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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May 16. 2018

#15. 국제커플사이에서도 민감한 정치적인 문제



 한국에서 자라고 해외 연수나 여행을 거의 가본적이 없는 나는 외국 문화나 의식에 대해서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끔씩 접하는 해외 여행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 과정에서의 내용들이 전부였다. 그래서 다른 나라 문화를 이야기 하거나 들을 때면 그런가 보다 하며 그냥 지나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정말 다른 나라의 사람을 직접 만나고 외국에 방문하게 되면 그 나라의 문화와 의식에 대해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벽을 느끼게 된다.


 나는 전통적인 한국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이고 아내는 중국과 홍콩, 즉 광둥문화권에서 자랐다. 어쨌든 큰 테두리 안에서 중국의 문화권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모든 제도나 정치 상황 등을 중앙에서 통제 받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중국 대부분의 지역과 비슷한 문화 패턴을 보인다.


나: 중국은 땅이 엄청 크잖아요. 거기 문화 같은게 비슷한가요?
아내: 대부분 비슷할 걸요? 근데 작은 부분들이 다를 수 있어요. 음식이나 예절 같은건 대부분 다를거에요. 그리고 언어도 지방언어가 많아서 내가 모르는 것도 있어요.
나: 언어요? 중국은 다 같은거 쓰는거 아니에요??
아내: 내가 광둥어를 쓰잖아요. 우리 엄마는 대만쪽 지방언어를 써요. 발음이 달라서 나도 잘 모르는 것도 있어요. 아마 그런 언어들이 다 다를 걸요.
나: 헉 그렇구나. 한국은 지방언어도 다 알아 듣는 수준이에요. 제주도 말만 빼고요. 그럼 각 지역별로 풍습이나 그런게 다르겠네요?
아내: 응. 달라요. 우리 엄마 지방만 가도 좀 다른데, 예를 들어 새해에는 집 주방에서 가족끼리 모여 샤브샤브를 먹어요. 근데 다른 지방에선 그러지 않거든요. 뭐 그런것들이요.


 땅이 크니까 언어나 문화가 다른 것도 이해가 되고 그에 따라 생각이 조금씩은 다르다는게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한국 뉴스에 대만이나 티벳 독립 같은 정치적인 이슈가 보도 될 때가 있다. 그런 이슈를 아무렇지 않게 접하고 그대로 받아들였었다. 그렇게 배척하고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중국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 엇 쯔위가 저 대만 깃발 든 것 때문에 난리가 났네요. 자기 나라 국기 인데 왜 난리죠??
아내: 무슨 소리에요. 대만도 중국 땅이에요. 저 아이돌 모르니까 그 사람은 모르겠는데 잘못한거에요!!
나: 응? 대만은 독립된 국가 아니에요? 완전 다른 국가인데...
아내: 뭔소리야~ 지금 중국 사람들 난리 났어요. 트위스트인가 그 그룹은 중국에 입국도 못할 걸요?
나: 음.. 트..트와이스요. 트위스트가 아니고...
아내: 여자 아이돌 이름은 참 잘도 아네요~
나: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쯔위가 그런 논란을 일으켰을 때 나는 아내에게 대만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가 아내의 흥분된 반응에 크게 당황했었다.(트와이스 이름을 너무 잘 기억해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중국 사람들은 대만이나 티벳같은 분쟁 상황의 지역을 본토 영토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우리가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인지하듯이 그들은 그 지역을 자기네 땅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하나하나 옳고 그름을 따지다보면 이것은 아내와 싸우자는 의미가 될 것이다.


 심천 장모님 댁에 방문하면 늘 저녁식사 시간에 저녁 뉴스를 본다. 뉴스는 거의 사건사고 소식이 대부분이다. 정치뉴스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점심 뉴스를 봐도 저녁 뉴스를 봐도 그 외의 뉴스들은 접하기 어려웠다. 기상천외한 사건 사고 소식을 보면서 가족들이 둘러 앉아 식사 하는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다.


나: 이거 뭐 사건사고 관련 뉴스만 나오네요. 중국 정치 뉴스는 안나와요?
아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 뉴스는 관심이 없어요. 물론 CCTV같은데 나오긴 하는데요. 별로 특별한 소식이 없어요. 해외 정치 뉴스는 나와요.
나: 아 그래서 지금 박근혜 탄핵 시위 소식은 나오는 구나.
아내: 이런 것도 큰 이슈라 나오는 거지 보통 크게 다른 나라 뉴스도 관심은 없는 편이에요.
나: 그럼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으면, 공산당이나 시진핑에 대한 건 안나오나요?
아내: 우리 중국 사람들은 공산당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 시진핑하고 부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아요. 엄청 멋있다고 생각해요.
나: 약간 중앙 교육을 받아서 그런거 아니에요?
아내: 아니에요. 중국도 인터넷에서 다 접할 수 있어요.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고요. 그래도 시진핑이 국가 주석하는 거에 대한 평가가 엄청 긍정적인 편이에요.


 나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정치 뉴스는 안나오는데, 시진핑은 좋게 평가한다니. 하는 일을 자세히 모르는데 좋게만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중국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없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시진핑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중앙당을 장악하여, 부패 관료 등을 정리하는 모습도 있었고 외교적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정치적인 업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돈을 벌게하는 자본주의적 경제를 더욱 활성화 시켜 중국 사람들에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어떤 희망을 준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중국 사람들이 인터넷 쇼핑 사업을 하거나, 새로운 창업을 하는데 정부에서도 이런 저런 지원을 해주고 있다. 중국사람들의 믿음과 신뢰 때문인지, 정치 뉴스가 관심 영역 안에는 있으나 지역에서는 그렇게 크게 다뤄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국가이니 더욱 그런 것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이후에 티벳 문제나 다른 국경 문제에 대해 한국 뉴스에서 다뤄도 그것에 대해서는 아내와 이야기 하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정치적인 인식과 아내가 알고 있는 정치적인 인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로 완전히 다르다는 생각으로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아내도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다. 나쁘다 잘한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서로 토론을 할 수는 있지만, 쉽게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인정하고 가벼운 인식 차이 정도만 확인한 후에 자세한 대화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종종 발생할 것 같다. 특히나 내 아이가 좀 더 자라서 이런 이슈에 대해 묻게 된다면 나와 아내는 어떤 식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 참 어려운 문제다. 각자 나라 입장에서가 더 객관적일까? 아니면 상대방 나라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객관적일까? 아이가 태아난 이후 자주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아직은 답을 찾지 못했다. 서로 진실이라고 믿는 상수가 다르기 때문에, 아마도 오랜 시간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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