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금 _ 2026년

영화 시작 전에 흐르는 눈물

by 이게바라


2026년은 영하 10도를 밑도는 온도로 시작합니다.


두툼한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섭니다.


영화를 보기 위함입니다.


<에무시네마>라는 극장을 가는 건데요, 언뜻 ‘야동’이라도 틀어줄 것 같은 이름의 극장입니다.


이 극장의 위치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광화문에 있는 – 그러니까 망치 두드리는 일명 ‘헤머링맨’이 서 있는 흥국생명 건물에서 길을 건너 서울 역사박물관을 왼편으로 끼고 쭉 올라가면 됩니다. 오랜만에 보는 ‘헤머링맨’이 싼타모자에 붉은 부츠를 신고 있네요. 이 추운 날에도 어김없이 망치질하는 이 시커먼 녀석이 오늘따라 대견해 보입니다.


여튼 역사박물관을 끼고 쭉 올라가다 보면 극장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오르막길 위에 버젓이 ‘에무시네마’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볼 영화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 25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거기 러닝타임은 세 시간. 시간은 금요일이기는 하지만 평일 오후 1시 20분. 날도 추운데 썰렁하니 혼자 앉아 보는 건 아닐는지 생각하며 극장에 들어섰는데....!!! 뭐지?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까요? 설마 다 관객일까요?


웬걸, 맞습니다. 작은 극장이기는 하지만 한두 자리만 빈 만석이었습니다.



영화 얘기도 아닌 극장 찾아가는 이야기를 이리도 장황하게 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평일 오후 1시 20분, 25년 전에 만든 세 시간짜리 영화를 보려고 앉은 저는 영화도 시작하기 전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에 제가 더 당황했습니다.


뭐지? 이 눈물? 이 공간에 모인 관객이 소중하고 이들이 내뿜는 에너지가 사랑스러워 그랬던 거 같아요. 그간 시설 좋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외로운 섬처럼 듬성듬성 앉아 영화를 보고는 했는데, 이런 일이 다 있네요. 물론 저는 주말이나 저녁 시간대를 피해 영화를 보러 가기 때문에 그럴 것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에무 시네마>의 이 아름다운 열기는 참으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아, <하나 그리고 둘>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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