는 사치와 같은 꿈을 꾸는 소년 석현은 어쩌면 일영의 쌍둥이 형제 같은, 분신 같은 존재인 것이다.
프랑스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도, "도망가라"고 울부짖는 것도 일영의 울분도 모두 석현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을까.
석현을 향한 일영의 감정은, 타인에 대한, 남성에 대한 사랑이 아닌, 한 번도 품어 본 적 없는 자기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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