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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Mar 17. 2022

12월 18일  금 _ 2021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첫날 첫눈이 쏟아진다.     


https://youtu.be/qZOLmcppInQ

 

첫눈이 화끈하게 쏟아지는 걸 보니, 

올겨울은 춥겠다. 

눈도 많이 오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영업시간이 밤 9시로 제안되었다. 

그것은 곧 나에게는 영업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지금도 불 꺼진 가게 안에서 눈을 바라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서로에게 바이러스가 옮기지 않게 거리를 두란 얘기다. 

이참에 나는 나와 거리를 두고 나를 바라본다. 

분명한 건 나는 내가 원했던 내가 아니다.    

  

나의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 주제곡 ‘어른’의 가사는 이렇다.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내가 원했던 나는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으므로, 

적어도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내가 원했던 나와 여기 이렇게 첫눈을 바라보는 나는, 

분명 다른 사람임에도 같은 사람이다. 

같지만 다른 나를 나는 나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나는 내가 원하는 내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니. 

다시 눈을 감고 원하는 내가 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꾸지 않겠다. 

눈을 뜨겠다. 


내가 원했던 나와 손절하겠다.

원하는 내가 될 수 없는 나와 손을 잡겠다. 


다시 말해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      

나에게 바라는 게 없는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는 낙오자의 모습이 되겠지만 

그 낙오자를 온전히 나로 바라봐준다면 

나는 고통 없이 일어나서 다시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나는 다시 일어나 걷고 있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나로. 

낯설지만 그 모습이 낯익은 내 모습이란 걸.     


눈을 감으면 내게 보이는 내 모습

지치지 말고 잠시 멈추라고

갤 것 같지 않던 짙은 나의 어둠은 

나를 버리면 모두 갤 거라고     


나란 이야기의 엔딩은

내가 원했던 나를 버리고, 

내가 원했던 나를 뒤로 하고 걸어가는 내 모습에서..... 나란 이야기는 끝난다. 

그 마지막 장면에서 

하늘에 구름이 벗겨지며 해가 환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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