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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Sep 25. 2018

#33. 중국은 추석 명절에 무엇을 할까?



긴 휴식을 맞는다는 건 참 기대되는 일이다. 그래서 청소년기 부터 긴 휴가를 늘 기다렸다. 막상 명절 때가 되면 크게 신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명절을 맞기 직전까지 길게 쉴 수 있다는 기대감은 우리 삶의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한국의 큰 명절은 구정 설 연휴와 추석이다. 반면 중국의 큰 명절은 구정 설 연휴와 국경절이다. 상대적으로 추석은 작은 명절에 속하며 하루나 이틀 정도 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아내가 한국에서 추석을 맞을 때면 조금 혼란스러워 했다.


아내: 자기야 추석에는 하루 쉬나요? 언제 출근하는 거죠?
나: 우리 이번에 3일쉬네요~ 주말까지 하면 5일 정도 쉴 수 있네요.
아내: 네? 하루 쉬는게 아니고요? 맨날 헷갈리네요. 설은 같이 쉬는데...
나: 그래요? 중국은 쉬는게 달라요? 우리는 추석때도 길게 쉬는데요.
아내: 네 우리는 추석을 중추절(중국어로 종쵸지에) 이라고 불러요. 보통 당일에만 쉬네요. 왜냐면 10월 초에 국경절이 있어서 그때 거의 일주일 넘게 쉬어요~ 그래서 중추절은 짧게 해요.
나: 오. 몰랐던 사실이네. 그럼 이때는 집에 안가고 다들 국경절에 가겠네요.
아내: 네 국경절에 다들 고향에 갈 사람은 가고요. 그래도 중추절에 먹는거랑 하는 건 다해요.



중국은 추석을 중추절이라고 부른다. 나와 아내는 설 때보다는 추석 때 장모님댁에 방문하는 것을 선호한다. 상대적으로 중국 내에 사람이 많지 않고, 특히나 홍콩에서 중국으로 이동할 때 번잡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가고 싶은 곳에 가고, 관광도 좀 할 수 있다. 한 번은 설 명절에 장모님댁에 방문해서 홍콩에 구경하러 간적이 있다.


나: 드디어 설 명절이다!! 장모님 댁에 오니 내가 돼지가 된 것 같네요. 방금 체중계 올라갔는데, 돼지도 이런 돼지가 없어요.
아내: 하하하. 자기가 여기만 오면 완전 돼지가 되네요. 그래도 잘생긴 돼지~
나: 에고.. 얼른 준비해서 나가요. 지금 아직 7시 전이니까 좀 괜찮겠죠?
아내: 모르겠어요. 얼른 출입국 사무소 가보자!!
(걸어서 출입국 사무소로 가서 입국 수속을 위해 줄을 선다.)
나: 헉....... 이거 기다리는 줄이죠?
아내: 맞아요. 설에는 중국에서 홍콩 관광가는 사람이 많아요.
나: 언제 기다리지.. 거의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아내: 괜찮아요. 이 기회에 살 좀 빼자~
나: 뭔소리야!! ㅠㅠ



설 명절에 중국이나 홍콩의 관광지를 방문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때는 중국도 큰 명절이고 긴 연휴이기 때문에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늘어난다. 중국에 관광 방문을 하려면 설 보다는 추석이나 다른 연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나와 아내도 설 연휴에 장모님댁에 오면 주로 집에 있거나 친척집을 방문하고, 추석에 방문하면 홍콩으로 종종 놀러간다. 홍콩이나 심천은 추석 때는 당일 빼고는 정상적인 생활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돌아다니기 수월하다.




중국 중추절은 한국처럼 많은 음식을 만들어서 제사를 지내지는 않는다. 간단히 좋은 일을 기원하는 등을 키고 밤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큰 행사 없이 지나간다. 등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 등을 밤새 키고 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 아이들 장난감 형식으로도 반짝거리는 등을 만들어 집에서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한다. 당근이도 이 등을 들고 한참을 뛰어 다녔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놀이 같다.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런 아름답고 귀여운 등을 보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역시 이때는 먹을 것도 빼 놓을 수가 없다.  한국은 추석에는 송편을 만들어서 즐겨 먹는다. 쫄깃쫄깃하고 달콤한 송편을 먹으며 가족들과 둘러 앉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반면 중국 중추절에는 월병(月饼)을 먹는다. 달과자 라는 이름 처럼 동그란 모양의 귀여운 월병은 중국 중추절 때만 판다. 크기도 다양하고, 맛도 다양하다. 모양은 대체적으로 달 모양이다. 기본형인 월병을 한 입 물었을 때, 안에는 작은 달모양의 동그란 앙꼬가 보인다. 물론 달 모양의 앙꼬가 없는 것도 있다. 파인애플 맛, 팥맛, 과일 맛 등 정말 다양한 맛이 판매된다. 중추절 몇 주 전 부터 마트에 가면 정말 다양한 가격대의 월병이 진열되어 있다. 이 월병을 선물용으로도 많이 사기도 한다. 가족과 함께 월병을 하나씩 먹으며 무병장수를 기원하기도 한다.



나: 월병 참 많다~ 맛있어요.
아내: 정말 맛있죠? 엄마가 이미 많이 사놨어요. 동생도 몇 개 더 사놨어요. 많이 먹어요. 자 여기~
나: 아... 여기는 정말 먹을게 너무 많다. 다 맛있어서 안 먹을 수도 없고...
아내: 많이 먹어요. 나보다 날씬해지는 것보다 돼지가 되세요~ 하하하
나: 이거참.. 당근이도 같이 먹자~
아내: 조금 잘라줘요. 먹기 힘들어요.
나: 종류가 정말 많다. 이건 무슨 맛이에요.
아내: 내가 먹는 거요? 이거 듀리안 맛이에요. 하나 먹어봐요.
나: (급정색) 안먹어요. 어휴.. 이것도 듀리안 맛이 있네.... 우엑..
아내: 엄청 맛있는데~~


중국에서 추석을 보내는 것은 참 즐거운 경험이다. 큰 명절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즐길 것들이 많고, 사람들도 서로 중추절을 축하하고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다. 누군가 중국의 명절을 가볍게 체험한다고 하면, 중추절에 중국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주 쉽게 명절의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많은 인파로 붐비지 않아 이동이 편리하다. 이번 추석에도 나와 아내, 그리고 당근이는 중국으로 건너왔다. 역시나 엄청 많은 월병을 배속에 저장하고, 등을 들고 밤을 누볐다. 여러모로 즐거운 추석이다.





모두 남은 추석 명절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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