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입학해서는 밴드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소극적인 성격 탓에 그걸 실제로 실행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군대에서 복학하고 나서야 음악 동아리에 들어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과내 음악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을 했다. 직접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는 일은 설레는 일이었지만 그만큼 긴장되는 일이었다. 수없이 공연에 부를 노래를 부르고, 같은 멤버들과 박자를 맞추는 연습을 하면서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 기억에 생생한 모습은 무대에서의 모습보다는 마주 보며 연습하던 멤버들의 모습이다.
지금은 그 멤버들 대부분과는 연락이 이어지지 않는다. 좋은 추억이고 다시 한번 보내고 싶은 기억이지만 이상하게 사람들과의 관계로 이어지다 보면 각자의 길을 가며 끊어져 버린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에서 주인공 태일이 갑자기 연락도 없이 떠났던 것처럼 그 음악 동아리의 한 멤버도 연락도 없이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방을 궁금해 하지만, 결국에는 그에 대해서는 마음 깊은 곳에 묻어버린 채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다.
언젠가 그를 만나면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까. 아마도 그저 오랜만이라는 말과 함께 잘 지냈냐고 물을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얼굴과 말투, 표정을 찬찬히 보며 그가 예전에 내가 알던 그대로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무리 한 사람이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그 모습은 남아있다. 어쩌면 그건 순수한 한 사람의 원초적인 모습일 수 있다. 그 원초적인 모습에 하나씩 살을 붙여간다고 한들, 그 전체 형태가 완전히 바뀌는 건 아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는 상대방을 보면서도 똑같다고 느끼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그와 무대에서 노래를 한 번 더 불러보고 싶다. 그때 부르던 여러 노래들 그리고 '춘천 가는 기차'를 부르고, '청계천 8가'를 여러 번 같이 불렀던 기억들. 기타를 치고, 건반을 치면서 무대를 채웠던 그 당시의 기억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아직 그를 만나지 못했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 OST에 수록된 노래 "재회"를 들으며 그를 떠올렸다. 미움의 감정까지는 아니지만 어떻게 지내는지, 잘 지내는지, 변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궁금증 이면에 자리 잡아 있던 그때의 추억들을 다시 한번 꺼내어 본다. 많은 사람 앞에서 내 목소리를 들려주었던, 우리 연주를 들려주었던 그때의 기억들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서투르고 완성되지 않았던 그때의 우리들. 하지만 마음을 울렸던 동아리 '울림'. 다시 한번 기회가 있다면 또다시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선사하고 싶다.
평범한 휴일 오후에
너와 다시 만나게 되면
아무렇지 않은 듯
반갑게 인사를 건넬까
골목길을 걷다가
봄바람 얼굴 스치듯
우연히 너와 마주치면
그냥 반갑기만 할까
잘 지내고 있을까
난 참 많이 변했는데
너는 그때 그 모습 그대로
하나도 변한 것이 없을까
가끔씩 네 생각나면
혼자서 궁금해하다
남몰래 속상해하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가곤 해
잘 지내고 있을까
난 참 많이 변했는데
너는 그때 그 모습 그대로
하나도 변한 것이 없을까
가끔씩 네 생각나면
혼자서 궁금해하다
남몰래 속상해하다
가끔 널 미워하기도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