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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Mar 01. 2018

사회적 결핍을 극복하는 방법

-로건 럭키(2017)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로 2018년 2월 28일 관람한 영화입니다.



돌아온 스티븐 소더버그


 스티븐 소더버그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로 매우 유명해진 감독이다. 아니 사실 그 한참 이전에 그는 이미 많은 작품으로 여러 시상식을 휩쓸었던 감독이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1989), 표적(1998), 에린 브로코비치(2000), 트래픽(2000) 등이 주요 수상작들인데, 이 외에도 굉장히 많은 영화를 감독했었다. 그는 2013년 이후에 감독을 하지 않겠다며 은퇴를 했었다. 다작을 하던 감독이 은퇴라니! 하지만 그는 결국 다시 돌아오기로 했고, 그 영화가 바로 로건 럭키다.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박진감 있는 액션이나 스케일이 큰 영화가 없다. 대부분 꽉 짜여진 계획하에 돌아가거나 특정 상황에 놓여진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디테일하게 보여줘 사실감을 높인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주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의 영화가 지루하다고 평하기도 한다. 아마가 일반 관객들과 가장 접점이 맞았던 영화가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가 아닐까 한다. 이번 로건 럭키도 소더버그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영화다. 즉, 위의 포스터나 광고에서 볼 수 있는 문구 중 '액션' 은 이 영화에서 거의 볼 수 없다. 총싸움, 격투, 폭파신 등이 거의 없다. 하지만, 범죄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핍된 두 주인공 지미와 클라이드, 로건 패밀리

 

영화의 메인 캐릭터는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과 클라이드 로건(아담 드라이버)이다. 이 둘은 형제고 웨스트 버지니아에 살며 지미는 공사장에서 일하고, 클라이드는 바에서 바텐더로 일한다. 지미는 한쪽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있어 절름발이이고, 클라이드는 군대에서 한쪽 손을 잃어 의수를 하고 다닌다. 지미와 로건은 영화 속에서 많은 것이 결핍되어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지미는 다리를 다쳐 영구적인 장애가 있으며, 그로 인해 미국 풋볼을 더 이상 하지 못한다. 일하던 공사장에서도 계속 쫓겨나고, 가정적으로 이혼을 하여 일주일에 한 번씩만 사랑하는 딸을 볼 수 있다. 동생 클라이드는 군대에 지원해서 이라크 전에 참전하여 한쪽 손을 잃고, 과거에 소년원에 한 번 간 적이 있다. 그 외에 금고 털이로 유명한 도둑인 조 뱅(다니엘 크레이그)은 몸은 멀쩡하지만 자유와 돈을 잃었다.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은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다. 그리고 영화 전반적으로 대부분 느리고 어눌한 말투를 쓰기 때문에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이는 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주인공들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션스 일레븐의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 라이너스(맷 데이먼) 등 주요 팀원들은 자기 자신의 능력을 뽐내려고 하고 굉장히 수다스럽다. 그래서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가벼운 느낌으로 웃기고 통쾌한 기분을 주는 시리즈다. 반면, 로건 럭키는 등장인물 중 잘난 척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딱 한 명, 조 뱅이 금고털이 경험자이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나머지 인물들은 말투가 어눌하고 판단이 느리며, 그 행동들 때문에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로건 럭키는 밝은 느낌보다는 블랙 코미디로 살짝 비트는 느낌으로 영화의 전반적인 톤을 유지하고 있다.

 

주인공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 노래 'Take Me Home, Country Roads'


 지미의 딸 새디(페라 메킨지)와 지미의 대화로 시작하는 영화는 후반부에 새디가 발표회를 할 때 노래를 부르며 지미의 삶이 변했다는 메시지를 주게 된다. 그 노래는 바로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 다. 이 노래는 지미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고, 그가 일하고 다시 웨스트 버지니아로 돌아올 때, 늘 이 노래를 듣는다.  고등학교 시절 지미는 학교에서 굉장히 유명했던 쿼터백이었고, 그때에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변변한 일자리도 찾지 못하고 딸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또한 과거 자신 때문에 동생 클라이드가 소년원에 가게 된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좋았던 과거, 혹은 편안한 집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지미는 늘 '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듣는다. 새디의 학예회 이후, 지미 주변의 인물들은 결핍되어 있었던 부분을 다시 찾거나 대체품을 채운다. 마지막 모든 사람이 바에 모여있을 때, 그 결핍은 대부분 즐거움이나, 행복으로 채워져 있다.


 지미와 클라이 드는 카레이싱 대회에서 진공 펌프로 이동되는 돈을 훔칠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행하게 되는데, 영화의 초반부에 관객 입장에서는 '이게 되겠어?' , '저런 바보 같은 사람들이 가능해?'라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들 중 금고 털이에 도움을 줄 만큼 스마트하고 믿을만한 인물이 없다. 그런데 후반부까지 관람하고 나면, 대단하고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사람들을 첫인상으로 상대방을 규정짓는다. 그 상대방이 장애인이거나 약간의 신체적 불완전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그들을 판단하기 때문에, 로건 럭키의 주요 인물들을 봤을 때 더 믿지 못하고 의심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들은 사회 어디를 가도 놀림을 받거나 퇴짜를 당한다. 지미는 이혼을 했고 공사장에서는 일을 잘 함에도 불구하고 장애 때문에 퇴사를 당한다. 동생 클라이드도 손이 하나 없기 때문에 바텐더를 하면서 늘 무시당한다. 이 둘이 같이 바 에 있으면 둘 모두를 놀리는 상황이 생긴다. 영화 속에도 초반에 그런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그런 상대방의 놀림에 과격한 폭력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 현실에서 그런 하대와 놀림을 벗어나려면 그냥 참거나, 그런 과격한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결핍을 무시하는 사회 시스템, 결국 스스로 결핍되는 시스템들


 사회의 주요 시스템들이 몇 개가 등장한다. 공사장 인력 조직, 카레이싱 운영 기업, 감옥 관리자 조직, FBI 등이 등장하는데 이들 중 공사장 인력 조직과  카레이싱 운영 기업, 감옥 관리자 조직은 결핍된 상대방에 대해 철저히 무시한다. 공사장 인력 조직은 지미를 강제퇴사시키고, 카레이싱 운영 기업 관계자는 지미와 클라이드를 장애인이라고 비하한다. 감옥 관리자 조직은 자유가 결핍된 죄수들을 철저히 하대하는 조직이다. 그리고 소요사태가 벌어졌을 때, 오히려 더 바보가 되는 건 관리자 본인들이다. '우리에게 소요사태는 없어!', '우리에게 탈옥은 없어!'라는 말들을 소장이 하게 되는데, 그런 말이 반복될수록 관객들의 웃음을 커지게 만든다. 반면, 앞의 세 조직과 다르게, FBI는 수사를 철저히 하게 되는데 수사 과정에서 앞의 세 조직의 인물들에게 진술을 받게 되는데, 그 진술들은 수사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말들이어서 범인을 찾지 못하게 된다. 특히나, 카레이싱 기업 운영자는 대충 수사를 덮으려 하기 때문에 수사로 진실을 밝힐 수 없었다. 결핍된 상대방을 무시하던 조직들은 결국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방해하고 정의의 결핍을 만든다. 아니 그들이 오히려 사회의 정의로부터 스스로 결핍(고립)된다. 이 모든 것은 주요 인물 중 하나의 계획일 수 있다. 그는 오래 전 부터 계획했을 것이고 큰 돈을 이용하지 않고도 자신을 무시한 여러 시스템들에 통쾌한 복수를 한 것이다.


 로건 럭키는 소더버그 영화답게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맬리 로건(라일리 코프), 사라 그레이손(힐러리 스웽크), 바비 조(케이티 홈즈), 실비아(캐서린 워터 스턴), 데이튼(세바스찬 스탠) 등 다양한 배우들이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그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배우가 있다면, 조 뱅을 연기한 다니엘 크레이그일 것이다. 과거 007처럼 심각하고 멋진 역할을 많이 했던 그가, 로건 럭키에서는 전문 금고털이지만, 어딘가 어눌해 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말투도 어눌하고, 행동도 과장하는데 우리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아담 드라이버의 말투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느린 말투, 혀 짧은 발음, 한 템포 느린 반응, 역시 유쾌한 웃음을 부르는 연기다. 채닝 테이텀은 이제 소더버그의 배우가 완전히 된 것 같다. 영화의 흐름에 잘 어울리며, 특히 전반부와 후반부 지미라는 캐릭터가 관객에게 다르게 보여지게 되는데, 이 다른 느낌의 연기가 좋았던 것 같다.

오션스 일레븐과 다른 매력을 갖춘 범죄영화


 영화의 전반적인 톤은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와 완전히 다르다. 장애인이 주인공이 영화니 카체이싱이나 액션 장면 같은 것들은 완전히 배제된다. 아크로바틱 한 금고 털이의 맛도 없다. 하지만, 중반의 금고털이가 시작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속속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마추어적인 생각이지만 합이 들어맞는다. 거사가 끝나도 후반부에 'Take Me Home, Country Roads' 노래가 흐르면 다들 느낄 것이다. '아, 처음에 내가 잘 못 생각했구나'. 영화 로건 럭키는 보면 기분 좋아지는 영화다. 오션스 일레븐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영화여서 소더버그가 자신이 잘 하는 장르를 잘 비틀어 만들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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