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던 공간과 이별하는 순간

by 레빗구미

어느 순간 부터인가 내가 잠시 머무르던 공간을 떠날 때 마음 속에 왠지 모를 아쉬움이 든다. 아니 어쩌면 근원적으로 내 속에는 그런 성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오래 전, 인천 어딘 가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때의 집은 오래된 아파트였는데 집에 개미들이 많이 출몰할 정도로 오래된 아파트였다. 우리가 음식을 남겨 식탁위에 그대로 두면 수백마리의 개미가 떼를 지어와 깨끗하게 비울 정도로 개미가 많이 나타났던 집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며 피아노와 서예를 배웠고 골목골목 누비며 자전거를 신나게 탔었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던 개에 물리기도 했고 기억에 남는 크리스 마스 선물을 받기도 했다. 그곳에서 이사갈 때 왠지 이사가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짐이 다 빠졌을 때 텅 빈 집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아쉽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집과의 이별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찾아왔다. 대학교 생활하며 살았던 자취방에서 떠날 때 마치 내 4년 간의 대학생활과 이별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보냈던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고 역시 텅빈 방을 쳐다보며 아쉬움을 달래었다. 결혼을 하면서 내가 지내던 방에서 나와 새로운 집으로 갈 때 내가 20년 넘게 지냈던 작은 방을 보면서 그 작은 곳에서 뒹굴대던 내 모습이 머릿 속에 스쳐지나갔다. 그 방의 구석구석에 내가 있다.


아내와 결혼하면서 들어갔던 전세집에서 4년간 생활하고 이사 나올 때, 내 마음 속에는 늘 찾아오던 아쉬운 감정이 떠올랐다. 4년 동안 아내와 지내면서 수많은 추억들을 만들던 공간. 그 전세집의 곳곳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우리가 잠을 자던 침실, 빨래를 하던 방, 옷을 두었던 작은 옷방, 식탁에 앉아서 책을 보고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컴퓨터를 하던 거실, 그 모든 공간에 나와 아내가 있었다. 그 추억은 머릿 속에 담고 그 집을 나와야 한다. 그 아쉬움은 내 마음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 집을 떠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 아련한 감정은 늘 마음 속에 있다. 어쩌면 그 추억들이 아직도 내 마음 속에 그대로 들어있기 때문 일거다.


요즘들어 잠깐 여행가서 머무르던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떠날 때도 그런 아쉬움이 든다. 특히나 그런 방들은 평생 다시 가지 못할 곳이다. 마치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을 떠나는 것처럼 큰 아쉬움이 떠오른다. 여행에서 많은 좋은 추억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여행에서의 그 모든 기억들도 머릿 속에서, 마음 속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잠깐이라도 머물렀던 공간, 그 공간들이 내게 주었던 그 많은 기억과 추억들은 우리가 찍은 사진 속에 그리고 머릿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어쩌면 삶은 수많은 순간들과의 이별을 하고, 그 순간들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것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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