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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Feb 05. 2018

소시민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염력(2017)


다시 사회비판의 눈으로..

 연상호 감독은 사회비판적인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었던 감독이다. 과거의 사이비(2013)나 돼지의 왕(2011) 같은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우리의 마음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시선이 가득하다. 연상호 감독의 바로 직전 영화인 부산행은 그가 처음으로 실사영화에 도전한 작품이며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사회 비판적인 시선은 단순화 되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광장한 힘으로 재미있는 장르 영화를 만들어 냈었다. 염력은 연상호 감독의 실사 영화로는 두 번째 작품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사회를 투영하는 시선을 좀 더 강화하고 여기에 오락적인 요소를 넣어 다른 히어로 물과는 차별화 시키는 전략을 썼다. 사실 이런 선택은 관객의 호불호를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니 불호 쪽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하여, ‘그 때 영웅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신석헌(류승룡)은 조금은 한심해보이는 은행 경비원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의 딸인 루미(심은경)와 부인이 있지만, 오래 전에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어느 날 특이한 약수물을 먹고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루미의 상황은 좀 더 좋지 않다. 재개발한다는 이유로 강제 철거를 시도하려는 용역업체와 재개발 지역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속에서 루미는 최대한 버티고 이겨내려고 하고 있다. 그런 중에 엄마가 용역업체의 무리한 행동으로 죽게되자 더욱 더 철거를 막으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는 엄마의 죽음으로 아빠와 딸을 연결하고 있는데, 몇 십년 만에 만난 가족인데 크게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신석헌이 얼마나 한심하고 능력없는 사람인지 계속 보여준다. 새롭게 생긴 능력으로 돈을 벌려고 하고, 딸 앞에 나타나 고생하지 말고 자기와 같이 가자고 한다. 어쩌면, 신석헌이 재개발을 막는 주민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일반 사람들이 용산 재개발을 반대하던 주민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일지 모른다.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왜들 하려고 하세요?”


신석헌은 스스로 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중간에 자신의 염력으로 주민들을 돕게 되면서 자신을 영웅대접하는 그 상황을 매우 즐긴다. 그리고 딸에게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주인공은 중반까지 저항하는 주민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질 싸움을 왜 하려고 하는지 계속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신석헌이 그 사람들의 마음을 100%다 이해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그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 이해되는지를 보여주었던 것 같다.


소시민이 능력을 가진다면 세상이 바뀔까?


 결국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으로 주민들을 도우며 어떤 보람을 가진다. 약자를 돕는다는 그 느낌. 그리고 주민들을 몰아내려는 세력들의 행태를 보면서 점점 주민들의 생각에 동화된다. 신석헌은 루미와 다르게 그렇게 저항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던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부, 경찰, 기업, 용역업체가 주민들에게 하는 행태를 봤을 때, 가만히 있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중반에 석헌의 염력이 CCTV에 찍힌 걸로 경찰서에서 주민과 용역이 대립하는 모습은 실제로는 오히려 반대로 나타났다. 용역업체, 기업들은 언론에 그런 앞뒤를 자르고 잘못된 모습을 퍼트려 주민들을 어렵게 했다. 영화에도 계속 나오지만, 여론을 얻지 못하면 저항할 수 있는 힘이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후반부로 가면서, 영화 최대 악역인 홍상무(정유미)가 나오는데, 그는 그야말로 이 시대의 절대 악이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내용 중 가장 공감가는 말은 “아저씨가 영웅이 된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안바껴요” 그런 요지의 말이다. 결국 신석헌은 홍상무를 위협하고 루미를 구하러 가지만, 그건 세상을 바꾸는 영웅이 되려는게 아니고, 단지 해당 주민들과 딸을 구하기 위함이다. 한낱 기업에게 조정당하는 용역업체와 경찰들을 보여주는 시선은 용산 참사 때의 피해자가 주민 뿐 아니라 경찰들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는 좋다. 심은경은 딱 본인에게 맞는 역할이었고, 정유미도 천진난만한 악역을 아주 잘 소화하고 있다. 류승룡이 염력을 쓸 때 연기가 다소 과장 되어 있지만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주민들이나, 용역업체를 맡은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정유미 인것 같다. 본인의 평소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연기를 선보여 보는 사람입장에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오락영화다. 그래픽 등이 어색한 점이 있지만,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처럼 앞을보고 나아가는 영화다. 단지 뛰어가지 않고 경보로 갈 뿐이다. 어떤 사람의 눈에는 어색해 보일 수 있고, 어이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속에 용산 참사를 만들어낸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있고, 그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소시민 영웅이 한 명이 나타난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 다는 걸 이야기 한다. 결국엔 국가 시스템을 바꿔야하는데, 그건 소시민 영웅 한 명 보다는 여러명의 소시민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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