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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월 _ 2025년

띄어쓰기 어 어딘가에서.....

by 이게바라

훗날 지금의 대한민국을 국사책에 기술한다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인 윤석열이 일으킨 친위 쿠데타는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실패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4개월이 지난 뒤 탄핵이 인용된다.


현재 우리는 저 문장의 단어와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역사의 흐름 속에 본다면 찰나와 같은 순간일 텐데, 이리 더디고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이미 탄핵의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악>은 참 보잘것없고, 순박하고, 심지어 약했던 거 같습니다.

한데 지금 <악>의 모습은 어떤가요?

저는 지금 그 이빨을 드러내는 <악>의 모습이 너무 무섭고, 무섭고,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악>은 ‘전부’입니다.

예외가 없이 ‘전부’라는 것에 절망합니다.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들은 똑똑했고, 공부를 잘했기에 부모에게는 귀여움을, 주변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들은 무럭무럭 자라 이 나라의 시스템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동창, 선후배, 동료로 서로를 아끼며 이끌고 밀어줍니다.

예외 없이 ‘전부’입니다.

그들은 양복에 넥타이 매고는 점잖게 목소리 깔고 정의, 선, 법을 앞세웁니다.

우리는 그들의 말이라면 신뢰하고 믿었습니다.

그 이유는 명쾌했습니다.

서울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검사라는 이유로,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장관이라는 이유로.

그 이유는 타당하고 마땅했습니다.

‘전부’입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우리는 '전부'를 욕망했습니다.

'전부'는 우리의 욕망을 닮았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고, 무섭고, 무섭습니다.


계엄이 실패했음에도 이리 질기고 뻔뻔하고 무데뽀인 것을.

아직도 이 지경이 된 '전부'를 욕망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이

무섭고, 무섭고, 무섭습니다.



2025년 3월의 마지막 날

아직도 헌법재판소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역사의 흐름에서는 띄어쓰기 한 칸도 아닌 어느 지점에 지나지 않을 텐데,

전부’도 예외도 아닌 저 같은 미물은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역사책의 한 줄도 채 되지 않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 그 어디 매일뿐.



싸움에 이겨

‘전부’가 본 모습을 감추고 아닌 척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봅니다.




오늘 4/1 탄핵 선고일이 공표되었습니다. 기다렸던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역사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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