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이나 긴 명절 연휴가 되면 미리 여행 계획을 세워 한국이 아닌 해외로 떠난다. 여행을 가서 경험하고 먹는 것들은 각자 다를 것이다. 그렇게 각자 느끼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타지에서의 경험은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느낌으로 전달되어 전파된다. 특히 여행에서 음식은 중요하다. 여행의 반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내고 먹는 것이다.
여행이라곤 국내 여행밖에 몰랐던 시절, 국내 여행을 가서 먹는 것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해외로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내가 어떤 음식을 먹게 되는지 알 길이 없었고, 어떤 식당에 가면 사진 없이 현지어로 된 메뉴판만 주어질 뿐이었다. 그래서 해외여행은 늘 패키지여행 상품 위주로 가게 되었다. 저렴한 가격에 모든 일정을 여행사에서 짜주는 여행은 편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일정에서 벗어나는 다른 계획을 끼워 넣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의외의 장소나 음식을 발견하기 어렵다.
중국인 아내와 결혼한 이후로 중국으로 가는 일이 당연히 잦아졌다. 심천, 홍콩, 북경, 상해, 주해 등 다양한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여러 가지로 편리한 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다양한 종류의 식당에 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식당에 가면 메뉴판이 없거나, 글씨로만 쓰여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직원들과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아내와 함께 중국 여행을 가면 그런 불편함은 모두 없어진다. 국제 결혼을 한 이후 가장 좋은 점은 아마도 다양한 음식을 시키고 먹는데 불편함이 없다는 것인 것 같다.
중국 음식은 꽤 맛있는 것이 많다. 아내는 보통 메뉴에서 여러 메뉴 중 이런저런 메뉴가 있는데 괜찮겠냐고 묻는다. 늘 내 대답은 한결같다. "좋아요". 아내가 직원에게 메뉴를 시키면서 이런저런 추가 요청을 한다. 소금을 빼 달라거나, 맵지 않게 해 달라는 것 같은 디테일한 요청은 현지인과 같이 여행을 다니는 사람에게 선물 같은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 아내가 시켜주는 음식은 내 입맛에 잘 맞는다. 특히 북경 오리나, 찹쌀떡으로 만든 탕 같은 음식은 정말 맛있다. 보통 내가 한 입 먹고는 "와 정말 맛있다"라며 폭풍흡입을 하게 된다. 얼마 전 다녀온 상해 여행에서 아이에게 현지의 음식을 주었는데, 한 입 베어 문 아이가 몇 번 입을 오물거리더니 외친다. "진짜 맛있어!".
그건 정말 진심에서 반사적으로 나오는 반응이었다.
여름휴가로 가게 된 상해는 사실 이전에도 출장 때문에 여러 번 간 경험이 있었다. 아내와 같이 간 이번 여행에서는 좀 더 상해만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여러 번 다시 시켜 먹을 만큼 맛있는 음식이었다.
이런 아내 찬스는 굉장히 편리하고 외국인 가족이 있는 사람들의 유일한 특권일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혼자 출장 와야 할 때도 있고 외국인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일단 아무 음식점에 들어가 시도를 해야 한다. 물론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발달한 현재에는 몇 번의 검색으로 원하는 메뉴나 맛집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지인으로서 망설임이 닥칠 때가 있다.
아내에게 물었다.
"나중에 혼자 오면 이런 음식 시킬 수 있을까요?"
"그런 경우에는요. 일단 현지 언어로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정도의 글자를 공부하고 가세요. 좋아하는 채소가 있다면 그것도 알아가면 도움이 되겠죠? 메뉴에서 그것 위주로 고르면 그래도 실패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거! 그냥 시켜봐요. 머뭇거려도 답은 없으니까요"
상해 여행에서의 4일 동안 먹은 음식을 주욱 찍어두었다. 먹음직스러운 사진만큼 그 맛도 좋은 상해 음식을 내 마음속 깊이 담아둔다. 그 음식을 먹는 아이의 음식도 담아두었다.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진짜 맛있다를 연신 외치는 아이의 모습은 상해 여행 자체를 잊지 못하게 한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아내는 나와 아이가 먹는 모습을 연신 쳐다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짧디 짧은 2019년 여름휴가에서도 다양한 음식을 만나고 왔다. 마지막 호텔 방을 나서기 전, 마음 속으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상해 안녕. 나중에 또 올게.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