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빗구미 Mar 01. 2018

#5.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일한다는 것


 아내는 심천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대학교 졸업하고는 해외에서 공부를 더 하겠다는 욕심에 장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학교를 혼자 알아보고 서류를 내고 합격하여 한국으로 넘어왔다. 그때는 이렇게 까지 오래 한국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학원 졸업 후 여기서 바로 취업을 하고, 취업을 못한다면 바로 심천으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했다. 원래는 은행이나 금융권 쪽일을 하고 싶어 했는데,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연구직에 합격되어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게 들어온 회사가 한국에 들어온 외국계 회사였다. 말이 외국계 회사지 모든 사람이 한국 사람이고, 본인만 외국 사람이라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아내가 처음 공채에 합격하고 신입사원들 인사할 때, 그녀를 처음 봤는데, 그때 내 머릿속에는 '외국인이 어찌 여기서 일하지? 보고서 쓰기도, 고객 응대도 힘들 텐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듯이 팀 내에 사내연애를 공개한다는 것을 두려워한 아내는 이런 말을 했다.


나: 팀 분위기는 어때요?
아내: 좋아요. 다들 내가 외국인인데도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알려주십니다.
나: 그래요? 팀장님도 잘 도와줘요?
아내: 네 팀장님도 너무 잘 챙겨주시고, 과장님이랑 팀원들도 너무 좋아요. 근데 클라이언트 상대가 어렵습니다.
나: 아... oo회사는 원래 그래요. 그 회사 때문에 야근이 많아지죠...


 아내는 그 팀장님과 팀원들이 너무 고맙다고 아직도 이야기한다. 그 팀에서 배운 많은 것들을 지금 일에도 그대로 쓰고 있어서 일하는 방법을 확실히 배웠다고 늘 말한다. 어쩌면 아내가 생각했을 때는 그 당시 야근이 많아 집에 늦게 가기로 유명했던 우리 본부를 더 안타깝게 바라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내의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예전 회사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많이 배웠다고 하니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행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우리 연애를 팀에 공개하자고 했을 때, 아내는 많이 무서워했다. 이렇게 무서워하고 긴장하는 건 신입 사원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심지어 외국인인데.. 나는 그 당시 너무 이해심이 부족했다. 결국 아내의 팀장님에게 아내가 이야기를 한 그때 아내는 무서워하면서도 팀원 잘못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 팀장님이랑 이야기했어요? 뭐라고 하셔요?
아내: 아까 점심 먹고 커피를 잠시 먹었습니다. 엄청 긴장해요.
나: 많이 떨렸어요? 안 좋게 말하나요?
아내: 팀장님이 오빠는 아니라고 하시면서 잘 생각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저 이미 만나고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나: (약간 화를 내며)응? 뭐가 아니라는 거지? 왜 나쁘게 이야기 하지?
아내: 그렇게 화내시지 말고. 팀장님이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닌데, 나 걱정해서 그런 말씀이십니다.
나: 아니 그래도 그렇지....
...


 그날 그렇게 내 감정을 드러내며 불만을 터트렸는데, 아내는 너무 그러지 말라고 많이 말렸더랬다. 내 입장에서는 그런 반응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팀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걱정할 만한 상황이었다. 외국인이고, 신입사원인데다 이제 막 한참 일을 가르쳐 놓은 팀원이 그 위험한 사내 연애를 하는데, 누가 안 말리고 있을까? 일단 뒤끝이 안 좋을 수 있으니, 나였더라도 일단 말리고 봤을 것 같다.


 그 당시에 나는 오랫동안 그 팀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공개 연애를 하고 나서 우리를 지원해주고 회사 행사할 때 우리의 사진을 남겨준 건 그 팀장뿐이었다. 그 팀장은 처음엔 아내를 걱정해서 그렇게 많은 고민을 안겨 줬지만, 공개 후에는 우리를 많이 지지해줬다. 주변 사람에게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그래서 아내는 지금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내: 그 팀장님 그때 참 잘해줬어요. 일도 많이 알려주고.
나: 그래도 그때 나는 처음에 나쁘게 이야기한 거 아직도 화가 나요.
아내: 그렇더라도 그 팀장님이 날 안 뽑아줬으면 우리가 만나지도 못했어요. 그렇지 않아요?
나: 그건 그렇죠. 그럼 우리가 그때 내 본부장님과 자기 팀장님께 감사해야 하는 건가?


 아내는 일 욕심이 대단하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끝까지 마무리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이런 노력들을 아마도 그 당시 팀장과 팀원들에게 배운 것 같다. 그때 일 이야기를 하면 정말 힘들어하고 싫어하지만, 그때 그렇게 힘들게 배운 것들로 아직 돈을 벌고 경력을 쌓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있는 회사에 일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나는 해외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어서 잘 알지 못한다. 아마도 해외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그곳에서 알려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그래서 아내는 그 당시 팀장에게 늘 고마워한다.


 나와 아내는 처음 사내연애 공개할 때의 논쟁을 빼놓고는 회사에서 잘 어울렸다. 야근하면 밥도 같이 먹고, 입맛 없는 날이면 달달한 음식을 사서 회사 휴게실에서 같이 먹고는 했다. 회사 야유회나, 연말 행사 등을 할 때도 우리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상대방에게 시선을 옮겨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콤한 사내 연애를 한 끝에 우리는 결혼 계획을 세우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4. 두근두근 사내연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