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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BRIDGE Nov 12. 2016

무비 브릿지 - 레 미제라블(2012)

군중의 목소리가 갖는 힘

There was a time we killed the King
We tried to change the world to fast.
Now we have got another King,
He is no better than the last.

 영화 중반부, 파리 빈민가의 소년 가브로쉬가 부르는 넘버의 한 구절이다. 이 짧은 구절 안에 당시 프랑스인들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자유와 평등은 다시 한 번 꺾였으며, 애써 끌어내린 부르봉 왕가는 다시 돌아와 왕좌에 앉은 상황. 영화는 그 당시 절망적인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의 몸부림을 그린다.

 영화 초반부는 절망 그 자체다. 장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생활비를 위해 하루종일 공장에서 착취당하고도 돈이 없어 머리를 깎아 판 팡틴. 온갖 더럽고 추잡한 짓을 해서라도 돈을 벌고자 꿈틀거리는 테나르디에 부부. 그것이 당시 파리 시민들의 슬픈 초상이었다.

빈민들을 외면하는 부르주아

 그리고 그런 처절한 사람들이 모여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저항할 때,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는 극에 달한다. 특히 혁명 전날, 'One Day More'에서 'Do You Here the People Sing?'으로 이어지는 명곡의 향연은 뮤지컬 영화 역사상에 남을 시퀀스들이다.


 위에 말한 그 장면들이 그토록 큰 힘을 얻을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여러 인물들이 모여 부르는 단체곡이었기 때문이다. 핍박받던 평민들이 모여서 '우리 역시 사람이다'며 부르짖는 그 모습. 각기 다른 개인들이 한 뜻을 가지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비교대상을 쉬이 찾을 수 없는 크나큰 감동을 준다.

 군중의 노래에는 힘이 담겨 있다.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내 같은 노래를 웅얼거리게 만드는, 같이 부르는 이들을 든든하게 만들고 하나로 모으는 그런 힘이. 그 덕에 민중가요는 늘 군중들의 가장 큰 무기가 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민중가요와 함께 민주화를 이루어 냈는데, 우리의 부모님은 아침이슬을,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르며 끝끝내 군사정권을 끌어내렸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6년, 민중들은 또다시 노래를 무기삼아 횡포를 일삼던 이를 몰아냈다. 이화여대의 학생들이 한 마음으로 모여 투쟁한 끝에, 결국 최경희 총장은 물러났다. 그렇게 우리는 30년만에 다시 조그만 승리를 일구어 냈다.

https://youtu.be/Lo3UMxYFNW0

이화여대 시위 현장에서 학생들이 부르는 "다시 만난 세계"

그리고 지금, 11월 12일에 우리는 다시 한 번 거대한 골리앗에 도전한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피흘려 얻어 낸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그네들에게, 하나로 모인 민중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뭉쳤다. 이번에도 군중의 함성은 하늘에 닿을 것이며, 역사가 기억할 것이다.

 끝으로 'Do You Here the People Sing?' 이야기와 함께 글을 마치려 한다. 많은 사람들은 'Do you here the people sing? singing the song of angry men' 으로 시작하는 곡만을 기억한다. 군중의 한과 분노를 담은 노래로 말이다. 그러나 그 뒤에 이 곡이 한 번 더 나오는데, 사뭇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ay, do you hear the distant drums?
It is the future that we bring
when tomorrow comes!

우리의 노래가, 우리의 한 뜻이 새로운 내일을 가져오리라는 희망. 그리고 그 새로운 내일에 대한 믿음. 그것이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는 이유고,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아무쪼록 새로운 내일을 위해 움직이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전해주고 싶다. Tommorow C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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