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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금 _ 2025년

앞으로 기술될 역사책의 한 줄은 사이다처럼 시원하길.

by 이게바라


지금은 역사책의 한 페이지 단어와 단어 사이 어딘가에 지나지 않는다.


헌재에서 선고일이 나오지 않아 답답할 때 했던 생각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지금은 역사책에 한 줄로 끝날 문장일 뿐입니다.

오늘 4월 4일 오전 11시 22분에,

역사의 한 문장을 끝내는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 한 문장은 참 기분 좋게 마침표를 찍었지만,

겨우 한 문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역사는 계속해서 기술될 겁니다.

앞으로 기술될 역사에 겁부터는 나는 것은 왜일까요?

저도 계몽되었습니다.


<악>의 실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악>은 삼합회나 마피아 혹은 ‘검찰’ 이렇게 한 조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조직은 조직으로 위로 아래로 학연, 혈연 더 내밀하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정의와 명분을 내세우며 점잖은 말투와 몸짓으로 움직입니다.


이들은 ‘일부’가 아니라 ‘전부’였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전부’에 대항하는 ‘예외’는 힘겨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계엄군 소대장이 아버지와 나눈 통화내용을 기억합니다.

계엄군 소대장인 아들에게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절대로 시민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던 아버지의 통화내용 말입니다.


이런 아버지 같은 시민과 아들 같은 계엄군이 있었기에 계엄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역사는 오늘 한 단락의 마침표를 극적으로 찍었습니다.


앞으로 서술될 역사의 기록에서는

‘전부’가 표변하여 ‘예외’인양 행동할 것입니다.

그래서 박멸하기 어려워질 텐데요,


어떤 머리 산발한 여자가 말했듯이

우리도 계몽되었습니다.


<악>은 ‘전부’라는 것을.

그래서 뿌리째 뽑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렇기에 철마다 독감 주사 맞듯이,

혹은 어쩔 수 없이 환절기에 걸리는 감기처럼 매번 고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계엄 덕분에 점잖게 넥타이 맨 ‘악의 균’들이 버젓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이 <악>을 도려내어 박멸해야 합니다.

곧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면,

표변한 ‘전부’는 안에서건 밖에서건 대통령을 흔들 것입니다.


저는 기억합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노무현 대통령을 욕했던 그때를.


우리에게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가슴 저민 교훈이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말처럼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교훈으로 이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뻔뻔하게 모습을 드러낸 <악>은 싸그리 박멸하고,

운 좋게 드러나지 않은 <악>은 계속해서 자신을 숨기고 살게끔 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역사책에 기술될 한 줄은 사이다처럼 시원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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