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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 BRIDGE Oct 31. 2016

무비 브릿지 - 닥터 스트레인지

마블의 새로운 시도. 하지만 마블이라 아쉽다.

 마블 스튜디오가 또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었다. "아이언맨" 으로 메카닉물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로 전쟁 영화와 정치 스릴러를 보여줬으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앤트맨"으로 스페이스 오페라와 범죄 활극까지 섭렵한 마블이 이번에는 '마법'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그 결과는 현대식으로 세련되게 해석된 SF 영화. 인셉션과 인터스텔라가 저절로 떠오르는, 동시에 그들 못지 않은 화려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영상 연출 쪽에서 걱정이 됐던 게 사실이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나온 삼단빔 연출이 나올까, 아니면 마법이라는 낯선 설정을 과하게 현실화 시켜 식상한 액션이 나올까 하는 우려들이 있었다. 하지만 마블은 그 우려를 덜어 주었다. 새롭지는 않아도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본인들의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마법사들의 전투를 공간 왜곡과 무기를 이용한 근접 전투로 세련되게 풀어냈으며, 설정도 큰 무리 없이 세계관에 녹여 냈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점은 단연 영상미다. 에이션트 원과 스티븐 스트레인지와의 조우 장면에선 "앤트맨"의 후반부에 나왔던 사이키델릭한 영상미를, 각종 전투 씬에서는 "인셉션" 에서 눈을 깜박이지도 못하게 만들었던 그 공간 왜곡 연출을 선보였다. 영상을 보면서 내가 2D로 본 것이 후회될 만큼, 멋진 영상이었다. 만약 아이맥스로 봤더라면, 적어도 3D로 봤더라면 차원이 다른 시각적 체험을 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 정도로 영상미에 있어서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비단 강렬한 특수효과를 제외하고도, 컴버비치와 닥터 스트레인지 사이의 싱크로율, 히말라야의 우월한 자연 경관, 그리고 수술대 위의 긴박한 비주얼까지. 영화는 매 장면마다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 초현실적인 비주얼을 통해 관객을 압도한다.

 그렇다고 영화가 잭 스나이더나 마이클 베이의 그것처럼 눈뽕에만 치중한 것도 아니다. 시간, 그리고 운명에 대한 감독의 주제의식도 어느 정도 충실히 전달한 편이다.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지만, 필자는 시간을 운명으로 해석하고 싶다. 급작스레 찾아온 손 부상이라는 운명, 언젠간 맞이하게 될 죽음이라는 운명. 운명의 흐름은 참으로 거대해서 일개 인간으로서는 맞서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 괜찮아질 것' 이라는 시계 위의 문구처럼,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 그것은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힘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운명을 받아들이되, 그 앞에서 무릎을 꿇기보다는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무턱대고 운명을 부정해서도, 그렇다고 운명의 힘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 보고 몸을 맡겨서도 안 된다. 도르마무나 영화 초반의 스티븐 스트레인지의 경우는 전자의 실수를, 모르도는 후자의 실수를 대표한다. 그에 비해 운명에 순응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한 에이션트 원이나 영화 후반부의 닥터 스트레인지는 스스로를 극복하고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관객은 감독의 메세지를 은연중에 받아들이게 된다.


 다만 영화는 마블의 이전 성공작에 비해 빈틈이 많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식상하다'는 점이다. 영상미는 화려하지만 놀란이 이미 보여줬던 그것이며, 플롯 역시 일반적인 오리진 스토리와 다름없었다.  베니는 로다주의 세대교체를 안배한 듯, 꾸준히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연기를 선보였고, 심지어 곳곳에 배치된 유머조차도 토니 스타크와 묠니르가 보여 줬던 그것과 진배없다. "어벤져스"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선보인 신선함이,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사라지고 말았다.


 또한 지난 2011년 "아이언맨2"나 "토르" 에서 이미 범했던, 스토리상의 구멍이 이번에도 발견됐다. 에이션트 원의 심리 묘사는 부족했으며,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괴로워하는 부분 역시 상당한 생략이 있었다. 아무리 설명충식 연출을 지양하는 마블이라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친절했을 필요도 있지 싶다. 오리진 스토리이고, 마블 세계관 확장의 초석인 만큼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 것이 보인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한 편의 영화라기보단, 잘 만든 캐릭터 쇼케이스처럼 보였다. 최근 5년간 수작들과 명작들을 만들며 히어로 영화계에 큰 획을 그었던 마블 스튜디오기에, 그런 아쉬움이 많이 남는지도 모른다.


 마블이 여지껏 벌려 놓은 세계관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 사이에 "스파이더맨: 홈커밍", "블랙 팬서", "토르: 라그나로크" 와 같은 영화들을 선보일 텐데, 부디 이번처럼 시리즈를 위해 작품의 희생을 감수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총평: 마블이기에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 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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