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2>를 본 후의 단상
아내는 <겨울왕국>을 정말 좋아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한 번 도 보고 싶다고 했던 아내는 결국 이 영화를 극장에서 두 번이나 관람했다. 원래 영화에 별로 관심에 없었고 나를 따라 영화를 선택했던 아내는 <겨울왕국>의 아름다운 노래와 영상, 그리고 엘사에 매료되었다.
확실히 <겨울왕국>은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이다. 노래가 귀에 착착 박히고, 공들인 영상은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엘사가 let it go를 부르는 장면은 탄성이 나온다. 아내는 그 엘사의 변신을 보고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너무 이쁘지 않냐며 나에게 몇 번을 이야기하고 나중에 영상으로 몇 번이나 더 그 장면을 봤다.
사실 1편을 보고 나서 나의 삶에 이 영화 속 인물들을 대입하지는 않았다. 그저 허구의 인물이라 난 생각을 했고, 영화 자체로 즐길 뿐이었다. 근데 이번 2편을 보고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영화 속 엘사와 안나를 현실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엘사 캐릭터는 아내를 보는 듯했고, 안나를 보니 우리 딸아이를 보는 것 같았다. 아내는 사업가로 변신해 좀 더 성숙해졌고 이제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알만큼 성장했다. 반면 아이는 안나처럼 천방지축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 둘은 떨어지기 싫어하며 마치 자매처럼 서로를 챙긴다. 아내가 출장 가서 자리를 비우면 아이는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대체적으로 지키려 노력한다.
그래서 영화 속 엘사와 안나의 모험을 보며 아내와 아이의 모험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내와 아이는 여전히 모험 중이고 아이가 성장한 어느 순간 아이는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아내는 늘 말한다. 할 수 있다고 너 스스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잘했다고 격려도 해준다. 아이는 그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안나다.
나는 엘사보다는 안나라는 캐릭터를 더 좋아했다. 좀 더 인간적이고 귀여운 특성에 애정이 갔다. 반면 아내는 엘사를 더 좋아했다. 타고난 능력과 그것을 바르게 사용하려 노력하는 그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외모에 아내가 반한 것 같다.
아마도 나는 영화 속 크리스토프처럼 아내와 딸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내가 아끼는 두 사람의 성장과 모험을 격려하면서 나 자신의 모험도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여러모로 <겨울왕국 2>는 1편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 자신도 그 당시보다는 좀 더 성장한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