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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Feb 25. 2018

아프리카 와칸다 왕자의 고난기

- 블랙팬서(2018)

마블 스튜디오의 새로운 도전

 마블은 각종 코믹스의 판권을 다시 사들이고, 히어로 마블 유니버스를 새롭게 만들어갔다. 아이언 맨(2008)을 시작으로 다양한 마블 히어로들을 차근차근 실사화 했다. 그렇게 히어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마블 영화들은 대체적으로 완성도가 평균 이상이고, 특히나 장르 2개를 섞어 괜찮은 히어로 물을 만들어냈었다. 아이언 맨은 억만장자의 성장드라마+히어로 액션물, 캡틴 아메리카는 정치 스파이+히어로 액션물, 앤트맨은 범죄 하이스트+히어로 액션물,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는 스페이스 오페라+히어로 액션물 등 히어로 장르에 다른 특성의 장르를 교배하여 괜찮은 영화를 만들어 냈었다. 개인적으로 이 교집합이 정말 적절하게 잘 조합되었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져(2014)다. 정치 스파이물과 액션을 잘 조합함으로써 정치적 부딪힘을 액션으로 잘 녹여낸 영화였다. 


 이제 마블 영화를  본 지 10년이 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관객이 마블 장르 영화에 대해 지루해 하기 시작했다. 이제 평균치 이상의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좀 더 다른 시도를 해봐야 할 것이다. 어벤저스 3 가 나오기 전에 관객들을 사로잡을 새로운 영웅 이야기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마블의 고민은 늘 비슷한 것 같다. 기존 시리즈들을 보지 않은 새로운 관객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고, 기존 관객들의 기대에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기존 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를 얼마나 조화하고 섞어 넣느냐가 마블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마블 영화 제작 10주년에 공개되는 새로운 영웅

 10주년에 공개된 블랙팬서는 기존 마블 영화들과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주인공이 흑인이고, 감독(라이언 쿠글러)도 흑인인 데다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흑인이다. 여기서 백인은 모두 조연으로 등장하며, 심지어 빌런의 조연도 백인이 맡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주요 무대는 아프리카 아니면 아시아의 부산이다. 유럽이나 미국이 일부 등장하긴 하지만, 주요 이벤트가 벌어지는 장소는 아니다. 그래서 영화가 새롭다는 느낌이 든다. 철저히 감춰져 있는 와칸다의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설의 도시 엘도라도를 떠올리게 한다.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인데, 그 황금이 와칸다의 비브바늄 이다.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2016)에서 다찰라/블랜팬서 역할을 맡았던 채드윅 보스만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는 아버지가 죽은 이후 왕위를 계승하게 되는데, 이때 왕위 승계를 반대하는 부족의 대표와 결투를 벌여 승리하여 정통성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 다찰라의 죽은 아버지가 과거에 삼촌을 죽인 일 때문에 현재의 다찰라와 와칸다가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다. 결국 영화 전반적으로 보면 다찰라가 블랜팬서와 왕으로써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고 정통성을 찾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라이언 킹에서 가져온 이야기 토대

 이 영화의 전반적인 구조는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라이언 킹에서 가져온 것이 분명하다. 라이언 킹에서는 삼촌이 왕위를 뺏고 왕자를 쫒아 내는 반면 블랙팬서에서는 조카가 삼촌을 쫓아내고 왕위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만, 라이언 킹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에는 왕위를 되찾아 정통성을 찾는다. 또한 지금까지 아프리카가 배경인 영화가 없었는데, 아프리카의 풍광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숨겨진 와칸다의 내부로 들어가면 발전된 SF 적인 도시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부족 국가 중심인 아프리카의 특성을 보여주면서 기술의 혜택으로 부족중심 국가가 유지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모습은 영화 원더우먼(2017)에서 등장하는 아마존과 비슷한 도시이나, 보다 기술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존은 고대 도시의 모습이었으니 그 점이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블랙팬서는 크게 부산과 런던, 와칸다 근처에서 벌어지는 큰 액션신이 3개 정도 있다. 부산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들은 속도감이 있고, 박진감이 넘치지만 블랙팬서의 전투 액션이 크게 인상에 남지 않았다. 이미 관객들은 아이언맨에서 기술이 극대화된 액션 장면들에 익숙해졌고, 캡틴 아메리카에서 극대화된 액션  장면들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블랜팬서의 슈트 액션은 박진감은 있지만 뭔가 새로운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마지막 아프리카 와칸다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조금 새로운 느낌이 든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에는 아프리카 특유의 동물과 각 부족의 격투를 벌어져 박진감을 높이고, 블랙팬서 끼리 벌이는 전투는 와칸다 내부에서 벌어지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는 고공 낙하와 자기부상 열차 사이에서 속도감 있게 싸우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라이온 킹의 서사에 따라 비브리늄으로 발전한 기술에 대한 신기한 모습, 비브리늄을 훔치는 악당의 잔악함, 블랙팬서의 정의로운 액션 등을 보여주지만, 영화의 초반과 중반은 다소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고, 조카가 등장하는 영화 후반부는 너무 갑작스러운 전환을 보여주기도 한다. 과거 마블 영웅 영화와 다르게 액션의 신선함과 이야기의 신선함이 다소 떨어져 영화가 전반적으로 너무 평범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영화의 배우들 중 채드윅 보스만의 무게감 있는 연기도 좋지만, 에릭 킬몽거 역을 맡은 마이클 B. 조던의 연기가 영화에 긴장감을 넣어주고 있다. 중반까지 비중 있는 악역은 클로 역을 맡은 앤디 서키스지만 조던은 복수에 불타 있는 모습을 매우 무섭게 보여주고 있다.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도 대단하다.  니키아 역의 루피타 뇽과 오코에 역의 다나이 구리라는 영화의 액션 장면에서 대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은 타찰라가 UN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이제 와칸다가 세상을 공개적으로 돕겠다는 타찰라의 연설에 한 인사가 질문을 한다. "아프리카가 그렇게 가난한데 무슨 돈으로 세상을 돕죠?" 이게 지금 현시점에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프리카를 생각하는 방식일 것이다. 아직까지 흑인 그리고 아프리카는 세계의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그나마 미국의 흑인이라면, 그들은 어느 정도 그들의 권리를 찾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 흑인이 주인공인 첫 히어로 영화가 나왔다고 이렇게 떠들썩 한 걸 보면 아직 흑인의 권리를 찾는 일은 계속 진행 중인 것 같다. 그리고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도 아직은 미개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앞으로 이 시리즈는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북미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에는 보다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물론 이제 미국 내부로 무대로 옮겨 그곳에서의 액션 장면이 많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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