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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초이 Dec 11. 2019

수학과 예술은 늘 우리 곁에

성장과 예술, 그리고 피보나치수열. 이종상과 빈센트 반 고흐

한 쌍의 새끼 토끼들이 있다. 만약 각 쌍이 두 달 후부터 매달 새끼 토끼를 암수 한 쌍씩 낳고 절대로 죽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1년 후에는 몇 쌍의 토끼가 있겠는가?


1202년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쓴 저서 <산반서(피보나치가 이 책을 쓰기 훨씬 이전에 수열은 이미 인도 지역에 알려져 있었다(참고).)>에 나오는 이야기로 유명한 문제입니다. 나는 애초에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의 준말)이기 때문에 수학에는 관심 없지만 피보나치에는 유독 흥미를 느꼈습니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술을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지하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우리의 존재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우주 속에 사람보다 작은 꽃에게도 수학적인 비밀이 들어있습니다. 수많은 별들이 모여 구성된 은하의 모습에도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담겨있습니다. 우주의 은하계도, 선인장도, 조개껍질도 자랍니다. 성장과 예술, 그리고 수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우선 문제 수의 항은 1, 1, 2, 3, 5, 8, 13, 21, 34, 55, …. 이 됩니다. 이 수열에 속한 수를 피보나치 수라고 합니다. 처음 두 항을 1과 1로 한 후, 그다음 항부터는 바로 앞의 두 개의 항의 합으로 만들어지는 방식입니다. 이것을 언급한 이유는 피보나치 수열이 수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더 나아가 미술과 건축,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기 때문입니다. 두 항의 합이 뒤의 수가 되는 이 독특한 특징은 뒤의 수를 바로 앞의 수로 값을 나누게 되면 황금비율이라고 알려진 1.618034… 에 근접하며 항의 개수가 많을수록 그 비율이 점점 황금비에 가까워집니다(참고). 

백합과 아이리스, 붓꽃은 3개의 꽃잎이 있고 미나리아재비는 5개의 꽃잎을, 코스모스는 8개의 꽃잎을, 금잔화는 13개의 꽃잎을, 애스터는 21장의 꽃잎을 갖습니다. 데이지는 13개, 21개 또는 34개, 55개의 꽃잎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뿐만 아니라 솔방울에서도, 꿀벌의 가계도에서도, 조개의 나선형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참고). 


어떤 이들은 황금비가 마케팅의 한 수단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몇몇 학자들은 예술가들이 황금비를 이용해 일부 작품을 만들었는지 그 유무에 대해 논쟁 중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클로드 드뷔시의 <바다> 등이 있습니다. 피보나치수열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작가로는 후안 그리스와 지노 세베리니, 살바도르 달리가 있습니다(참고). 


좌 오만원권의 영정 신사임당, 우 오천원권의 영정 율곡 이이

사진 출처 : 한국은행 


조상들은 어떻게 이런 비율을 찾아내고 또 이용했을까요? 

피보나치수열처럼 수학과 예술은 언제나 그랬듯이 늘 우리 곁에 있었고 스며들어 있습니다. 당장 우리 지갑 속을 들여다만 봐도 그렇습니다. 국혼(國魂)의 상징, 화폐의 인물을 품고 다니지 않습니까? 당대의 걸작을 그리신 이종상 화백의 작품을 매일 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종상 화백은 오천 원 권의 율곡 이이, 오만 원 권의 신사임당 모자(母子) 영정을 그렸습니다. 전 세계에서 화폐에 모자를 그린 작가는 이종상 화백이 유일하다고 합니다(참고). 


<독도의 기 Ⅱ>, 89x89cm, 1982 / 이종상

사진출처 : 네이버캐스트 | <한국미술 산책> 지상헌 미술평론가


이종상 화백은 1977년 처음 독도 땅을 밟은 이래 500점이 넘는 독도화를 남겼는데요. 그중 <독도의 기 Ⅱ> 작품에서도 피보나치수열의 형태와 일치하고 있습니다. 이종상 화백이 의도하고 그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수묵화 속의 독도와 자연이 만든 앵무조개 나선이 수학적 질서 속에 일치하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왜 수학적 질서가 미(美)와 연결되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플라톤의 아름다움의 세계관은 기하학적 도형과 그 속성인 수학적인 비례를 통하여 감각적인 것보다 이상적이고 초월적인 예술 세계를 구성했습니다(참고). 플라톤은 아름다운 인체에 반영된 수학적 질서를 발견하는 것이 진리를 찾는 첫 번째 단계라고 했지요. 수학적 질서는 진리로 나아가는 과정 중 하나이기에 중시되었던 것입니다(참고).



<해바라기 시리즈(F456)>, 91x72cm, 1888 /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는 왜 그렇게 해바라기를 줄기차게 그렸을까요? 고흐는 해바라기의 꽃 머리에 붙은 씨의 배열이 피보나치수열을 따른다는 것을 알았을까요? 해바라기는 피보나치수열에 따른 비율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식물로 지금에서야 잘 알려져 있지만 당시의 빈센트 반 고흐는 몰랐을 겁니다. 해바라기 씨앗은 중심을 향하여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 나선형으로 얽혀 배치되어 있는데, 한 방향으로 21개일 때 반대 방향으로 34개, 한 방향으로 34개 일 때 반대 방향으로는 55개의 씨앗이 존재합니다(참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씨앗들은 서로 뭉쳐 비바람을 견딥니다. 해바라기는 고흐의 꽃이라 불릴 만큼 대표하는 작품으로 남아있습니다. 생전 총 12점의 해바라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중 <꽃병에 꽂힌 해바라기>라는 주제를 기준으로 총 7점의 그림이 있는데 7점 모두 구도는 거의 똑같으나 해바라기 개수가 3개, 12개, 15개로 차이점이 있습니다. 해바라기 주제의 작품 7점 중 1점은 소실되어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그림은 6점입니다(참고). 해바라기 꽃을 유달리 좋아했던 고흐는 화실을 노란색의 해바라기로 가득 채우고 싶어 했습니다. 희원과는 달리 두 점만을 고갱이 쓸 방에 걸어두었죠. 그는 자신이 본 것을 재현하려고 노력한 것뿐만 아니라 '더욱 강렬하게 나를 표현하기 위해' 색채를 임의적으로 사용했습니다. <해바라기> 연작은 노란색에 대한 연구입니다. 노랑은 햇빛과 행복, 포근함을 의미하며 기쁨과 기대감을 반영하는 색이지요. 


어느 날 선선한 바람과 맑고 투명한 구름 아래 생각 없이 거리를 걷다, 거칠게 피어있는 야생화를 보았을 때 '예술이다.'라고 감탄할 수 있는 그 감수성, 아우라(aura)를 느낄 수 있음에 예술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세라핀의 생각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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