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한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꽤 괴롭게 느껴지던 육아는 이제 나와 아내에게 무척 친숙한 것이 되었다. 아침 6시 반부터 나의 일상은 늘 똑같이 시작된다.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아이가 먹을 빵을 준비하고, 아내가 먹을 계란과 사과를 준비해둔다. 그리고 먼저 씻고 출근 준비를 한다. 그다음 아내를 먼저 깨우고, 아내의 세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아이를 깨운다. 이런 패턴으로 아침을 보낸 지 벌써 몇 개월째가 지났다.
결혼 전 아침은 늘 힘든 시간이었다. 피곤함을 느끼며 더 자고 싶은 생각만이 간절했다. 어머니가 일어나라고 외치는 그 소리에 못 이겨 거실로 나와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쓰던 그 매일매일의 순간들이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생각이 든다. 거실로 나오면 보글보글 아침 식사가 준비되고 있었고, 아버지는 운동을 하러 나가셨다. 그 한가운데 동생과 나는 거실에서 졸린 눈을 뜨면서 누가 먼저 씻을지 눈치 싸움을 벌였다. 아마도 어머니에겐 이 아침의 반복이 나와 동생이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당연하게 차려졌던 아침식사와 내가 입을 옷들,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아침의 루틴 한 준비를 이제는 내가 도맡아 한다. 아이를 깨우면 졸린 눈을 비비며 거실로 천천히 나온다. 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는 짜증이 나는지 아내를 더 찾는 아이는 어떤 때는 유튜브를 찾기도 하고, 어떤 때는 배고프다며 빵을 찾기도 한다. 어쨌든 아직 잘 때 기저귀를 차는 아이는 엉덩이를 씻어야 하고, 따뜻한 물 한 잔도 마셔야 한다.
겨우겨우 씻고 물 한 잔을 마시게 하고 나면, 준비한 빵을 주며 먹으라는 독촉을 해야 한다. 아이는 아침에는 잘 먹으려 하지 않는다. 유튜브를 같이 보면서 우유와 빵을 재차 권해보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개를 흔들며 거부한다.
그래도 아이는 부쩍 자랐다. 이제 혼자 음식을 들고 먹을 수 있고, 우유도 들고 먹을 수 있다. 하루하루 아침을 보낼 때는 느끼기 어렵지만, 가만히 서서 생각해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하지 못했던 행동들이다. 아이는 한국 나이로 네 살. 수다스럽게 나와 아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판단으로 묻고, 스스로의 생각으로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2019년 한 해 동안 참 많이 자란 것 같다. 1월 1일에 여의도에 있는 아쿠아리움을 다녀왔었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신기한 물고기들을 보여줬지만 아이는 큰 관심이 없었다. 아이가 가장 크게 반응한 건, 프로젝터로 상영되고 있었던 핑크퐁 상어 가족 동영상이었다. 그 노래를 계속 보면서 춤추며 신나 했었다.
"당근아 우리 물고기 보러 갈까?"
"그래. 우리 물에 풍덩 들어가서 물고기 보자~~"
"아니 우리 예전에 물고기 있는 수족관 간 적 있는데 기억나? 여기 사진 봐봐"
"음.. 그러네.. 여기 가고 싶다."
"우리 주말에 가자!"
"와 신난다! 고마워요 아빠"
아이는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다. 이미 한 번 갔던 곳이니 크게 다를 것이 있을까 싶었다. 아쿠아리움에 도착하고 입구까지 가는 그 순간까지 아이는 연신 이야기를 했다. 물고기한테 밥을 주고, 인사를 하겠다며 쉬지 않고 뛰던 아이는 입구에 들어선 이후부터는 열심히 뛰었다.
"아빠 이리 와보세요"
"응 와 이것 봐"
"이건 모지?, 아빠 여기 좀 보세요!"
"어 그래 잠깐만 당근아 이거 먼저 보고 가자"
"아빠 빨리 이리 와 봐요~"
여기로 저기로 아이는 내 손을 잡아끌고 돌아다녔다. 해파리를 보다가, 펭귄을 보러 뛰어가고, 펭귄을 보다가 상어를 보러 뛰어갔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내 손을 잡고 있는 힘껏 끌어당겼다. 지난 1월과 12월의 아이는 완전히 달랐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러 돌아다녔고, 자신이 본 신기한 무엇을 공유하기 위해 나의 참여를 이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 묻는다. 이건 무엇이고, 저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런 건지.
아내는 한 발 물러서 나와 아이의 모습을 보며 카메라에 담는다. 그 모습을 담는 아내의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가득하다. 아이에 이끌려 다니는 내 모습이 우스웠던 걸까. 좀 우스워 보이면 어떤가. 아이는 자신이 가는 길에 꼭 나를 동참시켰다. 나는 아이에게 무언가 설명해주는 가이드이면서 좋은 친구가 되어야 했다. 때론 아이를 안고 높은 곳의 수족관을 들여다 보고, 수족관 어딘가 숨어서 보이지 않는 물고기를 찾아내는 탐정이 되기도 했다.
"당근이가 많이 컸어요. 지난번 왔을 때랑 너무 다르네"
"그렇죠? 이제 자기가 당근이 못 이겨요. 하하. 이제 아이가 리더야"
"못 이기겠어요. 엄청 적극적으로 잡아끌어요"
"나중에 동물원도 다시 가봐야겠어요. 그래도 아빠랑 같이 보고 싶은가 봐. 아빠만 끌고 가잖아요."
아내는 나와 아이의 모습이 흐뭇했나 보다.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가 잠든 모습을 바라본다. 아이는 아직 나와 함께 잠이 든다. 샤워도 하고 양치도 한 밤이 되면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눕는다. 아이와 내가 매일 따르는 루틴이 있다. 먼저 창밖을 보며 세상 구경을 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핸드폰 손전등을 이용해 그림자놀이를 하고, 애플 워치의 불빛을 이용해 불 끄기 놀이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듣고 싶은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고 그 노래를 들으며 잠이 든다.
부쩍 아이는 더 많은 것을 물어보고 있다. 이제 곧 아이와 잠시 떨어져 살아야 한다. 2020년에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가 헤쳐나가야 할 새로운 도전이다. 아이에게 미리 그런 상황이 오고 있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재차 묻지만 아이가 그것을 기억할 때까지 계속 이야기할 생각이다. 내년에 아이는 또 달라질 것이다.
아이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싶다. 적어도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이와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 나는 돈에 대한 욕심도, 일에 대한 욕심도, 성공에 대한 욕심도 적은 편이다.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대신에 아내와 아이, 가족에 대한 욕심은 크다. 아이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놀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싶다. 돈을 잃어도, 성공을 하지 못해도 그런 가족 간의 추억과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가장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아내와 아이를 깨운다. 그렇게 아이가 자라나는 시간을 아내와 같이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이는 자라고 있다. 금방 지나가 버릴 이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부모의 삶에서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아마도 그 순간을 어딘가에 담고 있을 모든 부모들과 함께 아이의 모습을 본다. 눈이 마주친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이야기한다.
"아빠, 막대사탕 하나만 먹으면 돼요?"
안 줄 수가 없다. 아내의 눈치를 보다 사탕을 하나 꺼내 건넨다. 아빠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