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수 _ 2021년

by 이게바라

파래도 너무 파란 하늘



길 건너 벚꽃잎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길 가는 행인들 벚꽃 아래 잠시 머물다 간다.


활짝 핀 벚꽃과는 1도 어울리지 않는 시커먼 사내가 아직 문도 열지 않은 가게를 찾았다.

성격도 급해 셔터를 올리고 나를 기다린다.

그는 내 오랜 영화 친구로 흔히 말하는 망한 영화의 감독이다.

그가 나를 찾는 이유는 화딱지가 나서였다.

제작자와 새로운 아이템을 갖고 조율하다가 일방적으로 묵살당했다고 한다.

제작자는 나름 일가를 이룬 프로듀서고 그는 망한 영화의 감독이니 무게의 추가 어디를 향하고 있을지는 안 봐도 알 수 있다.


그와 나는 영화사 이삿짐을 나르며 처음 만났다.

나는 그 영화사의 연출부였고,

그는 영화를 하고 싶어 영화사를 기웃거리며 면접을 보러 다닐 때였다.

그 당시 내가 지어주고 나만 불렀던 그의 별명이 있었다.

아직도 나는 이 별명으로 그를 부르고는 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당시 막내 연출부였던 그는 남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더 나아가 맘대로 일을 했다.

막내 주제에 자기 맘대로 일한다 해서 붙여준 별명이었다.


연출부 막내 때도 그리 당당하던 친구가 풀이 죽어 가게를 찾은 것이다.

좋은 집안에서 자라 하고 싶은 영화 하면서 거칠 것이 없이 자란 그이지만,

인생 맘같이 되는 것 하나 없다.

항상 그것이 문제다.

인생 맘처럼 되지 않는다.

그럴 리가 없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그가 해가 지지도 않은 시간에 맥주를 벌컥 마신다.

가게에 손님이 오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그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제작자를 만났지만 어떻게든 잘 해보겠다며.

다시 맘을 추스리고 해보겠다며.

의욕을 다시며 일어난다.


한때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었던 그에게.

다시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 되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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