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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부비 Jun 12. 2020

리뷰 | <페르소나-밤을 걷다> 이지은의 다른 얼굴

넷플릭스 <페르소나-밤을 걷다> 리뷰

<페르소나-밤을 걷다> 스틸. 사진제공 넷플릭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길을 걷고 있다. 차분한 음색으로 자신 언니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 여자. 죽는 순간 안간힘으로 마지막 숨을 쉬고 싶어서 입을 벌렸다면서 그 모습을 따라 한다. 남자와 여자는 순간 웃음을 터트린다. 카메라는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른다.


자신이 죽었다고 이야기하는 여자와 그 사실을 기억해 낸 남자. 덤덤하게 생각해 내다 곧이어 울음을 터트린다. 여자가 죽은 사실을 깨닫고 울음을 터트리는 남자의 등을 다독이며 차분한 위로를 건넨다


"야아. 왜 그렇게 울고 그래. 속상하게. 장례식장에선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더구먼. 너 눈물 한 방울 없길래 절교하려고 했어. 죽음 다음에 절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는 울고 싶지 않았다고 답한다. 왜 우는지도 모르는 남자, 자기 멋대로 죽은 여자. 두 사람은 관계가 점점 궁금해진다.


<페르소나-밤을 걷다> 스틸. 사진제공 넷플릭스

좋은 냄새를 풍기며 끼를 부렸다는 여자는 죽었지만, 흑백이지만 여전히 사랑스럽다. 적어도 이 남자에게는 그렇다. 끼를 부렸던 그 밤에도 꿈인 지금 역시 좋은 향기를 풍길 만큼 향기롭다.


점점 사라지는 여자는 조금 슬프다. 남자가 좋아서 끼를 부렸던 여자는 이미 죽은 자신이 사라지기 전, 꿈을 통해서라도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여자는 남자와 다시 한번 같이 있기 위해 찾았고, 꿈에서 깨어나면 기억하지 못할 키스를 나눈다.


과거에 두 사람은 아마도 사랑을 나눴나 보다. 밤 산책을 하며 살아 있던 시절, 사랑했던, 지금처럼 흑백이 아닌 찬란하게 빛났던 과거를 기억한다.


여자는 맛이 없었고, 남자는 맛있었다고 기억하는 와인을 한잔 하며 미소 짓지만 슬프기만 하다. 남자는 깨어나면 기억하지 못할 순간이라, 여자는 더는 남자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미끄러지듯 사라지고 있는 자신이라.


<페르소나-밤을 걷다> 스틸. 사진제공 넷플릭스

겨우 남자가 묻는다. 여자가 왜 죽었는지. 끝이 없이, 끝이 보이지 않게 외로웠다는 여자는 남자 때문에 외롭진 않았다고 했다. 남자를 제외한 자신을 아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모습에서 외로움을 느꼈다.


그렇게 여자는 부질없이 괴로워하고 외로웠다. 죽는 그 순간까지. 여자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고 평생 괴로워할 남자를 위해 여자는 차가운 위로를 건넨다.


이번에는 여자가 궁금해한다.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이야기로만 전해 들은 남자는 여자에게 해줄 말이 없다. 그래서 또 여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죽기 직전 잠깐 의식이 들었던 순간, 기를 쓰고 입을 다물었던 기억. 하지만 어떻게 죽었는지는 결국 기억나지 않는다.


죽어서도 끝없이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 여자와 꿈에서 깨면 사라질 기억이 두려운 남자.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두 사람은 하염없이 기억의 밤을 걸었다.


<페르소나-밤을 걷다> 스틸. 사진제공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페르소나-밤을 걷다>는 가수 아이유가 가진 화려함과 깜찍함을 모두 지워냈다. 차가우면서 건조한 영상은 배우 이지은의 또 다른 얼굴이다.


2019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페르소나>는 배우 이지은이라는 뮤즈가 4명의 감독의 페르소나로 변신하는 프로젝트다. [밤을 걷다]는 4개의 에피소드 중 마지막이고, 지금까지 봤던 이지은과 가장 거리가 먼 모습으로 호평을 받았다.




<페르소나> 정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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