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레이더(2018)
다시 리메이크된 게임 원작 영화 툼레이더
툼레이더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미 2001년과 2003년에 두 번에 걸쳐 영화화가 되었었다. 스퀘어 에닉스의 유명한 게임시리즈를 영화화 한 시리즈는 안젤리나 졸리의 이미지와 게임 캐릭터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져서 1편은 어느 정도 성공했었다. 영화화 된 두 편은 모두 오락적인 판타지 액션과 안젤리나 졸리의 섹시한 이미지로 만든 어드벤처 물이었다. 이 당시만 해도 여성 액션 히어로가 거의 없었던 때였기 때문에, 여성이 주인공인 액션 어드벤처 영화가 나왔다는 것 자체 만으로 많은 화제가 되었다. 게다가 안젤리나 졸리의 선굵은 얼굴, 두꺼운 입술 등이 실제 게임 캐릭터와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 더욱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실제 툼레이더 게임을 PC로 많이 즐겼던 기억이 있다. 영화를 볼 때도 너무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가 캐스팅 되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1편은 굉장한 화제였지만, 2편은 기대 만큼 흥행을 하지 못했다. 1편은 90년대 후반 부터 몇 개의 액션 영화를 히트 시켰던 사이몬 웨스트가 감독을 해서 그래도 볼만한 액션 어드벤처 영화를 만들었었다. 2편은 영화 스피드(1994)를 만들어 깜짝 데뷰를 했던 얀 드봉이 맡았다. 얀 드봉 감독은 스피드를 히트시킨 이후 몇 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스피드2(1997), 트위스터(1996)로 내리막을 걷다가 툼레이더2를 감독하고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판타지 액션 영화였던 툼 레이더를 더욱 판타지 쪽으로 끌어갔고, 도무지 이해 되지 않는 영화의 전개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그렇게 좋은 평을 하지 않았고, 흥행도 훌륭한 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안젤리나 졸리를 주인공으로 한 툼 레이더라는 시리즈는 계속 되지 못하고 막을 내린다. 그리고 게임도 아예 주인공의 모습 등에 시대상을 반영하여 리부트 해버린다. 이 새롭게 리부트한 툼 레이더를 바탕으로 다시 만들어진 영화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주인공인 툼레이더다.
현실감 있는 액션 장면이 담긴 영화
영화의 주인공인 라라 크로포트는 10대 후반으로 설정되어 있고, 아빠(도미닉 웨스트)가 실종되고 7년이 흐른 뒤에 벌어지는 일들을 영화 속에 담고 있다. 과거의 라라와는 다르게 격투기를 배워 싸울 수 있는 기술이 있고, 활을 잘 쏘고, 피부는 검게 그을려 있다. 좀 더 파이터에 가까워 어드벤처 물에 보다 적합한 느낌이다. 영화 초반에 보여지는 도심 자전거 추격전과 홍콩에서 처음 벌어지는 추격전이 인상적이다. 어떤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개인의 체력적인 조건을 이용해 달리고 점프 뛰는 장면들은 특별한 긴장감을 준다. 과거의 라라 크로포트가 007 처럼 기술적인 도구를 많이 이용했다면, 이번 라라 크로포트는 자신의 몸과 활을 잘 이용한다. 어찌 보면 다시 아날로그 적인 감성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예전 피어스 브로스넌이 연기했던 007 시리즈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액션을 펼쳤다면, 그 다음 007 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카지노 로얄(2006)에서 기술 보단 몸을 이용한 아크로바틱한 액션을 선보인 변화와 비슷한 느낌이다.
어찌 보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에 여성 스파이나, 히어로 액션 영화가 많이 나오는 트렌드 이기 때문에, 변화된 라라 크로포트는 여러가지로 보는 재미를 준다. 후반부로 갈수록 액션의 강도는 더 세지고, 거의 여성 주인공인 라라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가상 역사를 설정해 두고 어떤 전설 적인 것을 찾아가는 어드벤처 물의 틀을 잘 따르고 있다. 단, 너무 뻔한 설정들이어서 결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며, 단지 순수한 어드벤처 액션 영화를 즐기기에는 무난한 완성도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음모론을 토대로 구성된 영화이기 때문에, 어떤 숨은 조직이 있고 그 조직을 막으려고 하는 크로포트 부녀의 이야기라서 이미 우리가 다른 여러 영화에서 이미 본 듯한 이야기가 계속 펼쳐진다.
명확한 단점을 가진 툼 레이더, 하지만 매우 훌륭한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이미지와 액션
단점이 명확한 영화다. 전반부의 추격장면은 굉장한 스피드로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시선을 잡아 끌지만, 후반부의 액션 장면들은 일종의 게임 미션을 해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를 보다 보면 ㅁXO 등의 키를 눌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임의 액션 등을 영화화 하면서 실사화가 잘 된 것이겠지만, 일종의 게임 스테이지를 하나씩 넘어가는 듯한 전개는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에서 펼쳐지는 후반부의 액션 장면 중 활쏘는 장면은 이미 헝거게임에서 우리가 많이 봐왔던 것이고, 퍼즐을 풀어 비밀의 장소로 들어가는 장면은 이미 과거 툼레이더에서 많이 봤던 액션들이라 전반적으로 영화가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알리시아 비칸데르다. 액션에 최적화된 라라 크로포트와 매우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탄탄한 근육과 검게 그을린 피부, 심각한 표정 등이 어드벤처와 잘 어울린다. 여러 액션 장면들에서도 비칸데르의 얼굴과 행동을 보면 그 장면에 몰입하게 되는 힘이 있다. 다른 요소들이 비록 불만족 했어도, 비칸데르의 라라 크로포트에 불만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그가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 영화의 제작진은 2편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 결말도 그렇고, 캐릭터의 나이도 아직 어린 나이이니, 글로벌 성적이 좋다면 2편이 나올 것이다. 비칸데르의 라라 크로포트를 계속 보고 싶다. 과거 졸리가 했던 라라 크로포트는 너무 글래머러스함과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강조가 되어 현실과 이질감이 있었는데, 비칸데르의 라라 크로포트는 보다 현실적이고, 어드벤처 영화에 적합한 액션을 보여준다. 영화의 내용 자체도 판타지적 요소를 많이 제거함으로써, 실제 일어날 수도 있는 현실성을 부여하고 있다. 어쨌든 이 영화는 볼만한 오락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