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아무리 아니라고 해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외모 보기에만 몰두해 그것만 신경 쓴다고 해서 결코 행복한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 외모는 우리 삶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또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요소이기도하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좋은 외모를 지향하고 원한다. 적어도 깔끔하고 멋들어진 패션감각을 가지길 원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수술을 하기도 하고, 시술을 받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옷과 가방 등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기도 한다. 그런 것이 외모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나: 자기는 내 어떤 모습이 좋았어요?
아내: 너무 멋있잖아요! 저는 3초 만에 알 수 있어요.
나: 에이 어떻게 3초 만에 그걸 알아요. 그리고 나 그렇게 잘생기지 않았는데... 얼굴고 평면이고..
아내: 또또또 부정적인 말 하시네요. 자기가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요? 저 엄청 솔직한 여자입니다. 3초면 다 알 수 있어요!!!
나: 거참 신기하네. 기분 좋긴 한데 이해가 안가.
아내는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만난 이유를 물어보면, 늘 외모 때문이라는 대답을 먼저 한다. 그 대답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한국과 중국의 외모에 대한 시각이 좀 달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실제로 회사 일로 상해 출장에 갔을 때, 외모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접하기도 했다. 역시 나는 중국에서 먹히는 외모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남자 연예인들을 보면 잘 생긴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러다 아내가 좋아하는 외모 상이 좀 부드러워 보이도 약간 지적인 이미지가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 <시절인연>(2013)의 남자 주인공인 배우 오수파 같은 타입이 중국에서도 꽤나 인기가 있었다.
물론 젊고 샤프한 이미지의 배우들도 인기가 많다. 최근에 우이판이나, 류효연 같은 90년대 생의 배우들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역시나 호리호리하고 늘씬한 타입이다. 이것은 한국과 비슷한 것 같아 보이는데, 아내는 그런 타입을 좋아하진 않는다. 하긴 땅 넓은 중국에도 무수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테니 인기가 있다고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내: 자기야 판빙빙 너무 이쁘지 않아요? 안젤라 베이비도 너무 이뻐요~
나: 음.. 근데 그 배우들 턱이 너무 얇지 않아요? 그거 혹시 수술한 거 아닌가?
아내: 둘 다 아니라고는 하던데.. 안젤라 베이비는 확실히 아니에요.
나: 근데 그렇게 턱이 얇은 게 이뻐요? 한국 사람들은 그런 건 별로 안 좋아해요.
아내: 왜요? 엄청 이쁘잖아요. 완전 너무 이뻐요. 나도 턱 좀 깎아 볼까요?
나: (단호히) 절대 불가!!
아내: 치~~
나: 아니 탕웨이 있잖아요. 엄청 이쁘잖아요. 완전 똑똑해 보이고, 성격도 좋고 미소도 너무 이쁘고.
아내: 이해 안 가요. 중국 사람들은 탕웨이 엄청 못생겼다고 생각해요. 성격 좋은 건 인정.
나: 엥? 한국 사람들은 탕웨이 엄청 고급스럽게 이쁘다고 생각하는데, 매력이 완전 넘친다고 생각해요.
아내: (한숨을 쉬며) 정말 이해불가예요. 중국에선 미인이라고 하지 않아요. 우리 동생도 한국 연예인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고요.
중국 여자 배우들 중 중국 내에서 정말 이쁘다고 하는 배우들은 판빙빙이나 안젤라 베이비 같은 얄상한 얼굴형을 가진 배우들이다. 그래서 한국 배우인 추자현이나 장나라가 중국에서 더욱 인기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배우 탕웨이 같이 얼굴이 동글동글한 형태는 중국에서 그렇게 많은 인기를 끌지는 못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탕웨이 같은 배우들이 탑스타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연기력도 인정받고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엄청 이쁘다 하는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나: 그러 자기 생각에 당근이는 어떤 외모였으면 좋겠어요?
아내: 당연히 판빙빙이나 안젤라 베이비죠!! 이뻐야 돼요!
나: 근데 외모가 다는 아니잖아요. 탕웨이 같아도 좋겠고, 왜 한국에 무쌍 여자 연예인들 많잖아요. 김고은 같은..
아내: 아니야~ 쌍꺼풀 있는 게 이쁘죠.
나: 무쌍도 이쁘던데... 근데 당근이는 아직 쌍꺼풀은 없는 것 같아요. 살짝 보이긴 한데, 눈뜨면 거의 안보임.
아내: 아직 몰라요 몇 개월 더 지나 봐야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어요. 내 생각에는 당근이가 이쁠 것 같아요.
나: 우리 딸인데 이쁘겠지? 적어도 우리 눈에는.. 근데 외모보다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잘 찾으면 좋겠어요.
아내: 그거도 중요하죠. 근데 외모도 관리하다 보면 점점 나아질 수 있어요!!
아내는 쌍꺼풀이 두꺼운 눈을 가졌다. 그래서 눈이 좀 더 커 보이기도 한다. 물론 집에선 엄청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밖에선 도도한 여자가 집에선 귀여운 여인으로 탈바꿈한다. 시력 측면에서도 그렇고 외모 측면에서도 아내는 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아내는 당근이의 눈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게 잘 관리하면 당근이의 외모적인 측면도 점점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보다 아내는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당근이가 커가는 동안 그런 측면에서 관리를 해줄 것 같다.
아직은 당근이가 커서 어떤 외모를 가질지 알 수 없다. 외모라는 건 타고나는 것이지만, 현대에는 그것을 어느 정도 보정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화장이나 패션을 신경 쓰면 외모를 한결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이쁘면 좋을 것 같지만, 이쁘다고 행복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외모적인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중국형 미인, 한국형 미인. 그런 구분보다는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 진정한 미인이 되는 것 같다.
아직도 아내와 이야기하면 여전히 아내는 외모 쪽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 어쩌면 좁혀지지 않을 의견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이쁘고 잘생겼다는 외모 관점의 차이가 큰 부분도 있다. 나에게 멋진데, 아내는 반대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건 아니다. 나와 아내가 만났고 서로의 외모에 매력을 느꼈다. 중국과 한국이 아니라, 나와 아내가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 매력을 느꼈다. 서로에겐 최고의 미녀와 미남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평가는 낮을 수 있어도, 서로에 대한 평가는 100점이다. 이런 우리의 생각이 그대로 당근이에게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당근이가 어느 정도 크면 "어떤 외모를 원하세요?"라고 묻기보다는 "어떤 행복을 원하세요?"라고 묻고 싶다. 그 대답이 좋은 대답이 되도록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