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환된 서편제
나 술장사한다 했잖아.
술장사를 하면서 오히려 술을 잘 안 먹어.
근데 어제 손님과 술을 많이 마셨어.
왜 그렇게 많이 마셨는지 말해보려고 해.
나랑 술을 마신 손님은 사회인 야구단 감독님이셔.
야구사랑이 정말 대단하시지.
난 우리나라 프로야구단이 몇 개 있는지도 잘 모르니
야구얘기 때문에 필 받아 술을 먹은 것은 아니야.
그럼 뭣 땜시 안 먹던 술을 그리 마셨느냐?
바로 '나의 아저씨' 때문이야.
이 손님은 최근에야 '나의 아저씨'를 봤지 뭐야.
보게 된 계기는 일주일 전 우리 가게에서 만난 리틀야구단 출신 손님의 권유로.
물론 나도 옆에서 적극 권유했지.
근데 일주일만에 '나의 아저씨' 다 보고 오신거야.
어제 우리는 주제가 '어른'을 들으며 술잔을 부딪혔어.
손님은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과 동갑이래.
손님은 '나의 아저씨' 보면서 많이 울었대.
근데 이 손님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운 것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래.
가장 최근에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운게 언제인지 듣고 까무라칠뻔 했어.
'나의 아저씨'를 보고 흘린 눈물이 얼마나 값진 눈물인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
바로 영화 <서편제>를 본 이래 처음 흘리는 눈물이래.
선편제라 함은 임권택감독님의 영화로 93년 4월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에 멀티플렉스가 없던 시절
지금은 없어진 단성사라는 극장에서 개봉해 그 당시 흥행순위 1위에 올랐던 영화야.
그러니까 이 손님이 박동훈과 동갑이니 74년생.
그러니까 이 손님이 20살, 막 대학생이 되어 본 영화라는 얘기야.
그 후 처음 흘린 눈물이 바로 '나의 아저씨' 라는 얘기야.
이러니 내가 술을 안 먹을 수 있었겠어.
우리는 술잔을 부딪히며 이지안 얘기를 많이했어.
손님은 놀랍게도 아이유를 잘 몰랐대.
한 때 국민여동생으로 불리며 현재는 최고의 뮤지션인데 말야.
그저 이렇게 말하더라고.
술 사달라고 하면 진짜 술과 밥을 사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이지안에게 술을 못 사주는대신 손님은 내게 술을 자꾸 따라줬어.
나는 따라주는 족족 잔을 비웠지.
왜냐하면
오랜만에 지안과 함께 온 이 손님과 술을 안 마실 수가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