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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Jul 03. 2018

#21. 임신 기간 내내 하는 출산 준비


 출산에 대해서는 임신 전에는 전혀 몰랐다. 나와 아내 모두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거의 몰랐다. 그냥 애가 생기면 잘 관리해서 쑹풍 낳으면 되는, 다들 그렇게 겪어가는 과정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임신을 하고 나니 우리가 몰랐던 정보들이 정말 많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혀 관심 없던 영역에 우리가 직접 들어오고 나니, 들어오고 나서야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기 시작했다.


아내: 속이 쓰려요. 왜 그러지?
나: (열심히 검색 중..) 그... 그게 그럴 수가 있데요. 사람마다 입덪고 달라서 어떤 사람은 구역질을 하고 어떤 사람은 속쓰림으로 오고 그렇다고 해요.
아내: 우리가 진짜 잘 몰랐구나. 이게 얼마나 갈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가는 사이트에 보니, 2개월 정도면 없어질 거라고 하네요.
나: 그래요? 그랬음 좋겠다. 너무 힘들잖아요. 우리가 나중에 출산하기 전에 무슨 교육이라도 받아야 되지 않아요?
아내: 그런 교육 해주는 곳이 있을까요?
나: 모르겠어요... 그것도 찾아봐야겠다.

 우리는 임신 기간 내내 많은 정보를 검색했다. 이 검색에 넣는 키워드가 결혼 전, 임신 전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입덧, 영양제, 약 섭취 가능, 아기 이름, 출산 과정 등 다양한 출산 관련 내용들을 찾아봤다. 아내는 아내대로 중국의 위챗, 웨이보 같은 SNS에서, 나는 나대로 네이버, 다음, 육아 카페, 페이스북 등 각자의 나라에서 검색할 수 있는 정보들을 검색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임신, 출산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 사람이 하는 고민을 중국 사람도 하고 있었고, 그 경험들은 온갖 웹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먼저 고민하고 답을 찾았기 때문에 우리가 임신 기간을 잘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웹사이트 뿐 아니라 오프라인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베이비 페어도 두 번 정도 갔었다. 각종 업체들에서 내놓은 육아 용품을 보면서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미리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런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임신 중반기 우리는 출산에 관한 교육을 들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남들 다 하는 출산인데 굳이 시간을 내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둘 다 그냥 듣지 말고 넘어가자고 어느 정도 의견을 일치한 상태였다.


나: 이제 몇 주 안 남았네요. 진료실 들어가면 당근이 잘 있는지 볼 수 있겠죠?
아내: 맨날 누워있는데, 별 문제없겠죠?
(진료실로 들어가서..)
선생님: 초음파 보니까 아기가 큰 문제는 없어 보여요. 크기도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어요. 이제 몇 주 안 남았으니까, 그 기간만 좀 조심하면 되겠어요.
아내: 감사합니다!
선생님: 근데 우리 병원에서 하는 출산 관련 교육 프로그램은 들었어요?
나: 아니오. 저희가 굳이 받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요. 저희가 웹에서 감색해보고 하니까 도움되는 것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선생님: 허허, 그러지 말고 다음 주에 있는 교육 들어요. 오늘 예약하고 가요. 꼭 들어봐요. 출산 전에!!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우리는 그날 바로 교육을 예약했다. 그때까지도 그 교육이 필요한지 의문이었다. 출산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고 막연한 생각뿐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교육 당일에 병원 교육 장에 갔을 때, 세 커플 정도가 있었다. 같이 교육을 듣는데, 교육 내용은 출산 시 도움이 되는 체조, 자세 그리고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었다.

 그때 들었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출산의 아픔을 무서워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건 아마 출산하는 아내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아내는 원래 아픈 것을 잘 참는데, 그 모진 아픔을 아내는 정말 잘 견뎠다. 아마도 이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것 같다. 아픔을 무서워하는 임산부들은 보통 출산 초기 진통을 견디지 못하고 제왕절개를 해달라고 애원하게 되고, 결국 자연분만을 포기하게 된다. 이런 내용을 교육 전에는 전혀 몰랐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진통을 남자인 나는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하지만 예시 동영상과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게 되었다.


 교육에서 두 번째로 배운 것은 남편의 역할이다. 솔직히 이 교육 전에 나는 출산할 때, 남편은 손만 잡아주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남편이 옆에서 해줘야 하는 것이 많았다. 손을 잡아주는 것은 기본이고, 같이 호흡을 해줘야 한다. 출산 진통이 심해지면 숨을 쉬기 어려워지게 되고,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으면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 배운 호흡법을 출산 전까지 계속 연습했다. 호흡도 해줘야 하지만, 진통 초기에 아내가 힘을 비축할 수 있게 밥을 꼭 챙겨 먹이는 것도 남편의 몫이었다. 출산 과정 자체가 굉장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먹는 것을 잘 먹어야 한다.

 세 번째로 출산에 도움을 주는 운동을 같이 배웠는데, 몸으로 하는 것이 어색한 나와 아내는 굉장히 어색해했었다. 하지만 진통을 줄여주고 출산 과정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집중해서 배웠다. 특히나 큰 짐볼을 이용해서 진통과정 동안 스트레칭을 하거나, 자궁문이 열리는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배웠는데, 이게 실제로 출산할 때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


나: 두 시간 정도 들었는데, 이거 정말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아내: 그쵸? 공포감을 느끼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나 원래 잘 안 무서워하는데, 왠지 나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나: 정말요? 나는 내가 겁나는데.....
아내: 자기가 무슨 겁이 나요~ 옆에서 잘 좀 부탁드립니다.
나: 아 내가 더 걱정된다. 잘할 수 있을까?
아내: 뭘 그렇게 걱정해요. 오늘 교육 배운 거 잘 복습하세요~ 내 친구들도 심천 병원에 이런 교육이 있으면 들으라고 해야겠어요. 배울게 많네.
나: 그래요. 이거 안 들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
아내: 그런데 뭐 이렇게 겁이 많아요 자기가!!
나: 음.. 우리 집에 가서 뭐 먹을까. 자기 얼굴에 찐빵이 보이네. 빵 먹을까?
아내: 또 또 또 딴소리~!   


 임신 후반기에 조심하면서 지내온 결과, 결국 출산 주가 임박해 왔다. 거의 막주에는 한국에 오신 장모님과 처남과 함께 가벼운 산책도 하고 시장도 가고 조금씩 움직였다. 이제는 당근이가 나올 신호를 보낼 차례였다. 그렇게 산책하면서 나는 계속 호흡 연습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게 느껴지는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심각했다. 출산할 때 실수하면 안 되니까. 내가 뭐라도 도움이 되어야 하니까.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한 밤에 양수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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