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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게바라 Mar 30. 2022

1월 20일  목 _ 2022년

오늘 본 영화는 <Phantom Thread 2017>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발견하고는 그동안 제가 영화에 참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도 몰랐고, 이 영화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은퇴했는지도 몰랐습니다. 심지어 이 영화가 감독이 폴 토마스 앤더슨의 신작 인지도 몰랐습니다. 

그에게 미안한 마음에 해가 지기를 기다린 후 방을 어둡게 하고 최대한 집중해서 보기로 합니다. PTA, 그가 누굽니까? <부기나이트 1999>에서 눈여겨보다가 <매그놀리아 2000>에 기겁했으며 <펀치드렁크 러브 2003>를 매료되었으며, <데어윌비 블러드 2008>에 무릎을 꿇었던 감독, 제가 진정 좋아했던 감독이었습니다. 근데 <인히어런트 바이스 2015>를 극장에서 놓친 이후부터는 그와 조금 멀어져 갑니다. 

이 영화를 보고 그의 행적을 돌아보다가 알게 된 사실은 곧 그의 새 영화가 개봉한다는 사실입니다. 얼핏 내용을 엿보니 20대의 사랑을 다룬 영화라는 것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감독이 풋풋한 영화를 만들고자 욕심내다가 헛다리 짚는 경우를 적잖이 봐와서 그러합니다. 

그는 섬광처럼 한 시기를 번뜩였습니다. <마스터 2013>까지 그 섬광의 빛은 눈을 멀게 할 정도였다면 그 이후 빛이 잦아드는 느낌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그러합니다. 

도저히 좋게 봐줄 수가 없네요. 그의 영화가 아니라면 흥미롭게 봤을 터이지만 그의 영화라고 생각하니 더없이 맥 빠지는 영화입니다. 더욱이 아쉬운 것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이 영화로 배우인생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라는 기가 막힌 배우의 은퇴작으로 적격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최고의 드레스 만드는 것에 영혼을 바치던 ‘우드콕’이 뒤로 밀려날 때쯤, 자신에게 독버섯을 먹이는 여자의 품에 안기는 모습은 서슬 퍼런 명검이 스스로 할복하는 이미지입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모습도 투영된 것 같아요, 일보다는 삶에 자체에 무게를 더 두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천재감독이 아빠가 되고 남편이 되는 것... 그것이 그에게는 독버섯을 먹는 것과도 같은 의미가 아닐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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