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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키친anime cook Jul 07. 2019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奇跡>

고레에다 히로카즈 #2

주인공 코이치는 집 안팎에 쌓여 있는 화산재가 짜증스럽다. 이렇게 짜증스러운 화산재가 아무렇지도 않은 가고시마의 사람들도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가족이 함께 살지 못하는 게 꼭 가고시마 때문인 것 같아서 이 곳에서의 모든 게 따분하고 짜증 난다.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코이치는 더 바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 형과는 달리 동생 류는 매일매일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 엄마와 형이 보고 싶기도 하고 자신이 되려 아빠를 돌봐야 할 때도 있지만 앞마당에 심은 야채들이 자라는 걸 보는 게 즐겁고 아빠가 속한 밴드의 아저씨들과 함께 노는 것도, 친구들과 함께 하는 후쿠오카의 일상도 꽤 마음에 드는 듯하다.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두 열차가 처음 서로 스치고 지날 때 일어나 기적이!


그러던 어느 날, 코이치는 친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새로 개통하는 신칸센 열차의 상행선과 하행선이 처음 교차하는 그때 기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코이치는 그 말을 덜컥 믿어버린다. 아니, 믿고 싶어 진다. 코이치의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선 기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코이치의 그런 간절한 마음은 엉뚱하게도 화산 폭발이라는 소원을 갖게 만든다. 화산이 폭발하면 가고시마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빠와 엄마, 동생과 함께 모여서 살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코이치가 왠지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영화는 코이치와 류를 계속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동생 류는 형과 생각과 일상이 많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았다. 류는 형의 바람과 달리 가족이 함께 사는 걸 바라지 않았다. 함께 있으면 항상 다투던 엄마, 아빠 때문에 많이 힘이 들었던 것 같고 떨어져서 지내는 지금의 삶도 만족스러운 것 같아 보였다. 사실 엄마를 많이 보고 싶어 하지만 아빠를 닮은 자신을 엄마가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고 싶다는 말 대신 엄마가 좋아하는 누에콩을 키우며 그리움을 달랜다.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아빠는 네가 개인적인 일보단
좀 더 큰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
예를 들면 음악이라든가 세계라든가


코이치는 매일 야채 이야기나 하는 동생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아빠도 모두 원망스럽기만 한 듯 보인다. 가족 중 누구도 함께 사는 일엔 관심이 없어 보이자 결국 코이치는 혼자 이 일을 해결하려고 나서게 된다.



우리 구마모토로 가자!


새로 개통하는 신칸센의 열차가 교차하는 그곳!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믿음, 아니 기적이 꼭 일어나야만 한다는 마음으로 코이치는 친구들과 함께 구마모토로 떠날 준비를 한다. 자판기 아래 떨어진 동전을 모으고 팔 수 있는 모든 걸 팔고 수영 레슨비를 털어 3명의 기차표값과 약간의 여유돈을 모으고 만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를 조퇴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도 짠다. 사실 허술하기 그지없었지만 결국 그 계획은 성공하고 코이치와 친구들은 구마모토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동생 류도 형의 서운함을 풀어주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형이 가려는 그곳에 가기로 결정했다. 어렵게 돈을 마련한 형과는 달리 류는 아빠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말을 해서 거의 반 강제적으로 돈을 뜯어(?) 낸다. 이 장면에서 류의 아빠로 나오는 오다기리 죠의 표정과 몸짓 말투를 잊을 수가 없다. 류와 아빠 모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장면으로 기억이 남는다.


이렇게 7명의 아이들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이미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지만 신기한 기적들을 이미 경험하고 있었다.


과연 이 아이들은 원하는 소원들이 이루어지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까...?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14번째 작품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따뜻한 가족애를 통해 각박한 세상에 희망을 선보이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감독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감독은 "기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 돌아오면서 일상이 기적임을 깨닫는 과정"을 영화에 담았다고 말했다. 무조건 이루어지길 바라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임을 정확하게 말해주는 동시에 그저 살아가는 것이, 소중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겐 기적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가 있는 영화였다.


정말로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했다가 웃었다가를 반복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겪었던 작고 일상적인 기적들, 여행을 하면서 걷고 뛰었던 길과 꽃들 산과 나무들,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 때로는 아이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주변 어른들까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던 것 같다. 특별히 신칸센 열차가 교차하는 그곳에서 아이들이 빌었던 소원의 내용은 아이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따뜻하고 마음 아팠던 장면이었다.

 

[무비키친] 화산 폭발이 소원?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https://youtu.be/P_ehA0TMW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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