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점점 다르게 다가오는 생일의 의미

by 레빗구미




케이크를 사서 나이에 맞는 초를 꼽는다. 그리고 다 같이 둘러앉아 축하 노래를 부른다. 매년 한 번씩은 그렇게 주변 사람들과 모여 자신의 탄생을 축하한다. 어떤 이에게는 몇 안 되는 즐거운 날 중 하루일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그저 평상시 보다 조금 특별한 날일 것이다. 생일, 모두 각자가 가지는 의미는 다를 것이다. 그것이 가진 의미가 크든 작든, 모두는 일 년에 한 번 생일을 맞는다.


무엇이든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그것에 시큰둥 해지게 된다. 내겐 매년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생일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어른이 되어 궁금해하던 모든 것을 다 했을 때 느끼는 것처럼 다른 날과 특별히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고, 거기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취미생활을 하고, 휴식을 취한다. 그런 여러 일상들 중에는 특별한 일도 있고 평범한 일도 있다. 생일이라는 건, 묘하게도 특별한 날이기도 하고 평범한 일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생일을 특별한 날로 만들고 싶어 하고, 주변 사람의 힘으로 특별한 날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태어남을 감사하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는 것에 감사하는 생일은 미역국을 먹고 축하를 하고 케이크를 먹는다. 아주 전형적인 한국에서의 생일이다. 연인들은 생일을 아주 특별한 날로 만들려 노력하고, 실제로 로맨틱한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만들기 약간은 번거로운 미역국을 상대방이 끓여주기도 한다.


사실 미역국은 출산 후 고생한 어머니들을 위한 음식인데, 생일을 맞은 사람이 있는 날에 모든 식구들이 미역국을 같이 나눠 먹는다. 아마도 그날을 축하하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게 아니었을까.


아내: 왜 한국에서는 생일에 미역국을 먹어요?
나: 음.. 원래 출산하고 산모들이 영양 보충을 위해 미역국을 먹어요. 빨리 몸이 회복되고 몸에 좋다고 해서요.
아내: 그건 아는데, 생일에 미역국 먹는 게 신기해서요~
나: 아.. 그러고 보니 태어난 사람들이 살면서 계속 미역국을 챙겨 먹네요. 축하의 의미가 아닐까요? 중국에서는 생일에 뭐 먹어요?
아내: 우리는 특별히 음식을 먹지는 않아요. 그냥 케이크 사서 축하 노래 부르고 먹죠. 그게 다예요.
나: 그래요? 중국도 지역마다 틀린 걸까요?
아내: 그럴지도 모르죠. 근데 우리 집에선 특별히 먹는 건 없어요. 근데 생일인 사람이 먹고 싶은 건 먹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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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생일은 그렇게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힘들었던 어떤 해에는 생일이라는 게 전혀 기쁘지 않고 의미 없게 다가오기도 했다. 결혼하고 나서도 생일은 그저 주변 사람과 특별한 밥과 미역국을 먹고 케이크를 먹는 날이었다. 나 자신의 존재를 사랑하지 않았던 내게 생일은 그저 다른 날과 다를 것 없는 날로 인식되었다. 그런 나의 인식과는 다르게 어머니는 늘 정성스럽게 미역국을 끓여 주셨다. 그건 어머니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아이를 낳고는 생일이 특별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생일엔 건강히 옆에 계셔서 감사하고, 아내의 생일엔 여전히 내 옆에 있어줘서 감사하고, 아이의 생일엔 무사히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줘서 감사하다. 그렇게 감사한 생각들이 늘어날수록 맞이하는 생일은 특별해진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점점 아이와는 더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아이가 다치면 이제는 마음이 쿵 내려앉고, 아이가 아프면 병원을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곤히 자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아이를 향한 사랑을 발산한다. 아이가 맞는 생일은 뭔가 특별하게 해주고 싶어 진다. 아니, 나에게도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나의 생일도, 아내의 생일도, 아이의 생일도 모두 아이를 위한 날이 되었다. 모든 가족의 생일 케이크 앞에는 아이가 중간에 앉아 박수를 친다. 모든 생일이 아이의 생일 같다. 그 모든 날들이 아이를 위해 준비된 이벤트 같기도 하다.


아이가 태어난 지 세 번째로 생일을 맞았다. 아이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해주고 싶다. 예전 어머니가 늘 생일 때마다 미역국을 끓여주셨던 것처럼 아이에게 좋은 무언가를 주고 싶다. 이렇게 건강히 나와 아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고마움에 대한 표현을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미역국을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의 마음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20살이 되어도, 30살이 되어도, 40살이 되어도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그 마음.


어떨 땐 말 안 들어 밉고, 어떨 땐 힘들어해 걱정하고, 어떨 땐 사랑스러워 보이는 아이의 생일은 우리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고마움의 표현을 하는 날이 아닐까. 큰 위미 없어 보였던 생일은 나에게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날이 되었다. 옆에 있어주어서 고맙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 날. 그 고마움의 마음으로 아이의 세 번째 생일을 이렇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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