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태나(2018)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로 2018년 4월 10일 관람한 영화입니다.
캐릭터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게 하는 스콧 쿠퍼 감독의 신작
스콧 쿠퍼 감독은 크레이지 하트(2009)나 아웃 오브 더 퍼니스(2013)와 같은 진중한 영화를 찍었던 감독이다. 그의 영화에서 배우들은 그 영화의 최선의 연기를 보여준다. 진중하고, 그 상황을 몸소 느낄 수 있게 연출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주인공들의 감정을 하나하나 느끼게 해준다. 그가 크리스천 베일, 로저먼드 파이크, 벤 포스터 등 쟁쟁한 배우들과 다시 찍은 영화는 1800년대 후반 서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기에 집중한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Hostile이다. 적대적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단어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정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감독은 실제로 미국에서 적대적인 감정이 아직도 존재하며, 각자가 으르렁 거리며 적대감을 가진 사회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디언과 대립이 조금씩 줄어들던 1892년을 배경으로 블로커 대령(크리스천 베일)의 마지막 임무를 보여준다. 현재 미국 내에는 타 인종을 향한 인종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며, 여러 총기 사건도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있다. 이는 지극히 현실이며,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적대감과 경계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이런 적대감은 인디언 땅을 탈취하여 새로운 국가를 만들었던 미국의 근본에 해당되는 것일지 모른다.
충격적인 장면을 대비시키며 시작하는 전반부
영화는 시작부터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인디언 코만치 족이 한 가족을 공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퀘이드 부인(로저먼드 파이크)만 살아남고 나머지 가족들은 잔인하게 몰살당한다. 이 장면을 보는 관객은 공포감과 분노를 느끼게 되는데, 이 공격 장면이 끝난 이후 보여주는 장면은 미국군이 인디언 가족을 괴롭히는 장면이다. 공포에 떠는 가족 앞에서 그 집의 가장으로 보이는 남자를 잔인하게 포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전에 인디언의 잔인한 공격에 분노하던 관객은 미국군이 인디언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서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사실은 그 시절 인디언이나 미국군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은 차이가 없었다. 복수에 복수를 불러 끝없이 이어지는 잔인함의 행렬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중심이 되는 인물인 블로커 대령은 10년이 넘게 군에서 인디언과 싸웠던 인물로 군에서 유능함을 인정받는 인물이다. 과거 자신의 친구들을 죽이고 자신과 대립했던 인디언 추장인 암에 걸린 옐로우 호크(웨스 스투디)와 가족들을 몬태나까지 호송하는 퇴임 전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다. 블로커는 처음엔 이 임무를 거부하지만, 결국 받아들이고 호송을 진행하게 된다. 그가 유능한 군인이라는 것은 과거에 잔인하게 인디언들과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대립했다는 뜻이다. 그는 오랜 시간 군에 복무했고, 그의 친구인 토마스 중령(로리 코크레인)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어쩌면 토마스와 블로커는 과거 잔인했던 그들의 행위 속에서 10년 넘게 갇혀 살고 있는 인물일지 모른다. 토마스는 우울증을 앓고 있고, 블로커는 신중해 보이지만 어떤 적극적인 의지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잔인한 과거에 잠식당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적대감을 느끼는 각자가 동화되는 과정
본격적인 호송이 시작되고 그들은 퀘이드 부인을 만나서 가족의 시신을 수습하게 된다. 이때 블로커 대령은 최대한 정중히 시신 수습을 진행하고 퀘이드 부인과 이동하게 된다. 그녀는 인디언을 보고 놀라지만 결국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이고 점점 그들과 동화된다. 이 호송 팀의 모든 구성은 매우 이질적이며, 사실은 서로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인물들을 모아놓았다. 하지만 여러 위기를 같이 지나면서 퀘이드 부인과 블로커 대령, 옐로우 호크는 서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마치 미국이 현재에도 여러 인종이 하나로 모여 적대감을 누르고 협력하는 것처럼 그들은 스스로를 희생하고 협력한다. 특히 퀘이드 부인은 성경에 나오는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가혹한 일을 당했지만 오히려 같은 종족인 인디언 가족의 아이와 부인들을 챙긴다. 그녀는 그 가족의 모습에서 자신의 가족을 보았을 것이다.
블로커 대령의 심리는 그의 친구인 토마스가 옐로우 호크에게 한 행동 이후 완전히 인디언들과 동화된다. 토마스는 죽기 전에 인디언 추장에게 사과한다. 미국이 인디언들을 먼저 공격한 것은 사실이다. 원래 인디언의 땅이었다. 토마스는 자신의 잔인한 행동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는 미국의 사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진정한 사과가 있다면 그들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용서할 것이다. 호송팀 이외에 영화에 나오는 모든 외부인들은 기본적으로 적대감을 가지고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납치한다. 일단 가장 먼저 보이는 행동은 적대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외부의 적대감은 오히려 호송팀 내부의 이질감을 상쇄하고 단결을 불러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나게 한다.
결국 서로에게 사과하고 서로에게 위로를 던지다
결국 영화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서로를 치켜세우고 친구라고 부른다. 마치 블로커 대령이 긴 퇴임식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가 이 영화에서 몇 개의 무덤을 파고 동료들을 묻었는지 모르겠다. 그 무덤을 만들 때 그걸 바라보는 블로커 대령을 그가 도움을 줬던 퀘이드 부인이 위로한다. 혼돈의 시기였기 때문에, 주변 사람을 잃은 사람들을 서로를 위로하며 그렇게 견뎠다. 마치 영화는 미국은 그렇게 많은 희생으로 지금까지 왔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 같다. 마지막에 블로커 대령은 죽은 자를 따라가지 않고 산자를 따라간다. 그의 긴 퇴임식 이후의 삶에는 더 이상 죽음이 없을 거라고 봐도 될 것이다. 마지막에 살아남는 사람도 매우 이질적이다 두 명의 미국인과 한 명의 인디언 소녀, 그들은 그렇게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극 사실주의 총격전을 바탕으로 한 심리 영화
영화 속 총격전은 극 사실주의 형태를 띠고 있다. 총이 발사되면 누군가는 죽는다. 그 시대의 총격전은 그렇게 허무했을 것이다. 쉽게 누군가를 보내고 땅에 묻는다는 일이 어쩌면 일상적이었으리라. 그리고 서로 잔인하게 괴롭히던 사람도, 괴롭힘을 당하던 사람도 서로 그 싸움이 멈추길 바랐을 것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심리적으로 무너져 있는 인물들이었다. 이런 인물들의 감정이 크리스천 베일과 로저먼드 파이크의 표정으로 느낄 수 있다. 마치 영혼을 잃어버린 것처럼 멍하다가, 악에 받치는 느낌을 너무나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직도 존재하는 내부의 갈등
여전히 미국은 내부적으로 결속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인종들을 서로 배척하고 적대시하고 있고, 외부에서도 미국을 적대시하고 있다. 결국에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미국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가 길고 장엄하고 슬픈 퇴임식을 하지 않더라도 많은 희생이 나기 전에 내부의 결속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 트라우마가 더 나빠지기 전에 서로의 시선과 생각을 이해하려 하고, 잘못된 점을 먼저 사과한다면 모두가 행복한 퇴임식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