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빗구미 Apr 15. 2018

그 날, 그 사건의 원인을 밝히다.

-그날, 바다(2018)



잊을 수 없는 그날의 사건


 2014년 4월 16일. 그 날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때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했다. 충격적인 소식이었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이 구조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정부가 그렇게 무능하다는 사실을 그 때 알게되었다. 3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하늘로 돌아갔고, 그 중에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많았다. 그때 온갖 뉴스에 집중하며 제발 한 명이라도 구하라고, 누군가는 구해줄 거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결국 배가 침몰된 이후 단 한 명도 구출하지 못했다. 나는 그 날을 달력에 기록해 두었다. 절대 잊어서는 안되고 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그때까지 삶을 살아오면서 그 일과 같이 사회적으로 충격적인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날이후 방송에서 들려오는 희생자들의 살았을 때 문자를 보았고, 평상시 같이 노는 동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의 울음과 분노를 보았다.  여러 매체들에서 구조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들었고, 매일매일 암울함을 느꼈다.


정부가 희생자들을 대하는 태도, 가족들을 대하는 태도가 만든 그 상실감은 그대로 촛불로 이어져 결국 대통령을 탄핵하게 만드는 힘으로 축적되었던 것 같다. 지난 4년 동안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번번히 그 진실에 접근하는 것에는 한계가 따랐다. 잘못된 데이터가 있었고, 거짓 진술이 있었으며, 정부기관의 무관심이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아직까지 세월호의 침몰 원인 조차 모르고, 누가 잘못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많은 방송 매체에서 구조를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보도를 했었다. 그래서 우린 그 원인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그 대통령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느낌이다.

미친 김감독의 과학적인 접근, ‘세월호는 왜 사고가 났을까?’


 다큐멘터리 감독인 김지영 감독은 3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영화 그날, 바다를 만들었다. 처음에 세월호 관련 짧은 영상을 만들려고 했단 김감독은 작업하다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보게 되고, 김어준 총수를 만난 후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이 영화는 다른 점을 다 떠나서 ‘세월호 사고가 왜 일어났을까?’ 에 집중한다. 김감독은 세월호의 이동경로인 항적이 해수부, 해군 등이 제출한 자료에서 모두 제각각인 것을 발견하고 다른 이유를 파악하려고 AIS 항적에 대한 공부를 하고 여러 데이터에 대한 공부를 통해 정확한 세월호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다.


 영화는 모두 6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목격자인 둘라에이스 호의 선장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목격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항적 데이터의 다름을 보여주고, 그게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하나하나 검증해나간다. 물리학자, 생존자, CCTV, 차량 블랙박스 등 여러가지 자료를 가지고 교차검증을 해 나가는 과정이 영화에 담겼다. 각 챕터를 봐 나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5,6 챕터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된다.


세월호 사고원인의 진실을 밝혀내다.


 김감독이 보여주려고 했던 세월호의 원인은 마지막 챕터에서 완전히 검증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과학적인 접근으로 검증을 하고, 생존자들의 증언 또한 과학적으로 꼼꼼히 검증했기 때문에 이 결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것이다. 영화 중간중간 반전이라고 할 만한 요소들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과학적인 접근을 하지만, 일반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모든 과학적 해석을 영상으로 구현했다. 그리고 감옥에 있는 선원들이 증언들은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했다. 그래서 더욱 몰입하여 영화를 볼 수 있다.


 영화의 나레이션은 배우인 정우성이 맡고 있다. 정우성의 목소리는 낮은 저음의 톤인데, 이 영화의 분위기와 의외로 굉장히 잘 맞는다. 후반부로 갈 수록 그 목소리를 통해 받는 울림이 더 커진다. 아마도 그가 배우이기 때문에, 힘을 주고 빼야하는 부분을 잘 조절한 것이 효과를 보였던 부분일 것이다. 다른 사람이 했으면 너무 다큐 느낌이 강해졌을텐데, 우리가 잘 아는 배우가 설명을 해주니 좀 더 극 영화를 보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세월호를 잊지 않아야된다는 또 다른 목소리


 ‘세월호의 원인은 이것이다’ 라고 이야기하며 영화는 끝이난다. 그 뒤에 어떤 일을 해야할지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아직도 세월호 관련하여 이상한 점 중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아직도 희생자 부모들은 그 나머지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영화 말미에도 나오지만,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생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이 영화는 우리에게 세월호를 잊지 말라고 다시 한 번 이야기 한다. 이 가슴아프고 말도 안되는 사건에 대해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고, 정부기관은 많은 것들을 가짜로 제시하거나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잊지 않을 때”. 관련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일반 국민으로써 계속 해야하는 일인 것 같다. 그날, 바다는 지금 현재 시점에서 세월호를 잊지 않은 사람들에게 주는 좋은 동기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길고 험난하지만 장엄한 퇴임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