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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부비 Jul 08. 2020

<딥워터> 언니의 짜증이 더욱 큰 공포

공포스러운 <딥워터> 리뷰

영화 <딥워터> 스틸. 사진제공 찬란

수심 33미터 해저. 동생이 그곳에 갇혔다. 침착한 동생과 정신이 반쯤 나간 언니. 산소통 속 산소는 점점 줄어들지만 언니의 당황은 도저히 줄어들지 않는다. 수심 33미터 해저가 아닌, 짜증스럽게 예민한 신경을 가진 언니에게서 탈출하고 싶다. 영화 <딥워터> 이야기다.


이다와 투바는 어린 시절부터 해안에서 수영을 하고 지낸 자매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 투바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투바를 건져 올린 엄마는 "동생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이다를 타박하고 큰 트라우마로 남는다.


이미 성인이 된 두 사람은 겨울 다이빙을 즐기기 위해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해안으로 떠난다. 그 길에서 자동차가 고장 난 사람을 만나고, 사교성이 좋은 투바는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서지만 이다는 못마땅하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이다와 투바. 두 사람은 절벽에서 돌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장비와 물건을 보호하기 위해 절벽 구석으로 옮긴다. 동생 투바의 제안이었고, 나중에 이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 채 아름다운 심해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긴다.


영화 <딥워터> 스틸. 사진제공 찬란

즐거운 시간을 끝내고 막 육지로 올라가려는 순간 사고는 벌어진다. 바닷속으로 들어오기 전 떨어진 낙석이 이번에는 대량으로 떨어진 것이다. 큰 바위가 떨어지고 투바가 바위에 깔려 수심 33미터 해저에 갇히고 만다. 바위 때문에 길을 잃은 이다는 투바를 찾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고 겨우 찾은 투바는 바위에 깔려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다. 이때부터 이다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바위에 깔려 죽을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 투바는 정작 침착하다. 이다를 진정시키고 자신을 구할 방법까지 직접 찾는다. 하지만 산소가 문제다. 과호흡으로 산소통 속 산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사람은 과연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영화 <딥워터> 스틸. 사진제공 찬란

이 영화는 어린 시절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언니의 트라우마 극복기다. '수심 33미터 해저에 갇힌 동생을 구하려는 언니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라는 스토리를 지니고 있지만, 동생을 구하려는 언니의 모습보다 동생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언니의 모습이 더욱 많이 그려진다.


어린 시절 죄책감으로 어딘가 모르게 항상 날이 서 있는 이다는 사소한 문제와 상황에도 쉽게 짜증을 내고 흥분을 한다. 투바와 엄마만의 추억을 보고 갑작스럽게 화를 내고, 낯선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투바의 모습에 묘한 질투와 자격지심을 느낀다.


이다의 짜증이 폭발하는 것은 단연 투바가 바위 아래 깔린 뒤다. 상황은 많은 부분 투바로 인해 변수가 생기는데, 이때마다 이다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성이 아닌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차 트렁크를 열기 위해 뒷자리 시트를 칼로 찢는 행동이나, 돌로 내려쳐 트렁크를 열려고 하는 행동, 생전 본 적 없는 사람 집의 창문을 깨고 들어가, 집을 지키는 개를 해치는 장면 등은 이해하기 힘들다.


영화 <딥워터> 스틸. 사진제공 찬란

계속해서 반복하는 실수 역시 답답함을 높이는 행동 중 하나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실수가 생길 수는 있지만, 생명줄과도 같은 산소통을 몇 번이나 떨어트리는 장면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심해에서 벌어지는 공포는 다양하다. 미지의 생명체의 공격에서 오는 공포도 있지만, 심해 그 자체가 주는 공포도 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생명체의 공격에서 오는 공포는 손에 땀을 쥐는 공포로 시각적인 공포가 크다. 아무것도 없는, 무엇이 있을지 모를 미지의 세계에 홀로 있다는 심해의 공포는 심리적이다.


<딥워터>는 이 두 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못했다. 물론 이다에게는 투바가 죽을 위기에 빠졌다는 것만으로 죄책감, 트라우마에서 몰려오는 공포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언니의 짜증이 더욱 큰 공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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