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삶에 적응해 나가는 아이

by 레빗구미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는 14년 차 직장인인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많은 업무와 회의를 원격으로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직접 담당자를 만나지 못해 효율적인 일처리가 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업무적인 영역의 변화보다도 무엇보다 달라졌던 건 개인적인 영역인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9시에 컴퓨터를 켜고 앉으면 출근, 6시에 컴퓨터를 끄고 일어나면 퇴근이었던 재택근무에서 출퇴근 이동 시간이 0분이었다. 왕복 2시간을 거리에서 보내야 했던 것에 비하면 많은 시간을 다른 곳에 쓸 수 있었다.


아이는 재택근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아빠가 회사에 왜 가지 않는지 하루 이틀 묻다가 그다음부터는 당연히 가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한참 심할 때는 아이를 집에 두었지만,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면서 어린이집 긴급 보육을 맡기기 시작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가고, 데리고 오는 일을 내가 도맡아 했다. 그래서 아내도 전보다 더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아이는 나보다 먼저 나를 발견하고 달려 나온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아끌고, 편의점에 들러 자신이 먹고 싶은 무언가를 사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다시 밖으로 나와 자신의 친구들과 마음껏 뛰논다.


이 두 달 정도의 재택근무 동안, 꽤 좋은 시간을 보냈다. 아내의 일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었고, 아이와 더 가깝게 같이 놀면서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모든 일에 끝이 있는 것처럼, 코로나가 조금은 잠잠해져 가는 어느 시점에 재택근무가 끝났다.


월요일 사무실 출근 전 주말 내내 아이에게 설명해주었다. 왜 회사에 가야 하는지, 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는지. 그리고 언제 돌아오는지. 아이는 정말 이해했는지 그냥 대답한 건지 모르겠지만 늘 고개를 끄덕인다.


"아빠가 이제 두 밤 자고 월요일부터는 회사에 출근해야 해. 그러면 당근이랑 놀 시간이 줄어들 거야. 그래도 아빠가 최대한 빨리 집으로 올게!"

"왜 가야 돼요? 집에서 하면 안 돼요?"

"이제 바이러스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서 다들 회사로 나와서 일한데, 아직 숨어있는 바이러스가 많아서 아빠가 꼭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갈 거야"

"네 알겠어요. 근데 그럼 언제 놀 수 있어요?"

"당근이가 저녁 먹고 있으면 아빠가 돌아올 거야!"


출근하는 날, 아이는 현관문 앞에서 나를 안아준다. 잘 다녀오라는 말, 그리고 재미있게 보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하루를 도닥여 준다.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자신의 하루를 만들어 나간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한 주의 마지막인 금요일 출근길에도 역시 아이가 해주는 포옹을 받으며 집을 나서려고 했다. 그 날 아이는 좀처럼 나를 놓지 못했다. 그리고는 내 귀에 조용히 속삭인다.


"아빠가 없으면 저 너무 심심해요"

"그래? 많이 심심하지? 아빠가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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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긴 하지만, 일이 바쁜 와중에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아이는 아무래도 아빠와의 시간을 좀 그리워했던 것 같다. 아이의 등을 쓱쓱 쓰다듬으며 아이의 속삭임을 듣는다. 아이는 꽤 오랜 시간 나를 꼭 안고는 슬며시 놓고 집으로 들어갔다. 잘 다녀오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아이는 출근하는 아빠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루 또 하루가 가면서 아이는 이제 6시를 넘으면 나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한다. 내가 어디 있는지, 언제 오는지를 묻고는 오늘 어린이 집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맛있는 무언가를 사 왔을 경우에는 나를 위해 조금 남겨놨다며 빨리 오라는 말도 전한다. 아이의 어리숙한 빠른 말투가 내 귀로 하나하나 들어오면 어느덧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다시 사무실 근무를 하면서 더욱 조심하게 된다. 마스크를 챙겨 쓰고, 지하철에서도 사람과 조금이라도 떨어지려 애쓴다. 여기저기서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조금은 두려움도 든다. 사무실 건물에, 그리고 집 근처에도 확진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발표되는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겹치지 않는지 위험성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그리고 매일 어디서 확진자가 몇 명이나 나왔는지를 체크한다.


아무래도 코로나 19로 인해 여러 가지가 바뀐 것 같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건, 아이들이 계속 마스크를 쓰고 뛰어노는 것이다.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할 텐데 아이들의 삶에 마스크가 일부로 스며들어 버린 것 같다. 헉헉 거리면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아이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그리고 재택근무 이후 출근을 다시 시작하면서 아이의 반응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아이는 그런 작은 변화에도 잘 적응해 나가며 삶의 변화되는 패턴을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있다. 내가 없을 때는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내가 있을 때는 자동차 친구들로 인형놀이를 하거나 술래잡기를 한다. 그리고 밖에 나가 놀이터나 외부 활동을 하자고 한다. 어른들이 코로나의 변화를 체감하며 변화된 삶의 패턴을 만들어가듯, 아이는 더욱 쉽게 이 상황에 맞게 자신만의 삶의 패턴을 받아들인다.


아빠가 없어 조금 심심해도, 마스크가 조금 답답해도 아이는 그런 제약을 잘 극복해 나간다. 정말 빠르게 적응해 나가는 아이를 보며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퇴근길, 아무 생각 없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이 있는 층에 내려 집으로 향하는데 열린 현관문 앞에 아이가 서있는 걸 봤다. 나를 보고 뛰어오는 아이는 크게 외친다.


"아빠~!!! 내가 스스로 문 열고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



아이를 안으며 집에 들어가면서 샘솟는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래서 모든 부모들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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