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금 _ 2021년

by 이게바라

뿌연 하늘



올해는 벚꽃이 빨리 폈다.

여기 ‘달빛동맹’ 앞 아파트 화단에 벚나무 몇 그루가 심어있다.

어제는 벚나무에 꽃망울이 몽글몽글 피어나더니만,

오늘 마술처럼 활짝 벌어졌다.

곧 만발한 벚나무 꽃잎이 흩날리며 마술쇼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달빛동맹’ 문을 연 후에 네 번째 봄을 맞는다.


이맘때 여기 이 자리에서

네 번째 벚꽃을 본다.

낮에도 보기 이쁘지만 밤에 가로등 불 아래 벚꽃은 참 보기 좋다.

그렇게 하염없이 매일 밤 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꽃잎은 후드득 떨어져 버린다.

올해도 기필코 핀 벚꽃은 처절하게 단숨에 질 것이다.


내년 이맘때 여기 이 자리에서

다섯 번째 피는 벚꽃을 보는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한 번이라도 필 수 있을까?

가벼운 바람에 잎이 떨어질지라도

보슬비에 잎이 꺾일지라도

단 한 번이라도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단 한 번만이라도



씨발 좆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고 꽃피는 걸 보니 감성적이 되었다.


단 한 번은 의미 없다.


피고 지는 벚꽃처럼 무한 반복만이 가치 있는 것이다.

이를 니체는 영원회귀라 했는가?


내 삶은 단 한 번이기에 어떠한 선택도 그저 한순간 휘발되어 날아가는 가벼움.

그 이상의 의미는 아무것도 없는 가벼움.

충분히 참을 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


그런데도 이렇게 지랄 맞고 병신같이 간절히 바라고 염원한다.


단 한 번만이라도


--------------------------------------------------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린

오늘은

블랙위로데이(black慰勞day)


블랙위로데이 ; 이 말은 내가 방금 만들어낸 말로, 나의 동료가 나에게 짜장면을 사주며 나를 위로한 날을 기리기 위함이다.

나의 동료는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내가 친구로 생각하는 이로, 그도 영화를 찍기 위해 부단히 정진 중인 친구이다. 내가 제작자에게 까인 사실에 함께 안타까워하는 친구이다. 특이사항은 현재 코로나 방역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맛깔스런 짜장면과 탕수육을 배를 채운 나는 화장실로 향해 볼일을 본다.


먹고, 싸고를 반복하는 나는 적어도 영원회귀를 몸소 실천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3월 25일  목 _ 20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