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가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새해엔 뭘 하겠다는 목표를 하나 둘 생각한다. 회사에 출근하며, 집으로 퇴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 지나가며 그 사람들은 어떤 목표를 세웠을까를 생각해본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 목표라는 걸 이룬 사람보다는 이루지 못 한 사람이 더 많다. 올해는 꼭 이걸 해야지, 꼭 저건 하고 말 거야 하고 목표 리스트에 적어 두지만 모든 것을 다 할 순 없다.
해마다 세우는 목표는 마치 벚꽃 같다. 아주 아름답게만 보였던 그 계획들은 새해의 시작을 분홍빛으로 만든다. 금방 잡을 수 있을 것 같고, 그 아름다움이 지속될 것 같다. 하지만 그 영롱함은 몇 주가 지나면 금방 떨어져 버리고 만다. 그저 잠시 마음속을 의욕으로 밝게 채웠던 그 목표는 금방 시들어 버린다.
1월 1일이 되니 매년 그렇듯 올해도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묻는다. “올해 목표가 뭐야?” , “올해 뭐할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매년 답 하기가 어려운 문제다. 돈을 많이 번다거나, 책을 많이 읽는다거나, 영어 공부를 한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하는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도대체 뭘 해야 한지 고르지 못하겠다.
매번 중간에 포기했잖아. 이번에도 그럴 거야
역시나 부정적인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직장생활을 한 이후로 거의 매년 다양한 계획들을 세워왔다. 그 계획이 잘 실행되었는지를 바탕으로 내 삶을 평가한다면 아마도 낙제점일 것이다. 그만큼 계획은 무수히 세웠지만, 대부분은 실패했다. 그런 실패가 반복되면서 내가 패배나 혹은 실패자라는 생각, 내 능력이 여기까지 밖에 안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버린다. 그래서 새해가 되어 뭔가 계획을 세우려고 하면 늘 자포자기의 감정이 머릿속을 지배해 버린다. 나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비난과 비판은 늘 날카롭게 내 명치를 파고든다.
작심삼일이라도 하면 좋다. 그런데 작심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웠던 목표들 중 이룬 것들도 있다. 영어 말문을 틔우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글쓰기를 꾸준히 하기 등은 계획을 세웠고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그런 긍정적인 성취들은 쉽게 잊혀진다. 워낙 많은 실패를 해서일까. 아니면 천성적으로 부정적인 것만 크게 보이는 걸까.
올해는 더욱더 그런 목표를 세울 수가 없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아내와 대화하며 계속 반문한다. 올해는 도대체 뭘 해야 하지? 매년 실행하지도 못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결국 3월 어느 날 돌아보면 그 계획은 까마득히 잊어버린 내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뭔가 새로운 것을 못하게 만든다.
그래도 뭔가 하나라도 하고 싶은걸 찾아내야 했다. 큰 것이 아니라도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실패한 것보다는 잘 되었던 걸 생각해봤다. 옆에서 영향을 줄 가족들의 성향도 생각해봤다. 늘 내 옆의 아내는 자신의 목표를 매년 일정 부분 성취해 낸다. 그런 아내 특유의 능력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올해도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아내의 들뜬 얼굴을 보고 나도 뭔가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심이 서지 않을 때, 주변 사람과의 깊은 대화도 도움이 된다. 그 대화 속에서 나의 긍정적인 부분이 상기되고 조금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든다.
목표를 숫자로 만들지는 않을래
회사에선 목표를 주로 실적이나 숫자로 지정한다. 매출 타깃을 정해 그것을 목표로 한 해를 운영한다. 그건 매우 건조하고 압박적이다. 그렇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실적을 성취할 수 있으니까. 늘 개인이나 조직은 숫자 달성 여부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개인 삶의 목표를 정할 때는 가능하면 숫자를 넣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나의 목표는 더 추상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작년에는 글을 쓰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글을 쓴 지 딱 1년이 되었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좀 더 그 일을 좋아하려 노력했다. 목표에 글을 몇 개 쓰겠다거나, 구독자 수를 몇 명 늘리겠다는 숫자 목표가 있었다면 중간에 그만두었을 것이다.
꼭 거대하고 세밀한 계획이 필요한 건 아닌 것 같다. 그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적어두고 그걸 하기 위해서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목표 앞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꼭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게 다 실패는 아닐 거다.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내디뎠다면 목표에는 가까워진 거니까. 작은 목표라도 적어두고 기억하면 그쪽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래서 새해 목표는 중요하다.
이래 놓고 내년 초가 되면 또다시 똑같은 우울감이 찾아올 거다. 늘 실패가 먼저 떠오르는 새해는 부담스럽다. 그래도 결국 뭔가는 적어둔다. 적어둔 것 중 어떤 것은 이루고 어떤 것은 다시 다음 해 리스트에 적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한 해 한 해 리스트를 정리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나도 그 한 발을 원하는 방향으로 돌린다. 2019년은 이제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