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모야 독립영화 만들기

2016년 3월 12일 _ 우리 섹스하지 말아요 (영화 '파니핑크)

by 이게바라

'파니'가 말합니다.

꼭 결혼해야 되냐고. 꼭 사랑해야 되냐고. 자기는 혼자 살겠다고.

주저리주저리.

이 말은 사랑 못 해, 결혼 못 해... 혼자 사는 여자의 넋두리입니다.

영화 <파니핑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랑하고 싶은, 결혼하고 싶은, 짝을 만나고 싶은 파니는 외롭습니다.

이 영화의 주제가로 쓰인, non, je ne regrette rien를 부른 에디뜨 피아프는 살아생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외로움


이 인터뷰가 이 영화의 꽤나 중요한 메타포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파니핑크>의 원제가 Nobody Loves Me 라니.. 제목 참 잔인하지 않나요? 후덜덜...

이 잔인한 제목의 주인공인 파니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립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첫장면이 정신상담을 받는 파니였나 봅니다.

이런 파니를 보면서 생각나는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빨간 머리 앤입니다.

(파니가 금발머리가 아닌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죠)

파니도 앤처럼 현실을 피해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는 겁니다.

'렛잇고'를 부르며 자신만의 얼음성을 쌓는 엘사처럼 말이죠.

여기서 우리는 <파니핑크>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자신의 사랑이라 믿었던 남자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금발머리)에게 배신 당한 순간.

생일케익을 들고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오르페오의 존재입니다.

'오르페오'는 해골분장을 하는데요,

곧 죽음의 이미지입니다.

(파니의 귀걸이 등으로 파니에게 늘 붙어 있었던 이미지이기도...

_ 그래서 이때부터의 오르페오는 파니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죽음보다 외로움이 무섭다는 피아프의 말처럼.

외로워 죽음을 생각하는 파니 앞에 오르페오가 후회하지 말라며 노래를 불러줍니다.

여기서 새삼스레 오르페우스 신화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죽음에서 파니를 구출해내는 역할을 하는 오르페오가 궁금해집니다.

오르페오는 흑인에 게이입니다.

이 영화의 원제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 오르페오가 아닐까 생각되어지는데요,

(거리에서 아프리카로 꺼지라는 백인할머니에게 돈을 받는 장면은 생각나네요ㅎ)

그런 그가 파니에게는 구원자입니다.

파니는 오르페오와 '사랑'합니다.

오르페오와의 사랑은 원색적으로 표현하자면 섹스가 배제된 사랑입니다.

우리는 그 전에 파니가 얼마나 섹스에 집착했는지 확인한바 있습니다.

그 한 번의 섹스에 그녀가 얼마나 흥분하며 기뻐했는지 말입니다.

그와의 깜짝 카섹스를 위해 그녀가 했던 짓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네요.

파니는 그게 사랑의 시작인줄 알았던 겁니다.

하지만 오르페오와는 다릅니다.

그와 잠을 자고, 목욕을 하며, 심지어 똥을 싸는 그 앞에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녀에게 그는 친구, 애인, 엄마, 아들이고, 돈을 훔쳐가기는 하지만 연금술사였던 겁니다.

오르페오가 말합니다.

외계인이 와서 자신의 불행을 수술해서 떼어냈다고 말입니다.

매우 설득력 있게 불행을 떼어낸 수술자국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오르페오는 사라집니다.

여기서 우리는 오르페오가 진짜 실제한 인물인지 아니면

빨간머리 앤(파니)가 만들어낸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인지 궁금해집니다.

그러나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오르페오가 실제 인물인지 아닌지는.


이제 파니는 '사랑(사랑인지 섹스인지 모를)'을 위해 '남자'를 찾아헤매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외롭지 않을 테고.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오르페오가 불러줬던 노래처럼

(non, je ne regrette rien 후회하지 않아요)

후회없는 삶을 살테니깐 말입니다.

https://youtu.be/sHpIbHqeo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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