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헤어지지 말아요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거름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수업시간에 이 시를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여기서 '님'은 조국을 뜻하는데... 어쩌구 저쩌구....
여기서 '님'이 조국을 뜻한다는 말에 '님의 침묵'은 저 멀리 관심 밖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렸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다시 읽어보니 심금을 울립니다.
여기서 님은 그저 님이었습니다. 님이 조국이건 말건, 빼앗긴 들이던 말던.
불교의 경전 '대반열반경'의 가르침,
회자정리, 거자필반, 생자필멸.. 은 모두 헤어짐에 관한 얘기가 아닐런지요.
그러니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 겠지요.
만남에도, 심지어 반드시 죽을 자신의 몸에도.
그게 번뇌로 부터의 해탈이라는.
하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그럴 바에는 살아 무엇하나요.
사는 동안에 맘껏 집착도 해보는 거 아닌지요.
단,
서로 끌리는 동안에는 말이에요.
그렇지만 한 쪽에서 그 끌림이 없어지는 날
마치 늘 '대반열반경'을 읊조렸던 사람처럼
돌아서 가는 사람을 축복해 주는 거에요.
(쉽지는 않겠지만 이를 악물고 노력해봐요.)
사랑이 올 때
신현림
그리운 손길은
가랑비같이 다가오리
흐드러지게 장미가 필 땐
시드는 걸 생각지 않고
술 마실 때
취해 쓰러지는 걸 염려치 않고
사랑이 올 때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리
봄바람이 온몸 부풀려갈 때
세월 가는 걸 아파하지 않으리
오늘같이 젊은 날, 더 이상 없으리
아무런 기대 없이 맞아하고
아무런 기약 없이 헤어져도
봉숭아 꽃물처럼 기뻐
서로가 서로를 물들여가리
우리 서로 끌리는 동안만 헤이지지 말아요.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말아요.
그저 끌리는 동안만 옆에 있어주면 되요, 딱 그뿐이에요.
그렇게 봉숭아 꽃물처럼 기뻐 물들어가 다가가... 겨울이 오고.. 물든 손톱이 자라 없어지면
그때 헤어져요.
그때 헤어져요.
그때까지는 헤어지지 말아요.
그때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