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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Feb 02. 2018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 압도적인 비주얼과 철학적 이야기

                                                            블래이드 러너 포스터

인간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과거 리들리 스콧의 1편을 그대로 계승하는 영화다. 1편에서 블레이드 러너 였던 젊은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사랑에 빠졌던 리플리 컨트 레이첼(숀영) 떠나며 끝나게 되는데, 그 30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주인공은 K(라이언 고슬링)다 리플리 컨트로 블레이드 러너 이지만, 경찰서 간부의 지휘를 받고 절대적으로 복종해야하는 캐릭터다. 전작을 계승하는 만큼 데커드도 그대로 등장하고, 비밀 스런 캐릭터 였던 가프(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도 등장한다. 심지어 레이첼의 젊은 모습도 리플리 컨트로 잠시 등장한다. 

여러모로 전작의 철학적인 주제도 잘 계승하고 있으며, 로저 디킨스가 촬영한 비주얼도 일관성있고 웅장하게 만들어졌다. 긴 러닝타임인 160여분이 훌쩍 지나간다. K의 압도적인 리플리 컨트 사냥을 시작으로 점점 자신에 대한 의문을 시작하게되어 실종된, 또는 죽은 아이를 따라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무엇이고, 리플리 컨트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발달된 인간의 기술로 만들어진 리플리 컨트는 영유아의 삶부터 시작하지 않지만 기억을 만들어 심어주고, 인간과 크게 구분되지 않게 만들어졌다. 그들은 인간보다 우월한 힘과 체력을 바탕으로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을 도맡아한다. 이들을 생산하는 기업이 있고 이들은 만들어진 리플리 컨트에 불량이 있으면 가차없이 죽여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한다.  그들 중 일부는 도시 외곽 금지 구역으로 빼돌려지거나 도망쳐 고아처럼 자라 특정 사회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K는 본인이 리플리 컨트 라는 걸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받아들이며 생활한다. 직접적으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기 위해 컴퓨터 가상 애인인 조이(아나 디 아르마스) 와 매일 대화하고 사랑을 나눈다. 그를 경멸하는 인간들 보다 훨씬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조이를 K는 진심으로 사랑한다.

인간, 리플리컨트, 가상시뮬레이션 그들의 존재에 대한 고민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은 그들이 다른 존재에 비해서 우월하다고 믿는다. 그들은 리플리컨트를 만들었고, 인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사 인간을 통해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게 만들었다. 자신들이 그들을 만든 신적인 존재라는 우월함으로 그들을 관리하고 낮춰 대한다. K를 대하는 인간들은 그들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를 만나면 욕하고 무시한다. 영화 안에서 대부분의 인간은 그들의 인간성을 오히려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전반적인 영화에서 해당 캐릭터가 정말 인간인지, 리플리 컨트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리플리컨트가 더 인간적이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K가 죽은 아이와 관련된 정보를 추적하면서 자신의 기억과 관련한 것을 같이 추적하게 되는데, 자신이 리플리컨트인지 인간인지 그 자신도 혼란을 느끼게 된다. 결국 후반부에 진실을 알게 되지만, 그 진실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 결말부에서 데커드가 묻는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K 는 대답하지 않지만, 실제로 인간이 선한 행위를 할 때, 그 행동을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에 남을 도울 수 있고, 그 도움으로 인해 누군가는 느낄 기쁨을 위해 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인간성이라는 것은 바로 그 연민과 봉사에서 나왔다. 

영화 속 리플리컨트는 그 인간성이라는 것을 인간 보다 더 보여준다. 아니, 리플리컨트도 인간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똑같이 먹고, 자고, 감정을 느낀다. 연민하고 봉사한다. 인간의 노예가 아니고 그들 자신도 자아가 있는 하나의 인간이다. 단지 태어난 방법만 다를 뿐이다. 인간도 태어날 때 본인이 원해서 태어나지 않으며, 자라면서 계속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과 리플리컨트는 다르지 않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는 인간과 리플리컨트의 고민 뿐 아니라, 시뮬레이션 가상 연인을 통해 프로그램이 인간성을 갖출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만든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조이는 K를 정말 사랑하는 것으로 보이며, 일반적인 가상 현실과 달리 K를 아끼고 사랑한다. 후반부에서 조이가 마지막으로 한 행동도 K 를 구하기 위한 선택이었으며 조인 본인을 희생하면서 그렇게 까지 행동한다. 이 역시 인간과 다르지 않다. 가상 프로그램에도 인간성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리플리컨트도 프로그램도 모두 인간이 만들어서 인간성이 들어간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태어난 이후에는 자유의지를 가졌다. 그 자유의지는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어떤 KEY를 쥐어 준 것이다. 물론 인간들은 그들이 만든 것에게 작은 규칙을 주어 한계를 두었지만 그들 중 일부는 그 한계를 넘어 인간보다 더 위대한 일을 한다. K처럼 말이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음악

 기술의 발달로 30년전의 1편에 비해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준다. 보는 내내 그 시각적 구성과 효과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드니 블뇌브 감독 답게 컨택트에서 보여줬던 시각적 웅장함과 다른 영화에서 보여줬던 이야기의 힘을 아주 유려하게 구사하고 있다. 잔잔하지만 힘있게 써내려 가고 있는 이야기의 힘은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최대 강점이다. 또한 화려한 비주얼과 함께 사용되고 있는 음악은 긴장감을 높이고 몰입도를 더욱 강화하게 한다. 

등장하는 배우들은 하나하나 대단하다. 특히 라이언 고슬링의 감정 연기는 그가 보여왔던 연기 중 최고 였던 것 같다. 인간이길 알았을 때의 흔들리는 눈과 마지막 반전에서 등장하는 그의 얼굴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조이 역으로 나오는 아나 디 아르마스는 영화에서 정말 매력적인 가상 연인으로 나온다. 다양한 옷으로 갈아입고 K를 아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런 가상 연인이 있다면 구입하고 싶을 것이다. 그외 리플리컨트 생산 기업 대표인 월레스역을 맡은 자레드 레토, 러브역의 실비아 힉스도 소름이 돋는 악당을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다. 

긴 러닝 타임이지만 그 시간 내내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1편을 정말 잘 계승하고 오히려 뛰어넘는 모습을 보인다. 단, 일반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겠다. 1편과 이어지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1편을 본 관객에게 더 어필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엄청난 제작비를 다 벌어들일 수는 없을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래도 오랫만에 이런 정통 SF영화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앞으로도 이런 SF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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