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

2016년 2월 23일 _ 사랑의 임계점에서 흐르는 노래

by 이게바라

액체와 기체의 구분이 모호한 상태를 임계점이라고 한다죠...

사랑이라는 액체가 결국은 기체가 되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는 시점이 있잖아요?

이번 '향연' 모임에서는 '에뤽시마코스'의 입을 빌려 사랑의 임계점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발제자 미니님의 사랑얘기와 저희들의 이야기도 곁들여지면서 말이에요.

물론 영화얘기도 빠지지 않았죠.

이번에 테이블에 올려진 영화는 세 편이나 되었는데요.

(<해피투게더> <이터널 선샤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오늘은 음악을 통해 '사랑'에 대해, '영화'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네요.

먼저 저희 모임에서 첫 주 차에 언급되었던 <그녀에게>에서도 나온 노래입니다.

그 영화에서는 이 노래자체가 영화의 한 시퀀스를 만들어냈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 노래가 이번 <해피투게더>에서도 나왔으니 안 들어볼 수 없네요.


https://youtu.be/-CsA1CcA4Z8


그는 수많은 긴긴 밤을 술로 지새었다 하네
밤마다 잠 못 이루고 눈물만 흘렸다고 하네
그의 눈물에 담아낸 아픔은 하늘을
울렸고 마지막 숨을 쉬면서도 그는 그녀만을 불렀네
노래도 불러보았고 웃음도 지어봤지만 뜨거운 그의 열정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네
어느 날 슬픈 표정의 비둘기 한 마리
날아와 쓸쓸한 그의 빈집을 찾아와 노래했다네
그 비둘기는 바로 그의 애달픈 영혼
비련의 여인을 기다린 그 아픈 영혼이라네


https://youtu.be/6KXqfXkKRA4


<해피투게더>에서는 영화 시작과 함께 이 노래가 나옵니다.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는 영화 시작과 함께 헤어집니다.

둘은 '이과수' 폭포를 함께 보고 홍콩에 가자고 약속했지만 그만 헤어지고 만 거죠.

둘은 헤이지고 아휘는 얼굴을 감싸 쥡니다.

그때 나오는 웅장한 이과수 폭포의 모습과 함께 이 노래가 흐릅니다.

실로 엉청난 양의 물이 장엄한 모습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란 엄중하기까지 합니다.

지난 수만 년 전부터 이래왔고, 앞으로 수만 년 동안 이 모습을 유지할 겁니다.

이 엄청난 물(폭포)에게는 임계점이란 있을 수 없어 보입니다.

그 장엄한 모습에 인간은 유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도 그 장대한 폭포처럼 쉬지 않고 영원히 쏟아져 내리고 싶습니다.

아휘의 사랑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장엄한 폭포 앞에 아휘의 사랑은 물보라가 되어 휘날려 날아갑니다.

아휘와 보영은 다시 만나지만 결국은 다시 헤이지고 맙니다.

우리가 그(녀)와의 기억이 지워진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우리는 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살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억에 없는(낯선) 사람을 만나 추억을 만들고 헤어지고, 다시 그러기를 반복하는...

식었던 물이 끓어 임계점에 도달했다가는 식기를 반복하는...

참! <이터널 선샤인>에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조엘(짐 캐리)와 클레멘타인(캐이트 윈슬렛)이 막 서로에게 좋았던 추억,

꽝꽝 얼려진 물 위에 누워있는 장면입니다.

물들이 추워서 서로 꽉 부둥켜안고 있는 그때...

봄이 되면 얼음이 녹듯이 이들도 헤어지겠죠.

이들이 다시 만난다고 해도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에서 조제도 말하죠.


https://youtu.be/H0jXfEx0hq4


조제가 즐겨 읽는 사강의 '한 달 후 일 년 후'는 사랑의 임계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종말을 예고하고 영화는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을 시작합니다.

그래야 그나마 이들의 헤어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 엔딩(조제와 츠네오의 헤어짐)은 너무 슬픕니다.

그야말로 그 슬픔이란 것이 북받쳐 올라옵니다.

저도 이 영화를 처음 극장에서 접하고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서럽게 울었던 기억.

정신없이 우는 통에 저는 이 영화의 진짜 엔딩을 보지 못 했습니다.


https://youtu.be/jdiO5Wlibco


제가 우느라 보지 못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엔딩은,

헤어짐 이후 조제의 모습입니다.

어딘가를 누구의 도움 없이 거침없이 가는.

노릇노릇 구워지는 생선을 바라보는 조제는 한껏 성숙해진 모습입니다.

사랑하고 헤어짐은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이터널 선샤인> 마지막에 흐르는 곡입니다.


https://youtu.be/9rM0BPOgsCA


주위를 둘러봐, 마음을 바꿔봐, 놀라게 될 거야
햇빛처럼, 너의 사랑이 필요해
모두들 언젠간 깨닫게 될 거야


결국 우리는 다시 사랑하게 될 겁니다.

사랑할 때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영화 <해피투게더>로 돌아가 엔딩장면입니다.


https://youtu.be/QU0oeghlCB4


날 위한 오직 하나는 너이고
날 위한 너라면
그러면 우린모두 행복해지는거야.


저에게 <해피투게더>의 마지막 엔딩은 물이 막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는, 끓고 있는 이미지입니다.

아휘가 탄 열차가 또 다른 어떤 역(임계점)에 다다르며 끝나는 <해피투게더> 엔딩이 참 멋집니다.

우리 모두 '해피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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