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 영화를 5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들여가며 볼만한가? 그 시간이 정말 ‘행복한 시간’인가?
이 영화를 하루에 다 보지 못하고 몇 번이고 졸기를 반복하다가 오늘에야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감독이 궁금해집니다.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뭐지? 이 사람.
그러고 보니 이 감독에게는 감독보다 사람이라는 호칭을 쓰게 되네요.
이 감독은 영화와 일상. 감독보다 사람. 그 경계에 서 있는 사람 같습니다.
영화는 수단일 뿐, 그는 하고 싶은 얘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가 하고픈 얘기는 - 한 편밖에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나 <해피아워>를 보면 '관계'에 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친절한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은, 네 친구가 함께 놀러 가서 폭포 앞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이 있습니다. 물론 이 장면 이후 서로의 이름을 다시 말하며 소개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지만 제가 뽑고 싶은 장면은 그녀들의 사진을 찍어준 여인. 이름이 '폭포'라서 폭포를 보러 여행 다니는 여인을 다시 만나는 장면입니다. 그녀는 준과 버스에서 다시 재회하죠. 그 장면에서 그녀는 준에게 자신의 아버지 얘기를 합니다. 거짓말을 일삼았던 자신의 아버지 얘기를 털어놓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거짓말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살아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저는 이 거짓말이 실은 관계 속에서 늘 통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런 거짓말은 늘 하게 됩니다. 이런 거짓말은 어떤 상황을 거짓으로 꾸며대는 데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이 거짓말에 포함됩니다. 일테면 자신의 감정이 상대방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아서, 혹은 자신의 감정이 드러나면 상대가 자신에 대해 실망할까 봐서 등.
마치 딸에게 할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는 아버지처럼 말입니다.
그 뜻은 좋은 의도였으나 그것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버리면 건널 수 없는 관계의 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관계 속에 ‘해피아워’의 주인공들은 관계의 파국을 맡게 되는데요, 이 영화의 파국은 관계의 수면 아래에서 수줍게 일어납니다.
맞아요, 실제 우리네 관계 속에서의 균열은 서로 상처 주지 않으려 조심하면서도 얼마든지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