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아무 말 대잔치
오늘은 비가 많이 오네요.
오늘 비는 축포 같은 느낌의 비라 기분이 좋아요.
이유는 오늘은 8월 13일, 어젯밤 늦게 김씨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 부부가 없는 이 세상을 깨끗이 씻겨주는 비라는 생각이에요.
오늘 비는 꽤 많이 오지만 큰 피해나 인명피해는 없을 거라 확신합니다.
오늘은!!!
기분도 좋고 하니 아무 말이나 늘어놓겠습니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노래 있나요?
<November Rain> 하면 ‘잔나비’가 생각나나요, ‘건앤로즈’가 생각나나요?
두 노래 모두 어마무시 좋죠.
‘에픽하이’의 <우산>을 처음 듣고는 비로소 천재 아티스트 ‘타블로’를 인지하게 됐고요.
떨어지는 비까지 상큼하게 만드는 ‘아이유’의 <레인드롭>도 참 좋았습니다.
드라마 OST로 무슨 드라마인지 알지 못하지만,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도 좋았어요.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주제곡처럼 쓰인 <비와 당신>도 좋긴 한데, 아무래도 박중훈 배우의 버전보다는 럼블피쉬의 <비와 당신>이 훨씬 좋았죠.
‘X-Japan’의 <Endless Rian>를 떠올리니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함께 생각이 납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특히 김태원이 목소리가 반갑고, 메탈밴드 분위기의 묵직함이 있어 좋았습니다. 이후의 부활 노래는 그냥 듣기 좋은 발라드 느낌이라서.... 여튼 그러고 보니 그 시기에 함께 나온 비의 대명사 <비처럼 음악처럼>도 기억은 나지만 듣지는 않으려고요. 너무 옛날 노래만 듣는 거 같아서 바로 요즘 노래로 넘어옵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BTS <레인>이라는 노래도 들을만합니다.
아! 명곡 하나를 지나쳤네요. 다시 까마득한 과거로 가면, ‘유라이어힙’의 <레인>.
70년대 초반에 나온 노래인데 2025년에 내리는 비 와도 착붙입니다.
꼭 비를 주제로 한 노래가 아니더라도 ‘콜드플레이’나 ‘라디오헤드’ 노래도 비와 어울리는 거 같아요.
이제는 맘이 아파 잘 듣지 않는 종현의 <Sentimental>도 비와 함께 했던 곡이었고요.
‘빅나티’의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 ‘베이식’의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도 좋아합니다.
제가 오늘은 비도 오고 김씨도 구속되었으니 아무 말이나 막 한다고 했죠?
노래 얘기하다 보니 갑자기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어요.
제가 최근에 본 뮤비 중에 제 시선을 사로잡은 뮤비가 있습니다.
그 뮤비는 바로 ‘블랙핑크’의 <뛰어>라는 뮤비입니다.
이 뮤비를 통해 저는 ‘블랙핑크’를 재발견했습니다. 이 뮤비를 워낙 좋게 본 터라 뮤비 감독님을 잠깐 언급하겠습니다. 데이브 마이어스라는 감독으로 72년생입니다. 감각적인 영상의 대표 격인 뮤직비디오 감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믿어지지 않는 노익장입니다. 그래서 요즘 이 감독이 찍은 뮤직비디오 찾아보고는 합니다.
이 뮤비와 더불어 제니의 <라이크 제니>도 뒤늦게 보고는 제니의 멋짐에 흠뻑 빠지고 말았습니다. 로제는 <아파트>보다 <Toxic till the end> 를 무척 좋아합니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습니다. 이제야 블랙핑크를 처음 알게 된 것처럼 이리 호들갑을 떨다니 말이에요.
왜 이렇게 ‘블핑’에 무심했나 생각해 보면 ‘2ne1’을 좋아해서 그랬던 거 같아요.
‘2ne1’의 첫 등장은 저에게 이렇게 다가왔습니다. <Fire>라는 뮤비를 통해서였는데요,
여자 아이돌 노래에서는 처음 듣는 생경한 리듬에 껄렁대는 여자애들이 어두운 막다른 길 위에서 노래 부르며 춤추는 뮤비였습니다. 이 모습은 그동안 봐왔던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카라’와는 완전 다른 장르였습니다.
어찌 ‘2ne1’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그러니 ‘2ne1’을 해체시키고 나온 후속 그룹 ‘블핑’을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외면했던 거 같아요. 거기다 ‘블핑’에 대한 안 좋은 기억 하나가 떠오르네요.
이스탄불에 갔었어요. 택시를 탑니다. 목적지를 말하고 앉아있는데, 이빨이 유독 하얀 가죽점퍼를 입은 젊은 기사가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고 ‘블핑’ 노래를 틀어주며 한 손으로만 핸들을 잡고 푸쳐핸섭 흥이 납니다. 처음에는 재밌는 기사라고 생각했는데, 이빨이 유독 하얀 기사 놈은 금방 속내를 드러냅니다. 우리가 가려는 진짜 목적지인 공항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겁니다.
우리는 택시비를 절약하려고 공항 가는 버스 정류장까지만 가려고 했거든요. 택시 기사는 우리를 계속 설득합니다. 물론 대화는 핸드폰에 구글 대화 어플을 통해서였는데, 그가 보여준 핸드폰 글귀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너희들은 나를 무척 피곤하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려달라고 강한 어조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카드를 받지 않겠다는 기사의 땡강에 ATM까지 가서 현금을 인출해 주고서야 겨우 그 택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 택시 안에서 계속 들어야 했던 ‘블핑’의 노래와 이빨이 유독 하얀 기사 놈의 흥겨운 푸쳐핸섭은 정말이지 고역이었습니다.
아무 말이나 막 한다고 했죠?
그래도 결론은 있습니다.
조그만 기다려 보세요.
그전에 거쳐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블핑의 뮤비를 보고 바로 접한 뮤비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 뮤비는 All Day Project의 <Famous>
오랜만에 보는 혼성 그룹으로 이들을 보는 느낌이 바로 2ne1의 <Fire>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새롭다. 새로운 사운드다. 물론 저는 음악에 대한 문외한인 잡귀이지만. 잡귀가 듣기에 눈과 귀가 너무 신선한 겁니다.
자, 이제 마무리입니다.
때는 2003년
원타임 4집 앨범이 발매됩니다. 그 앨범 중에 서브 타이틀이라고 해야 할까요?
여하튼 <Without You>라는 곡을 떠올립니다.
이 곡은 원타임의 리더 테디가 작사, 작곡한 곡입니다.
앞서 말한 에픽하이의 <우산>을 듣고 타블로를 천재라 인식했듯이 테디도 그러했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지만 이 정도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확히는 '이 정도'라는 측정 기준 자체가 그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그는 <빅뱅> <2 ne1> <블랙핑크>에 이어 이번 <Allday Project>까지 프로듀싱했습니다. 매번 어떻게 이렇게 조금 더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듣게 해 줄까요?
그는 이미 불혹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인데도 여전히 트렌드 맨 선두에 서 있습니다.
맞아요, 의식의 흐름대로 그냥 지껄이다 결론은 ‘테디’였습니다.
한때 잠시 재능을 폭발시키고 주저앉은 천재들이 많지만,
(저는 대표적인 사례가 서태지라고 생각 헸는데, 요즘은 방시혁이 떠오릅니다.)
테디는 천재에서 장인으로 장인에서 거장으로 안착합니다.
하지만 태디는 거장자리도 박차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 점프하는 진정한 창작자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언제나 머물지 않는 테디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의 창작 노트를 엿보는 다큐멘터리나 자서전이 보고픈 비 오는 밤입니다.
김씨가 구속된 다음 날 새벽. 8.14일 04시 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