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빗구미 Jun 24. 2019

최신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만나면...

-<블랙미러-레이첼, 잭, 애슐리 투>(2019)



영화 <트랜센던스>(2014)의 주인공 윌(조니 뎁)은 불의의 죽음을 당하지만 자신의 두뇌에 있는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한다. 그것의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이제 현대의 기술은 점점 인간의 두뇌를 흉내 내거나 복제하는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이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엔 엄청난 정보들이 이미 온라인 세상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우리가 검색어를 타이핑하여 가지고 오는 정보들은 인간이 수많은 역사 동안 배워온 기초 지식들 중 하나다. 무엇이든 찾아낼 수 있는 디지털 세상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다. 


쉽게 인공지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발전한 인공지능 또는 로봇에 한 개인의 두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복사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의 두뇌를 복사할 수 있을까. <블랙미러 시즌5>의 마지막 편인 <레이첼, 잭, 애슐리 투>는 가수 애슐리(마일리 사일러스)의 두뇌를 하나의 작은 로봇에 담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은 애슐리의 두뇌 일부와 목소리를 그대로 담았기 때문에 애슐리 투라는 이름으로 팬들에게 판매된다. 마치 최근에 보편화되고 있는 AI 스피커처럼 많은 팬들은 그들에게 일을 시키거나 대화를 한다. 


애슐리의 팬으로 등장하는 레이첼은 애슐리 투를 구입하여 대화를 하며 위로를 받는데, 그의 주변에서 그를 이해해 주는 건 그의 언니 잭도 아니고 아버지, 친구도 아닌 로봇 애슐리 투다. 그래서 더욱 더 레이첼은 AI 로봇에게 집착하고 그것이 못마땅한 언니 잭은 그가 하는 행동에 트집을 잡는다. 



이 두 사춘기 소녀와 함께 실제 가수인 애슐리는 기획사 대표인 이모와 갈등을 겪고 있고, 실제로 이모의 계략에 의해 강제로 코마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그의 재능은 그대로 컴퓨터로 옮겨져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모션 픽쳐 기술을 이용해 가수 본인이 없어도 홀로그램으로 가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 가수가 만들어진다. 즉, 현대 사람이 직접 활동을 하고 노래를 창작해 내는 것 모두를 AI 가 만들어낸 가상 인물이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그것이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라는 것은 결국 지치지 않고 정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가상 연예인이 위험성이 적은 사업 모델일 수 있다. 드라마 속 애슐리도 우울한 감정과 분노를 곡으로 승화하지만 이 음악은 결코 주류에서 인기를 얻을 수는 없는 곡이다. 


어쩌면 <블랙미러> 시리즈 중 가장 긍정적으로 끝나는 에피소드일지 모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에피소드의 후반부는 레이첼, 잭과 애슐리 세 명이 그들이 맞는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 내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하고, 원하는 바를 이루어 냈지만 저 위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를 없애지는 않았다. 그리고 AI 기술도 여전히 그대로 머물러 있다. 결국 개개인은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그들보다 위에서 자리 잡고 있는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은 보다 획일적인 것으로 이끌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SNS가 빼앗아간 시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