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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건조 Aug 17. 2021

<앙케이트 1> 당신의 첫 직장은 어디인가요?

『어쩌다 영화』멤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주성철 영화기자

   영화잡지 <키노>. 

   영화 팬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MBC 라디오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에서 영화를 소개하고, 그전에 영화잡지 <로드쇼>를 이끌었던 정성일 평론가의 열혈 팬으로서 그가 편집장으로 있던 <키노>에서 일하게 된 것만으로도 ‘성덕’이 된 기분이었다. 물론 그때의 일상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거의 매일 밤을 새며 기자들이 마치 합숙하듯 똘똘 뭉쳐 글을 써나가던 날들이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치열하게 갈등하던 때이기도 하였으나, 이제 와서 그런 기억까지 남들 보라고 쓰고 있으니, 그냥 좋았던 시절로 남겨두련다.




   이화정 영화기자

   대원동화. 

   계열사인 출판 쪽 ‘기자’ 시험을 봤는데 정작 애니메이션 수입, 기획 파트에서 채용 연락이 왔다. 영상 분야 까지 사세를 확장하는 찰나였다. 대표님의 직원 채용 기준이 떠오른다. “오타쿠는 안돼.” 엄연히 회사인데 일을 해야지 제 욕심 차리면 되나...... 대략 이런 의미. 암요! 동의의 뜻으로 예를 한껏 갖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렇게 덕력을 위장한 채 무사 입사. 출근해서 매일 ‘보카시’ 처리 하지 않은 원본 그대로의 <슬램덩크> <세일러문> <포켓몬> <천공의 성 라퓨타>를 닥치는 대로 골라 봤다. 천국이었다. 만화방이나 비디오방에 취직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김미연 PD

   MBC가 드라마왕국, 예능왕국이라 불리던 2000년에 MBC에서 PD로서 첫발을 내딛음.

   당시 대한민국 최고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 막내 조연출이었는데 하루는 행정팀에서 콜이 왔다. 달려가보니 엄마가 회사로 전화해서 “거기 김미연이라는 아이가 출근하는 거 맞냐”라고 확인 전화를 하셨댄다. 하도 집에 안 들어오니(그날이 일주일이 되가던 날이었다) 엄마는 내가 어디선가 신나게 놀고 있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집에 좀 들어가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었지만 그렇게 나의 근무 상태를 확인하신 우리 엄마는 그 이후 다시는 회사에 확인 전화 같은 건 하지 않으셨다. 




   김도훈 영화기자

   집 앞 어린이 영어교실.

   내가 “삭스”라고 하면 “티쳐. 노노. 속스! 속스!”라고 외치던 뉴질랜드 출신 꼬맹아. 이젠 ‘속스’를 스스로 쏙쏙 신는 나이가 되었겠구나. 영화도 속속들이 잘 챙겨보는 어른이 됐길 바라.




   배순탁 음악평론가

   강앤뮤직

   음반사 다니면서 회사 돈으로 칸(깐느) 3번 갔다. 이 정도면 개이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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