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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Mar 18. 2018

반전에 모든 것을 걸고, 많은 것을 잃다.

-사라진 밤(2018)



또 하나의 리메이크 영화


 요즘 한국영화와 한국 드라마에는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소재를 바탕으로 리메이크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이번 달에 개봉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 리틀 포레스트(2018) 같은 영화들도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지난 주 개봉한 영화 사라진 밤(2018)은 스페인 영화인 더 바디(2014)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감독은 오리올 파울로인데, 더 바디 이후 인비저블 게스트(2017)를 만들어 유명해진 감독이다. 인비저블 게스트도 반전에 많은 것을 걸고 있는 영화로 꽤나 짜임새가 있는 영화다. 한국에는 스페인 영화가 직접 개봉하지는 못하고, VOD 시장에서 꽤나 성공한 제 3세계 영화 여서 아는 사람은 많이 알고 있는 영화다.


 스페인 영화도 최근에는 오락적인 요소를 갖춘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사실 과거의 스페인 영화도 좋은 영화들이 많았다. 하몽하몽(1994), 오픈 유어 아이즈(1999), 나쁜 교육(2004) 등 여러 장르의 영화들이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REC(2008) 같은 좀비 장르를 만들어 마니아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꾸준히 다양한 좋은 영화들이 나온 스페인에서 최근에 반전 영화들이 연이어 성공하고 있다.




신선한 소재로 이끌어가는 연극 느낌의 영화


 사라진 밤은 영화 더 바디의 리메이크 작이다. 원작을 보지 않은 입장에서 봤을 때, 이미 죽은 시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꽤나 신선한 소재였다. 영화는 진한(김강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진한이 돈 많은 사업가인 부인 설희(김희애)를 독약으로 죽인 후 시체가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형사 팀장으로 나오는 중식(김상경)과 진한의 대결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게 되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라는 한정적인 장소에서 대부분의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밤 사이에 의문의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흔들리는 진한의 모습을 보여 주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한 장소에서 벌어지고, 큰 장면들이 없기 때문에 일종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초반부의 신선한 설정은 중반부까지 흥미롭게 이어지며, 흔들리는 진한의 입장에서 긴장감이 고조 된다. 장소 자체가 기존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고 시내와는 거리가 좀 떨어진 외곽 지역인데다, 비까지 내리는 설정이어서 고립감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높게 해 준다.

 

반전이후 급속도로 무너지는 이야기


캐릭터들은 우리가 이미 많이 봐왔던 성향이 강하다. 김상경이 연기하는 중식은 우리가 많이 봐왔던 형사 같지 않은 형사, 망가진 형사의 캐릭터인데, 살인의 추억(2003)의 형사 서태윤(김상경), 다이하드(1998)의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같은 캐릭터들이 일부 생각난다. 김상경은 늘 우리가 봐왔던 형사연기를 또 하기 때문에 겹쳐 보이는 것이고, 술에 쩔어있거나, 독불장군인데 능력이 있는 형사는 다이하드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 김강우가 연기하는 진한도 불륜을 하는 교수 캐릭터여서 다른 불륜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캐릭터다.


 이렇게 기시감을 불러오는 익숙한 캐릭터들을 좋은 소재 안에 넣어서 이야기의 숨을 불어넣는 면에서 이 영화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영화의 3분의 2 지점까지는 숨가쁘게 이야기를 쫒아갈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반전을 설명하면서 부터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앞 부분에서 한 이야기 중 보여줬던 몇 부분은 등장하는 캐릭터가 그렇게 행동할 아무 이유가 없었는데, 단지 반전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기능적 요소 때문에 추가되었던 장면들이 있다. 그리고 주 화자가 바뀌면서 이야기를 보는 관객들은 맥이 풀리게 된다. 결국 반전이 앞에서 쌓아왔던 모든 긴장과 스릴을 무너뜨림으로써, 어이없는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원작을 보지 않은 입장에서 원작이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 사라진 밤 자체로만 봤을 때, 반전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그 때문에 많은 것을 잃은 영화로 보인다. 영화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은 각자 자신이 잘 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이 과연 적합했는지는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영화에서 본듯한 캐릭터 기시감 때문에 특별히 인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향후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차기작인 인비저블 게스트도 리메이크를 한다고 한다. 그 영화도 반전을 위해 모든 이야기를 집중하는 영화인데, 작업 중인 시나리오가 사라진 밤 보다는 잘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인비저블 게스트는 아마도 캐스팅이 굉장히 중요한 영화가 될거다. 그래도 굉장한 힘이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한국식 리메이크가 어찌 될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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